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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달글리쉬의 감독 임명을 원치 않았다고 밝힌 리버풀 구단주 존 헨리

by wannabe풍류객 201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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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저널리스트인 가디언의 데이빗 콘이 FSG의 리버풀 인수 1년을 맞이하여 기획 기사를 냈다. 이미 지난 달 리버풀이 토트넘에 대패하던 즈음 헨리와 며칠 간 단독으로 동행하며 취재를 한 내용을 어제 오늘에 걸쳐 내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미국 구단주들의 솔직한 속내가 드러나 있어 우려를 낳는 측면도 있다. 

Linda Henry y John Henry, magnates del Liverpool
Linda Henry y John Henry, magnates del Liverpool by americanistadechiapas 저작자 표시

어제 기사 내용 중 헨리와 워너가 작년에 인수 작업 때는 물론 원래부터 리버풀을 전혀 모르던 사람이라는 내용이 많은 언론에 인용되었다. 당연한 일이긴 한데 리버풀 회장이자 헨리의 파트너인 워너가 더 회의적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관심이 적은 사람들의 기억에선 사라졌겠으나 케니 황, 키르디 등이 작년 여름 리버풀을 인수하겠다고 언론에 떠벌리던 당시 헨리가 속한 FSG(혹은 NESV)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늦게 인수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축구는 물론 리버풀을 알지도 못했다. 워너는 맨유는 좀 안다고 고백했다. 리버풀 인수 계획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듣는 자리에서 딴 짓을 했다는 불필요한 고백도 했지만.

문외한인 그들이 리버풀을 덜컥 인수한 것은 보통 리버풀이 해외 영업을 통해 많은 수입을 얻을 것으로 기대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된다. 미국 시장이 충분히 큼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 그 이외 국가에서 큰 이익 창출을 기대하기 힘든 야구와 달리 축구, 특히 리버풀은 아시아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해외로부터의 수입은 증가일로다. 

또 그들의 주요 재산인 보스턴 레드 삭스를 통한 수입은 엄청난 세금이 부과되고 MLB 차원에서 균등 분배된다. 하지만 리버풀에선 버는 돈은 다 클럽, 즉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소유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유일하게 리그 차원에서 거의 균등하게 배분되는 TV 중계권료 수령 방식까지 리버풀에 유리하게 조정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고, 최근 매니징 디렉터 이안 에어의 환영받지 못한 발언에는 이런 맥락이 깔려있다. 

오늘 나온 기사는 존 헨리가 선수 영입하는 과정에서 오버페이를 했음을 인정했다는 내용과, 리버풀의 풋볼 디렉터 데미앙 코몰리와 감독 케니 달그리쉬 임명이 모두 도박이었다는 고백을 담고 있다. 오버페이에 대한 내용은 레드 삭스를 주요 소유 구단으로 삼았던 FSG가 리버풀을 인수하며 대서양 양쪽에서 번갈아가며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말한다. 양 클럽의 서포터들은 구단주가 다른 쪽에 신경을 쓰느라 자기 쪽에 투자를 적게 한다고 말하거나 그런 혐의을 두거나 혹은 걱정을 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FSG는 보스턴 레드 삭스에 크로포드와 곤잘레스 단 두 명의 선수를 데려오며 190m 파운드에 해당하는 연봉을 안겼고, 리버풀에서는 110m 파운드 이상을 영입 비용으로만 지출했다(주급은 별도). 헨리는 그 과정에서 오버페이가 있었을 것 같다고 인정했다. 

관련하여 통계에 기반한 세이버메트릭스의 신봉자로 알려진 존 헨리가 반드시 그런 방식으로만 선수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 것도 주목된다. 사람들은 리버풀이 다우닝, 헨더슨, 아덤 같이 괜찮지만 탑 클래스라고 하기에 망설여지는 선수 영입에 큰 돈을 들인 것을 두고 의아해했고, 그 의미를 선수들의 통계에서 찾곤 했다. 물론 그런 부분이 고려가 되었지만 헨리는 축구가 야구와 달리 통계로 선수를 영입하기에 너무 역동적임을 인정한다. 그래서 리버풀의 영입은 통계보다 전통적 스카우팅 방식이 더 중요했고, 헨리가 그 작업을 진행할 사람으로 코몰리를 영입한 것은 머니볼의 신봉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구단주나 코몰리의 영입 행태를 보며 지나치게 통계적 배경이 깔려있으리라 예단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존 헨리는 11년 동안 현장을 떠났던 케니 달글리쉬의 감독 임명을 처음에 탐탁치 않게 여겼음을 고백했다. 케니의 정식 감독 임명이 늦어지고, 케니의 임기가 3년이라는 어중간한 기간으로 설정된 것은 모두 한동안 구단주들이 케니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는 증거였다. 헨리는 호지슨을 몰아내고 케니를 데려오라는 팬들의 압도적 여론, 그리고 현 매니징 디렉터 이안 에어의 말을 토대로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파퓰리스트적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당시의 감독 교체는 서포터 여론을 토대로 했기에 안전했고, 케니가 그럭저럭 성적을 냈기 때문에 아직까지 별다른 저항을 받지는 않았다.

헨리는 코몰리와 케니 임명이 모두 도박이었지만, '계산된' 도박이었음을 강조한다. 어떤 계산인가 하면 둘 모두 각 분야에서 열정적인 사람이고, 매우 영리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도박을 하려면 언제나 계산을 정확히 해야하는데 아직까지는 헨리의 계산이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애당초 알지도 못하는 타국의 클럽을 갑자기 용솟음친 애정으로 인수하지 않았을 이들이 계산된 결정만으로 클럽을 어디까지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FSG는 투자 설명을 듣고 이익을 찾아 리버풀을 갑자기 영입한 집단이다. 비록 그들이 리버풀을 단순한 상품 취급하지 않고, 신중하게 처신하며 클럽을 존중하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감정적 유대까지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힉스와 질렛이라는 최악을 벗어났기에 새 구단주의 시대엔 좋은 일만 있으리라고 기대하기엔 여전히 너무 이르다. 사고처럼 터져나온 이안 에어의 외침엔 FSG의 진한 입김이 배어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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