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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잉글랜드인이 대표팀 감독이 되어야 한다는 캐러거의 주장에 대해

by wannabe풍류객 201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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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리버풀의 캐러거가 토크스포트에서 말한 것이 여러 다른 언론들에서까지 기사화되며 화제를 모았다.[각주:1] 캐러거는 현재 리버풀에서 수아레스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기도 했으나, 잉글랜드 대표팀은 잉글랜드 사람이 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더 주목을 끌었다. 

Carragher does a swan impression
Carragher does a swan impression by Nigel Wilson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사실 캐러거는 꽤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바로 속임수를 쓴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치팅(cheating)'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다른 나라 사람을 감독으로 쓰는 건 사기라는 것이다. 캐러거는 잉글랜드 대표팀 골키퍼가 부실하다고 이탈리아의 부폰을 데려올 수는 없는 것처럼, 잉글랜드 출신 감독들이 역량이 모자란다고 외국인 감독을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히딩크를 기용했던 것처럼 오래전부터 여러 국가들이 타국 출신의 능력있는 감독을 영입하고 있다. 캐러거는 그런 행위 전부를 비판한 것은 아니다. 단지 축구의 종주국인 잉글랜드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잉글랜드 사람의 하나로서 캐러거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그다지 이색적이거나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캐러거의 이번 발언들을 보면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캐러거는 오래 전부터 자신 스스로가 감독이 되고 싶다고 분명히 밝혔고,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 감독이 전부 잉글랜드 사람이라면 당연히 잉글랜드인 감독이 리그와 컵 대회 우승 경력을 쌓지 않겠냐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향후 자신의 지도자 경력을 방해할 걸림돌이 많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판가 우려의 태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잉글랜드 사람 이야기를 쭉 하던 와중에 에버튼의 데이빗 모예스 감독을 언급한 것도 이상할 수 있다. 모예스는 스코틀랜드 사람이라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후보로는 생각할 수 없다. 비록 스코틀랜드, 잉글랜드가 브리튼이라는 큰 틀 안의 구성원들로 오랜 세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나 대표팀 축구에 있어서는 인적 교류가 활발하지는 않다. 둘은 경쟁관계이기 때문이다. 

리버풀의 전설적 감독인 빌 샹클리와 현재의 감독인 케니 달글리쉬가 모두 스코틀랜드 사람이기 때문에 무심결에 거부감없이 모예스를 사례로 들었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캐러거가 모예스를 잠재적 잉글랜드 감독으로 생각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스코틀랜드인들이 잉글리쉬 축구의 거의 초창기부터 선수와 지도자로 크게 활약한 상황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다만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에서 온 감독들이 EPL을 점령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fabio capello
fabio capello by ariesmale1978 저작자 표시비영리

최근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현 감독인 카펠로를 내년 임기까지 지지할 것이며, 아직 카펠로의 후임은 물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카펠로가 내년 유로 대회에서 우승에 가까운 성적을 내지 못하는 한 교체될 것이며, 잉글랜드인이 후임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토트넘의 해리 레드냅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고, 그가 적임자인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많다. 로이 호지슨도 야망을 숨기진 않았으나 근래엔 레드냅에 밀린 모습니다. 

아직 감독으로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 알란 시어러도 대표팀 감독에 욕심을 내면서도 아직 자신은 차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고, 어떤 이는 벵거를 차기 잉글랜드 감독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가 국제 대회에서 큰 힘을 못 쓰는 것이 단지 감독의 문제가 아님은 많은 사람이 알만한데 누가 감독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과열된 것은 그다지 생산적인 일이 아니다.

아마 잉글랜드 축구는 유소년 육성 방식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고 이는 대표팀 감독이 아니라 축구협회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다. 카펠로가 아무리 클럽 축구에서 유능했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잉글랜드의 선수들이 글로벌한 수준에서 최고가 아니라면 성적을 내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캐러거의 말에서 생각해볼 부분은 잉글랜드 출신의 유능한 대표팀 감독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들이 애초에 유능해지기 위한 환경이 국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럽들이 성적에 조바심을 내며 부진한 성적을 내는 감독을 재빨리 내치고, 해외의 유능한 감독을 영입하여 빠른 성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지속되는 한 잉글랜드인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고 또 유력 대회에서 우승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의 리그에서 감독을 해임하는데 들어간 돈만 90m 파운드 이상 소비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리버풀이 FSG에 인수된 이후 승점 1포인트를 위해 7m 파운드 이상을 들였다는 발표가 나온 것처럼 클럽 축구에서는 많은 돈이 낭비되고 있다. EPL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유입되고, 그러면서 부가 일부 클럽에만 집중되며 클럽 축구의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 어떤 의미로 잉글랜드 축구에서 대표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매번 실망만 안기는 대표팀보다는 외형적으로 세계 최고처럼 보이는 리그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종주국의 심각해지는 문제는 축구 자체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캐러거가 말하는 '치팅'은 과장된 표현이 아닐 수도 있다. 
  1. http://www.independent.co.uk/sport/football/international/carragher-hiring-foreign-manager-is-cheating-2365991.html? http://www.mirrorfootball.co.uk/news/Liverpools-Jamie-Carragher-labels-England-labelled-embarrassing-and-cheats-for-hiring-Fabio-Capello-article808572.html http://www.espn.co.uk/football/sport/story/114656.html?CMP=OTC-RS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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