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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블랙번의 어린 수비수 필 존스가 맨유로 이적하는 것이 결정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 직전 몇 시간 동안 리버풀은 선더랜드의 조던 헨더슨의 영입을 확정짓는 도중이었고, 트위터를 통해 필 존스도 헨더슨과 함께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리버풀 훈련장인 멜우드로 갈 것이라는 루머가 퍼져 나갔다. 더구나 스카이 스포츠의 베팅 사이트인 스카이벳이 존스의 리버풀 이적에 대한 베팅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하며 리버풀이 헨더슨과 존스를 동시에 영입하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존스는 리버풀이 아닌 맨체스터로 향하는 중이었고, 맨유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했다.
그 날 21세 이하 유러피언 챔피언십 대회 때문에 덴마크로 가야했던 두 선수는 특별히 허락을 받고 출국을 미뤘다. 헨더슨은 리버풀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다음 날 공식적으로 리버풀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같은 날 이적 절차를 밟은 필 존스는 이제야 맨유 선수가 되었다. 블랙번 구단주의 무지와 저명한 스포츠 저널리스트의 오보로 혼선이 빚어졌는데 결국 필 존스는 원하던대로 맨유로 이적하였다. 짤막하게나마 그 과정을 돌이켜본다.
6월 8일 즈음에 리버풀이 제일 먼저 필 존스 영입을 시도한 것 같다. 알려지기로 맨유는 존스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이번이 아니라 다음 여름 정도에나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리버풀이 적극적으로 존스 영입 작업을 벌이자 즉각 개입했다. 아스날과 토트넘도 이 경쟁에 참여했다. 존스가 그만큼 유망한 수비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수의 이적료가 명확히 정해져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존스의 계약서에는 바이아웃에 해당할 16.5m 파운드가 정해져있었다. 어느 클럽이나 그 금액 이상을 제시하면 원 소속 클럽 블랙번과의 이적료 조율 과정을 생략하고 선수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필 존스의 이적에 반전의 계기를 제공한다.
핵심을 말하자면 블랙번의 구단주가 이 조항의 의미는 단지 선수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뿐 실제 이적료는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래서 혼란이 초래되었다. 존스의 맨유 이적 발표가 지연되자 리버풀이 22m 파운드를 재차 블랙번에 제안해 맨유가 20m 파운드로 이적료를 더 높이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이 소식은 꽤 저명한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닉 해리스의 주장이라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여러 클럽이 데려가겠다는 인기 있는 선수를 팔며 돈을 가능한 많이 벌고 싶은 블랙번 구단주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존스의 경우에만 바이아웃 조항을 다르게 적용할 수는 없다. 더구나 선수를 영입하는 입장에서는 기왕에 정해진 바이아웃 조항의 금액보다 조금이라도 더 낼 이유가 없다.
블랙번 구단주는 인도에서 닭 등을 가공해서 판매하는 Venky's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 11월에 블랙번을 인수했다. 필 존스가 블랙번과 재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2월이므로 존스의 바이아웃 조항이 블랙번 구단주의 의도가 반영된 특수한 경우일 수도 있다는 가정은 해볼 수 있다. 그러나 블랙번이 결국 법적 해결을 거부하고 존스를 일주일도 되지 않아 내준 것을 감안하면 구단주 측의 심각한 무지나 오해를 인정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맨유가 비밀에 부쳐진 필 존스의 바이아웃 금액을 어떻게 알았느냐, 불법 접촉이 있었던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측면에서 맨유를 몰아붙여 더 많은 이적료를 뜯어냈으리라고 추측한다. 실제 블랙번은 필 존스의 이적을 공식 발표하며 잠재적으로 블랙번 사상 최고의 이적료 기록이 될 수도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맨유 측에서는 16.5m 파운드보다 한 푼도 더 내지 않았다고 말한다.
결국 상황은 16.5m 파운드의 이적료가 있고 부가적으로 경기 수, 우승 여부 등에 따라 차후의 이적료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맨유가 16.5m 파운드만 낸 것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내 기억으로도 필 존스의 바이아웃 조항은 8일 이전에 뉴스로 보도되었다(지금 구글 검색을 한 결과 최소한 7일에는 공개되었다). 맨유 뿐 아니라 다른 클럽도 그 금액만 제시했다.
모두가 아는 일을 맨유가 비정상적으로 알아냈다고 보긴 힘들다. 중요한 것은 리버풀이 헨더슨의 경우처럼 속도전으로 선수 영입을 시도하며 다른 클럽들의 조바심을 유발해 영입 제안이 쇄도하면서 블랙번 측에서 무모한 욕심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블랙번 구단주는 이렇게 인기 있는 선수를 바이아웃에 맞춰 내주기가 당연히 아까웠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적료 논란의 진실은 다음과 같다. 블랙번은 인도인 구단주의 무식을 감추기 위해 블랙번이 돈을 더 뜯어낼 수 있는 논쟁이 될만한 이슈가 있는 듯이 가장해야했고, 존스의 공식 이적 발표 때 블랙번이 팀의 유망주를 가능한 비싸게 팔았음을 주장하고 싶어했다. 맨유는 블랙번이 뭐라고 주장하건 실제로 돈을 더 줄 일이 없으므로 특별히 이적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채 프리미어 리그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존스를 영입한 것에 만족하면 그만이다. 여러 매력적인 클럽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존스가 처음부터 맨유를 고집한 이상 게임은 싱겁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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