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기에 팔아야하는 물건들을 아주 늦게서야 조금씩 장터에 내놓고 팔고 있다. 어떤 거래는 매우 빨리 이루어지는 반면 어떤 물건은 한동안 팔리지 않는다.
가령 킨들 페이퍼화이트 비교적 최근 버전은 하루이틀만에 간보는 경우 없이 거래가 이루어졌다. 가격은 더 이전 세대를 팔았을 때와 비하면 많이 낮게 받기는 했지만 시세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
갤럭시 탭의 S펜 커버의 경우 시중가보다는 훨씬 싸고 요즘엔 별로 파는 사람도 없지만 생각보단 늦게 팔렸다. 많이 낮춘 이후에 빨리 거래가 되었다. 지금까지 두 거래는 여성과 이루어졌고 아주 깔끔했다.
그런데 두 건의 거래는 아주 재미있게 양상이 이어졌다.
우선 이잉크 휴대폰의 경우, 시세 조회한 것에 비해 싸게 팔아야했다. 처음 가격에서 몇 번 내려야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건의 문의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전화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문의만 하다 사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거래가 이루어진 가격으로 올리고 얼마 안 있어 바로 사겠다는 요청이 왔다. 그러데 희한하게도 자기는 이름이 가령 111인데 222라는 사람의 주소로 보내달라고 한다. 222는 친구고 111은 지방에 있는데 친구 주소로 받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지방에 산다고 자기의 거처로 택배를 못 받을리도 없고, 직장으로 받아도 되는 일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흔하다는 3자 사기인가 싶어 연락온 휴대번호를 몇 번이나 사기피해가 있는 번호인가 조회를 해보았다. 여하튼 떫떠름한 기분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여러 중고거래 포맷을 동시에 조회해도 3자 사기를 의심할만한 매물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거래를 완료했는데, 택배의 경우 주소는 222의 것인데 연락번호는 111의 것으로 했다. 처음엔 아내 몰래 사느라 친구 주소로 받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111이라는 사람이 이전에 구매문의를 했던 누군가였는데 가격이 더 낮아지길 기다렸다가 사는데 전에 연락했던 번호를 이용하면 민망해서 다른 번호로 거래를 한 듯 했다. 무엇보다 매물이 올라오자마자 제품 상태를 묻지 않았기에 이전 문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택배는 3일 걸려 도착했는데 아무 불만없이 잘 쓰는 모양이다.
다음으로 정말 오래 묵혀둔 아이패드 에어2 거래 건이다. 이 패드는 화면 왼쪽으로 빛샘이 심해져서 이걸 팔 수 있나 싶었다. 그러나 거의 다 망가진 아이패드 에어2도 팔리는 걸 보니 팔릴 듯 하여 처음에 11만원으로 올려봤다. 구매 문의가 없어 며칠 후 10만원으로 낮췄고, 결국 팔렸다. 그 구매자도 별로 물어보는 게 없었는데 독특하게 밤 1시가 거의 다 되어 직거래를 하자고 했다. 오토바이로 금방 올 수 있다기에 가로등 밝은 동네 어딘가에서 만나자고 했다. 거래 장소에 가보니 어떤 분,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놀라운 글을 보여줬다. 자신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거고, 거래 중 누군가와 카톡을 막 하는데 알고보니 나와 연락한 사람이 아니라 대리로 나온 사람이었다. 누가 대리로 나온다는 말이 없었고, 청각장애인에게 어떻게 제품에 대해 설명해야하나 난감했다. 어쨌거나 직접 나와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구매하는 건 구매자의 부담이니 나도 전화기로 글을 써서 보여줘가며 거래를 마무리했다. 분명히 다른 구에 살면서 자기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겠다는 식으로 말한 사람이, 우리 동네에 아는 형을 보내서 거래를 했다는 게 나중의 설명인데 당황스럽긴 했다. 이 사람도 흠이 있는 물건을 샀는데 잘 쓰는지 구매 후 연락이 없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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