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작품들은 쌓였지만 우선 순위를 정하기조차 어려워 즉흥적으로 감상할 작품을 선택 중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넷플릭스 신작인 애덤 프로젝트를 괜찮게 봤다는 몇 개의 글 때문인지 이 영화를 봤다.
보고 나니 이 정도의 퀄러티라면 영화 평점이 6~7점대가 나올 듯 싶었다. 일단 전형적인 라이언 레이놀즈 영화라고 하겠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진지하다가도 경박한 코믹 연기를 크게 뒤섞는 캐릭터들을 계속 맡아왔다. 이 영화에서도 인류의 위기를 막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은 연기를 한다.
영화의 핵심 장치는 시간 여행이다. 시간 여행은 아직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설 타임 머신의 등장 이후로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그렇지만 시간 여행에 대한 탐구가 그다지 깊어진 듯하지도 않다. 시간 여행은 여러 역설을 낳을 수 있는데, 그 중에는 과거의 자신과 미래에서 온 자신이 만날 수 있느냐가 있다. 어떤 작품들은 마치 도플갱어가 서로 만나면 안 되듯이 두 존재가 접촉하면 큰 일이 나는 걸로 설정하고, 이 작품처럼 둘이 만나서 협력하기도 대치하기도 하는 설정도 있다. 다른 서사도 그렇지만 이 영화의 설정이 얼마나 과학적인가는 의문스럽다.
영화에서 백 투 더 퓨처가 직접 언급되는 것처럼 애덤 프로젝트는 미래의 나가 과거로 와서 자신의 부모들과 만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작은 키 때문에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약하고 문제아같은 어린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과정이 더욱 인상적으로 전개된다.
가장 큰 감동 포인트는 영화 거의 말미에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아버지가 어린 아들 및 장성한 아들과 동시에 캐치볼을 하는 풍경이다. 마크 러팔로 캐릭터는 설정상 죽음을 앞둔 상태이고, 2022년의 어린 아들은 좀 어린 2018년 아들보다 캐치볼을 잘 했고, 장성한 아들은 아마 아버지와 비슷하게 나이를 먹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영화 초반 미래의 자신과 2022년의 어린 자신은 아버지와 아들과 유사한 성격을 나타냈다. 아버지는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지만 자신의 분신이라 할 아들이 잘 성장했다는 미래를 보며 안심했다.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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