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의 등장으로 디즈니의 최신 애니메이션을 상당히 빨리 집에서 볼 수 있다. 버스광고를 통해 몇 번 접한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인사이드 아웃'을 재밌게 본 어린 딸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아내의 타박과 우려를 극복해야했다.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인데 영화의 설정이 독특했다. 토론토의 화교 가족이 중심인데, 얼핏 보면 마치 중국 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극중 의상을 두고 동북공정이라는 논란까지 일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제작사가 다름 아닌 미국의 디즈니임을 생각하면 중국 정부의 입김이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제작 영상에서 감독 자신이 귀화한 캐나다인이라는 점도 언급되었다. 그렇지만 작품에서 메이의 질긴 핏줄의 끈이 중국 명나라의 어떤 여성, 가족을 지키기 위해 레서 판다와 일체가 된 그 여성과 연결된 것 또한 사실이다. 캐나다인이지만 도미 시 감독의 피가 중국계임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동북공정이니 하는 반응은 한국 내에서 고유한 현상이고, 작품의 큰 의미는 청소년 여성의 성장 과정이다.
제작 영상에서 분명히 나오듯 이 작품은 '바오'로 스타덤에 오른 도미 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감독은 자신의 십 대 시절 체험을 많이 녹여냈다. 공간적 체험은 물론 시기적으로도 그렇게 설정한 걸로 보인다. 13세로 나오는데 한국으로 치면 중1, 2학년 정도일 터이다.
주인공인 메이 리가 어느 날 사춘기가 시작되고 그러면서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레서 판다로 변신한다. 여러 설정이 있지만 무엇보다 생리대를 챙기는 어머니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이 붉은 레서 판다로 변하는 건 초경의 이미지와 크게 겹친다. 임신이 가능해지고, 만약 아이를 낳으면 어머니가 되기 때문에 이제는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에 근접해간다. 하지만 작품의 설정에서 메이의 윗대에서는 여성들이 레서 판다로 변하는 시기가 거의 성년이 되어서로 나온 듯 하여 변신이 초경과 일대일 관계는 아닌 듯 하다. 설정상의 오류로도 보이는데 적어도 메이의 경우에는 사춘기와 레서 판다 변신이 일치한다.
나의 감상으로 따지면 큰 감흥은 없었다. 딸 아이는 또 보고 싶어하고, 레서 판다 그림을 자꾸 보여달라고 하니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 사람보다 더 큰 '괴물' 레서 판다를 보면서는 무섭다고 했다. 아직 사춘기에 못 미치는 아이는 자신이 곧 겪게 될 커다란 변신의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는 듯 하다. 하지만 사춘기의 괴물은 아니지만 다른 괴물 혹은 야수는 이미 자신 안에 갖고 있는 듯 하여 슬프다. 사춘기의 괴물까지 추가되면 어찌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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