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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The Gilded Age ep4까지

by wannabe풍류객 2022.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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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데드의 새 에피소드가 방영되고, 여러 OTT에서 작품들이 쏟아져 이제는 따라가길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HBO의 신작들은 거르지 않는 편이다. The Gilded Age는 무엇보다 캐리 쿤이 주연이라 놓치기 싫었다. 이 드라마는 인간관계보다도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의 시대상을 대강이나마 파악하기에 좋아보여 꾸준히 본다.

각본은 다운튼 애비로 유명한 줄리언 펠로우즈가 맡아서, 드라마의 진행도 비슷하다. 차이라면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귀족이 있었던 반면 미국은 흉내내는 귀족이 있었다는 점인데, 재미있게도 이 신대륙의 유사 귀족들도 급을 나누고 새로운 유사 귀족은 차별하고 있었다. 캐리 쿤은 이 하대받는 신흥 유사 귀족, 상승 욕구로 가득한 여성을 연기한다. 다운튼 애비처럼 귀족들간의 이야기뿐 아니라 저택 안의 온갖 계급, 직업의 남녀노소 캐릭터들이 세분화되어 진열된다. 다운튼 애비처럼 이 “도금 시대”도 큰 변화의 시기이기 때문에 이런 낮은 계급의 인물들에게도 신분 상승의 기회가 찾아올 터이나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다. 러슬 부인을 담당하는 하녀(라기엔 조금 높은 신분?) 정도가 명확한 상승 욕구를 드러냈고 4편에서 매우 적나라하게 실행에 옮겼다.

드라마의 큰 줄기는 포스터 이미지에서 드러나듯 큰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저택의 주인, 반 라인 가문과 러셀 가문의 갈등을 축으로 둔다. 반 라인 가문은 이름으로 보건대 네덜란드 출신 정착민의 후예인 듯 하나 4편의 집사들의 대화에서 나오듯 영국식 귀족 예법을 지키며 산다. 러셀 가문은 미국 전역에 깔리는 철도망의 큰 축을 담당하는 회사의 주인이다. 그들은 뉴욕 상류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중심지에 유럽식 고급 주택을 건설하였으나, 뉴욕 사교계로부터 진입을 차단당했다. 그러나 남편이 자본으로 구 귀족들을 굴복시킬 수 있었듯이, 아내도 남편의 힘을 이용해 여성들의 사교계에 서서히 진입한다.

사실 캐리 쿤은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연기해서 큰 인상을 남겨왔는데, 이번 작품은 시대적 배경상 여성의 역할이 제한적이라 그녀가 가장 이름이 먼저 등장하는 메인 롤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역량을 펼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직까지는 캐리 쿤보다는 젊은 흑인 여성 캐릭터인 페기 스콧이 당시의 반항적 여성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자본가 백인 부인과 남북전쟁 직후의 흑인 여성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4편을 보건대 페기가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글로 쓸 것이 예고되고 있어서 그녀의 글이 이 드라마의 많은 여성 캐릭터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가 궁금하다. 드라마는 포스터부터가 두 부인들의 대립으로 그려지고 있고, 반 라인 가문은 여성 두 명이 이끌어간다. 하층 계급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 캐릭터들이 더 두각을 드러내고 있어서 이 드라마는 여성 드라마라고 볼 수도 있다.

페기 스콧은 흑인들에 대한 전형적 묘사를 거부하는 의지가 드러난 캐릭터다. 메릴 스트립의 딸이 연기하는 매리언은 가난한 백인 여성으로 출발하여, 페기 스콧의 금전적 도움이 없었다면 고모들이 있는 뉴욕에 갈 수도 없었다. 페기는 브루클린에 집이 있는데 그다지 가난한 집안 출신도 아니었다. 그러나 매리언은 뉴욕의 번듯한 귀족인 고모들과의 삶이 편안해진 이후 페기를 동정하여 4편에서 갑자기 브루클린의 페기 집에 찾아가 이상한 선물을 하려했다. 19세기 흑인의 경제적 지위에 대한 편견을 깨려는 의도가 명확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당시 흑인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가 백인과 동등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페기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흑인 가족의 여성이기 때문에 참정권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승하는 캐릭터의 또 하나의 대표자는 매리언을 펜실베이니아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변호사 탐 레이크스다. 그는 이제 귀족 가문의 일원이 된 매리언의 부를 노리며 청혼하는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매리언의 둘째 고모의 실패한 연애 사건의 남성과 달리 그 자신이 뉴욕의 법조계에서 상승의 사다리에 올라탄 인물로 그려진다. 떠오르는 분야인 재산법? 자산법?을 전공한 그는 단시간에 법조계에서 인맥을 쌓고, 극의 설정상 뉴욕의 최상류층이 앉을 수 있는 좌석에 앉아 사교계의 여성들과 격없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자신보다 낮은 계급의 인물이라 남편감이 맞을까 고민하던 매리언은 자신이 귀족 고모를 두었지만 자신은 실상 한 푼도 없기에 이제 레이크스가 오히려 자기를 거들떠보지 않을까 염려하게 되는 듯 하다.

드라마가 시즌2가 제작된다하니 폭발적 호황기의 큰 변화가 드라마의 여러 캐릭터들을 긴 운명의 롤러코스터에 태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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