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실수로 떨어뜨린 칫솔이 변기 속에 들어간지가 어언 2주가 넘은 듯 하다. 처음 이야기를 듣고는 눈에 보이지 않아 정말인지도 의심스러웠다. 이제와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후회스럽지만 물을 내리고 이후 몇 번 사용하며 변기가 막힌 걸 확인하게 되었다.
이걸 어떻게 꺼낼 것인가. 여러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참 여러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우선 옷걸이를 갈고리처럼 만들어서 작업을 시작했다. 실패.
인터넷 쇼핑으로 집게처럼 생긴 도구를 사봤다. 유연하게 생겨서 깊숙한 곳까지 걸린 물건도 잘 꺼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걸린 지점을 몰라서인지 결국 실패. 짧은 것, 긴 것 세트로 샀지만 다 실패다. 집는 부분이 십자형으로 네 갈래인데 변기 안에서 움직이다보니 계속 휘어서 나중에는 스프링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지인이 마침 최근에 변기에 칫솔이 빠졌는데 그걸 빼낸 도구가 있다며 빌려줬다. 이름이 빼부러였던가, 끝부분에 빙 돌아가며 이중으로 낚시 바늘 같은 게 박혀있다. 하지만 일단 무언가 바늘에 걸리면 나오겠지만 이게 변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가 길지 않아서인지 아무리 해도 칫솔은 나오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청소기로 빼내는 방법도 시도해봤다. 변기에 보이는 물을 다 제거한 다음 청소기에 에어컨용 호스를 결합하여 빼내는 방법인데 그럴 듯하게 보였다. 하지만 몇 번 시도 후 결과는 실패였다. 아무래도 변기를 사용하지 말아야하는데 더 사용하고, 여러 도구로 쑤시다보니 칫솔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듯 싶었다.
그리하여 내시경을 구매해서 위치를 찾아보고 작업을 할까도 고민했다. 알리에서는 비싸지 않게 내시경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알리 구매는 배송 기간이 몇 주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며 집 안의 다른 변기를 사용하며 여러 나날을 보냈다. 사람을 부르면 돈이 많이 들 걸 알기에 가능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오늘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보기로 했다. 네이버 지역카페에 추천된 곳이 있긴 하지만 주로 네이버 지도를 통해 인근 업체들을 검색하고 나름 순위를 정해 전화를 돌려봤다. 첫번째는 출장비가 없고 못 뚫으면 돈을 안 받겠다는 문구가 유혹적이었다. 전화를 하니 기본 도구로 4만원에 석션기를 쓰면 9만원에 만약 변기를 뜯어내면 18만원이라는 답을 받았다.
다음 업체는 네이버 지도에서 리뷰가 변기 뚫는 주제로는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리뷰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자 금세 귀찮은 말투로 변하더니 다른 전화가 왔으니 필요하면 문자하라고 한다. 이 업체의 비용은 아까보다 더 비쌌다. 그래서 다른 곳에 전화를 하려던 차에 첫번째 업체가 5만원에 뚫어주겠다며 딜을 제안하여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나지만 말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업체에서는 한 분이 석션기를 들고 오셔서는 세 번 정도 빨아들이기를 해보았다. 집안의 진공청소기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인데 이건 물까지 빨아들이는 게 차이다. 습식이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석션기로 왠만하면 되길래 5만원 받는다고 했지만 이제 내시경을 이용하여 위치를 파악하겠다며 비용은 10만원을 불렀다. 애초의 금액은 석션기만 써도 9만원이니 만원 더 받고 다른 장비까지 쓴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하는 모양이었다.
내시경 장비가 내가 알리에서 사려던 것과는 다르게 생겼다. 긴 관을 넣는 게 아니라 작고 뭉툭한 카메라부분이 아주 가는 선으로 모니터 장비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물을 내릴 때 막힌 게 없다면 변기 끝까지 내려가 하수관까지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칫솔이 막고 있어서 처음엔 별로 안 들어갔고 그걸로 칫솔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업자께서 만능 관통기? 스프링 청소기?를 막 쓰더니 그 작은 칫솔이 스프링의 끝에 딱 끼워져서 빠져나왔다. 관통기를 보며 또 이름을 생각하며 막힌 걸 뚫는 걸로 생각했더니 끼인 걸 빼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찌되었건 단시간에 너무 빨리 끝난 작업이라 10만원을 드리기가 아쉬웠지만 관통기로 칫솔을 끼워 빼내는 기술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거라 생각한다.
'Tempo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Gilded Age ep4까지 (0) | 2022.02.16 |
---|---|
메릴 스트립의 딸들 (0) | 2022.02.16 |
Euphoria의 시즌2가 되어서야 알게 된 사실 (0) | 2022.01.19 |
맨 온 더 하이 캐슬 (높은 성의 사나이) 시즌 1~4 (0) | 2022.01.13 |
매트릭스 레저렉션 (0) | 2021.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