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명한 시리즈가 돌아왔다. 영화가 개봉하는 걸 안 지는 몇 달 되었는데 그 때에도 그다지 흥분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해보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다, 절대 보지 말라는 관람평을 내놓았다. 봤던 장면이 많다, 액션이 별로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즉각적인 시각의 만족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화의 시작부터 1편의 유명한 오프닝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아무리 어떤 작품이 잘 되면 단순히 돈을 위해 후속 영화를 만드는 게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자기복제는 허용 범위를 넘는다. 하지만 같은 장면이지만 다른 배우가 연기했고, 무엇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캐릭터들이 장면 속에 있다.
이는 우리가 알던 매트릭스 1~3편이 이번 영화 속에서는 네오가 만든 컴퓨터 게임이라는 설정을 알리는 설명 방식이다. 이런 식의 전개는 매우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건대 나이를 먹은 네오는 매트릭스 1~3편을 자기가 만든 게임으로 알고 있지만, 영화 속의 진실은 매트릭스 1~3편이 실제 역사였고, 기계들이 네오에게 다른 기억을 심었다는 거다. 나중에 보니 원래 네오와 트리니티는 죽었는데 그걸 기계들이 부활시킨 것처럼 나오는데 왜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인간들의 구세주인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저항하려는 심리를 유발해 인간 숙주의 에너지를 더 잘 빨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던가? 만약 그랬다면 무서운 설정이긴 하다.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저항을 무조건 억누르는 게 아니라 통제가능한 범위에서 오히려 조장한다는 것이니. 영화는 그런 기계들의 희망이 무너지는 과정이다.
가장 재미있는 건 네오와 스미스가 게임 회사에서 일하는 와중에 스미스가 말하는 매트릭스 4편 제작의 이유다. 그들의 모기업인 워너브러더스가 요청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글에 따르면 실제로 워쇼스키 자매 감독은 워너로부터 후속작을 하자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고 거절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살릴 수 없는 걸 살리다보니 영화는 통상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여러 변칙적인 방법을 고안하여 이전작들과의 연결성을 확보해야했다. 만족스럽진 않아도 그럴 듯하게 4편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고는 생각한다.
- 영화 감상 직후 여기까지 적고 진척되지 못했다. 이터널스를 보고나니 이번 매트릭스와 설정상의 상당한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수를 불려 셀레스티얼을 만들어낼 동력을 삼는다는 거나 기계들이 인간들의 에너지를 뽑아내기 위해 역설적으로 반란을 조장하는 거나. 이터널스에서 인간 역사의 대규모 전쟁이 기술, 의학 발달을 촉진시켜 오히려 인구 폭발에 기여했다고 나온다. (21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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