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의 신작 듄이 그럭저럭 성공을 거둬서 며칠 전에 파트2가 만들어지기로 결정되었다. 원래 최소 2부작을 염두에 둔 구성인데 제작사에서 일단 1편만 만들어보자고 하였던 것이다. 처음 만들 때는 코로나19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제작사의 선택이 정당했다. 이제 코로나와의 삶이 장기화되고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며 극장 상영을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를 세계 여러 곳에서 상영하고 많은 관객이 찾아 제작비를 충당하고 이익을 남기는 단계로 갔다는 면에서 코로나 시대의 변화상을 실감하게 되는 일면이라 하겠다.
영화 제목은 오프닝에서는 파트1이라는 표시가 붙지만 엔딩 크레딧에서는 그냥 듄으로 나온다. 영화가 2편 없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일 수 있지만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는 이야기가 종결되지 않고 무언가 더 나와야하는데 이 조각난 스토리를 그냥 '듄'이라는 영화로 받아들여야만 했다면 억울했을 것이다. 1980년대 데이빗 린치의 듄은 엄청난 스토리 압축이 있었지만 서사가 완결되긴 했다.
극장에서 듄을 본 후 이전에 보다가 포기한 린치 버전의 듄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소설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빌뇌브 버전의 듄과 같은 부분이 매우 많아서 린치도 원작을 충실히 따르려고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어찌 되었건 서사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없었다. 주인공 폴을 연기한 카일 매클라클란은 티모시 샬라메 못지 않게 젋어보였고, 그의 미모도 훌륭했다. 하코넨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두 영화에서 완전히 달랐는데 이에 대해서는 빌뇌브의 인터뷰에 해명이 있었다. 린치 버전에서는 코믹하게 묘사가 된 반면, 빌뇌브 버전에서는 하코넨 사람들이 나올 때마다 공포스럽게 연출되었다. 베네 제서리트에 대해서도 두 영화가 크게 달라서, 린치 버전은 빌뇌브 버전과 달리 베일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사실 극장에서는 영화가 어둡게 상영되어서 베일 속 인물의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램플링이 연기를 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놀란 건 프레멘들이 아랍인들처럼 묘사된 부분인데 원래 허버트가 그렇게 설정했던 모양이다. 스파이스는 석유의 은유가 분명했다. 그런 면에서는 린치 버전의 차니가 숀 영인게 미스 캐스팅이라 하겠는데, 당시 제작 환경에서는 whitewashing이 더 심했으리라. 또한 영화에서 폴은 메시아로 그려져서 이는 이슬람교도 아니고 기독교도 아닌 설정인 듯 한데 서기 만 년이 넘은 시대 우주 어디인가에서는 또 메시아 전설이 생겨났다고 해서 탓할 수도 없다.
최근 애플에서 파운데이션을 방영하여 기억 환기 차원에서 하루에 조금씩 전에 사 둔 파운데이션 소설을 읽는 중인데 여기도 먼 미래의 일일 터인데 문명이 쇠퇴하여 우주 제국 상당 부분에서 원자력 기술을 상실하여 과학이 신학으로 여겨지는 퇴보를 그리고 있었다. 듄의 세계는 일부러 컴퓨터, AI를 쓰기 않는 걸로 설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우주선은 날아다니고 먼 우주를 순간 비행할 수도 있지만 무기 체계는 매우 원시적 혹은 중세적이다.
린치의 듄을 통해 빌뇌브 버전의 파트2에서는 전쟁에서 보이스 공격이 주요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걸 보게 되는데 이걸 웃기지 않게 어떻게 연출할지도 관건이다. 무시무시한 캐릭터인 폴의 동생은 누가 캐스팅될지, 스팅이 연기한 캐릭터는 누가 캐스팅될지도 궁금하다. 스팅 캐릭터는 꽤 강력한 인물인 듯 한데 린치 버전에서는 너무 분량이 짧았다.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부분이 있는지 몰라서 일반 극장에서 봤는데 기회가 되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고 싶긴 하다. 일반 극장에서도 사운드 하나만큼은 확실히 좋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바티스타 캐릭터가 영화 초반에 어떻게 아라키스를 아트레이디스에 줄 수 있냐며 분개하는 장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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