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신작 드라마들이 연신 화제를 모으고 흥행을 하고 있다. 올해 후반기 DP,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에 이어 지옥까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워낙 글로벌 차원의 인기를 끌어 넷플릭스에 많은 부를 안겨주었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덜한 인기를 끈 작품들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수입에 도움이 되는 것일지 궁금하다. 넷플릭스에게는 신규 가입 증가가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구독을 갱신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혹은 구독을 취소하는 사람이 적어지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하니 여럿이 모여서 파티를 구성해 가족 계정으로 구독하는 형태라는 걸 굳이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에서 적극적으로 막지 않는 것도 장기 고객이 많기 때문일 듯 하다.
지옥에 대한 감상을 적어보자. 이 작품에 대해서 연상호 감독의 초기작에 대한 반응보단 덜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종교를 다루기 때문이기도 하고, 노인에 대한 폭력 때문이라는 감상도 보았다. 나는 6부작의 후반부 에피소드들에서 아기가 지옥에 갈 것이 예고되며 아기를 세 명의 저승사자(?)들이 참혹하게 죽이는 장면이 연출되면 어떡하나 걱정하였다. 서울역 때까지만 해도 이 감독의 표현 수위는 높았기 때문에 더 우려가 되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납득은 안 되는 문제가 남는다.
의문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봐야겠다. 시리즈 전체를 봤을 때 "송소현 아기"(아이를 병원에서 낳고, 특히 NICU에 보내본 부모는 이런 식의 표현의 사실성과 이상함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왜 지옥에 가지 않는가와 시리즈의 엔딩이 죽어서 지옥에 갔다는 박정자가 어떻게 현세에서 되살아나느냐가 2대 의문으로 남는다.
소위 "천사"의 고지를 받은 사람은 예외없이 예정된 시각에 죽는 걸로 설정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송소현 아기의 경우는 부모가 아기를 감싸면서, 그 때 박정민 배우의 캐릭터인 아기 아빠가 아기를 보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세 명의 사망이 아닌 부모만의 사망으로 귀결되었다. 비극적이지만 아름다운 이 장면은 고지에 이은 처벌과 죽음이라는 패턴을 벗어났기에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한 사건이 되었다. 인간의 종교적 심성으로는 죄를 지었기에 지옥에 가야하는데 갓난 아이,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 된 아이가 죄를 지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새진리회에서도 이 예외적 사건을 무조건 덮어야했다. 죽을 죄를 안 지었어도 고지를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간은 누구나 조금씩 잘못이 있고, 양심의 가책을 안 가진 사람도 별로 없기에 죄를 추궁하는 게 문제가 안 되지만 아기에 대한 고지는 해석해내기가 어렵다. 어떤 글에서는 다른 사람의 경우 몇 날 몇 시에 "죽어서" 지옥에 간다고 했는데, 송소현 아기는 죽는다는 고지가 없이 지옥에 간다고만 하여 현실이라는 지옥에 가는 거라는 내용을 봤는데 사람마다 고지 내용이 조금 달랐는지 확인해봐야겠다.
박정자 죽음의 시연은 새진리회가 우뚝 일어서서 사회를 통제하는 단체가 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그녀의 죄는 명확하지 않지만 아이 둘의 아버지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죄가 상상되어 추궁되었다. 지옥에서 돌아온 그녀는 죄가 없기 때문에 돌아온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아까 읽은 어떤 글에서는 송소현 아기 때 목숨 하나 데려갈 걸 둘을 데려갔으니 한 명을 다시 토해낸 게 아니냐는 장난스럽지만 수학적으로는 합당한 해석도 있었다. 죽은 육신의 부활은 예수가 행한 기적이었지만 이 사람은 며칠이 아니라 몇 년 후에, 아직 제대로 썩기 전의 시체도 아닌 완전히 타버린 육체로부터 부활하는 더더욱 인간의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키며 돌아온다.
유아인 배우가 연기한 정진수 의장은 무려 20년 후에 죽어서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았다(정진수의 이름을 지저스에서 차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봤는데 그에게 간단히 말해 회개하라고 줄기차게 외치는 메시아적 측면이 있지만 그 이상의 동일시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남겨진 시간이 긴 경우는 드라마 상에서 없었던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정진수는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여 하나의 설명 방식을 만들어냈고 고지에 대한 경험도 없고 생각도 못 해본 사람들은 정진수의 해석을 진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 자신이 인정하듯이 평생 선행을 여러 번 행했고 새진리회 의장인 자신조차 지옥에 가는 마당에 누군가 꼭 죄를 지어서 그 결과로서 지옥에 가는 패턴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송소현 아기가 그 점을 증명한다. 하지만 왜 "지옥"에 가느냐는 문제적이다. 지옥은 중립적인 곳이 아니라 종교적이고 처벌의 의미가 담긴 상상적 사후 세계이다. 그러므로 해석은 종교적일 수밖에 없다.
송소현 아기의 경우는 재미있는 것이 말도 못 하는 아기에게 고지가 되어 며칠 만에 지옥에 간다고 예고된 부분이다. 그것도 하필 아이 엄마가 해서는 안 될 병실 내 휴대폰 동영상 촬영을 하여 녹화가 되는 시점에 이루어져서 지독한 우연의 일치를 보였다. 만약 아이 엄마가 없었다면, 엄마가 있었어도 녹화를 하지 않았다면 이후의 전개는 매우 달랐을 것이다. 그 장면은 그렇기에 극적 전개를 위한 작위적 세팅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아이는 그런 고지를 이해할 수도 없고 그러므로 고지를 받은 어른들처럼 패닉에 빠지지도 않고 그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노력할 뿐이다.
- 21년 11월 30일에 여기까지 적고 멈췄지만 그대로 공개한다. (22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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