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에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드라마로 공개했다. 제작되고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기에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원작은 수 년 전에 다 읽었지마 좋은 sf소설이었다는 느낌 이외에 세세한 부분은 거의 다 잊어버렸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몇 개 봤는데 등장 인물들의 설정이 바뀌었다는 것도 그 때서야 알게되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와 우주 제국 시리즈에 이어서 나오는 연대기 같은 거라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로봇과 우주 제국 시리즈는 1990년대에 잘 모르는 출판사에서 나와 이제는 절판 상태다. 파운데이션의 끝이 로봇에 대한 이야기라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런 연대기라는 걸 알게 되니 납득은 간다.
소설에서 기억나는 건 트랜터의 압도적인 비주얼로, 이는 학술 논문(서적?)에서도 인용될 정도였다. 원작에 충실한 묘사인지 확인이 필요하지만 드라마 속 트랜터는 그다지 감명 깊은 풍경을 보여주진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세 명이자 동일인의 클론인 황제들이다. 아무리 같은 사람의 복제품이라지만 인격의 독립성을 생각할 때 애초에 이런 시스템이 잘 굴러갔다는 게 이상하다. 셀던의 예측처럼 제국이 무너지려할 때 이 세 황제들의 결속도 약해지고 있었다. 처음에 셋의 호칭이 뭔가 했더니 미국 리뷰에서 dawn, day, dusk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인생이 시기를 하루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으로 비유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핵심인 셀던의 심리역사학도 간단히 소개가 되었다. 소설을 보며 정말 이런 학문이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만약 삼체의 세계관을 받아들인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파운데이션 세계에서는 인간 이외의 외계의 고차원 생명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드라마에서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고, 현란한 그래픽으로 미래를 보여주는데 추상적인 형태라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할 수 없어보였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주요 캐릭터 몇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원작은 너무 남성중심이라니 요즘 분위기와 맞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원작 팬들의 원성을 많이 받고 있는데 원작을 대부분 잊어버린 나로서는 받아들일만했다. 갑자기 셀던의 조수와 천재 소녀가 사랑에 빠진 건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야 빨리 악조건의 터미너스에서 후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
영미 매체들의 전반적인 평은 최소한 우호적이진 않다. 건조한 원작을 드라마화하기 위해 캐릭터들을 바꾸고 갈등 요소를 더 집어넣었지만 개개인의 행동이 심리역사학적 구조를 바꿀 수 없는 무력한 상황 때문에 드라마가 재미있기 어렵다는 진단이 납득이 된다. 물론 3만 년의 혼란을 노력하면 1천 년으로 바꿀 수 있다니 큰 차이라 할 수도 있는데 개인의 인생사를 생각하면 200년 앞도 잘 생각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우려를 안으며 애플의 파운데이션은 전진한다. 주말에 나올 3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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