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로키가 6편으로 끝났다. 그런데 보통의 마블 영화, 드라마와 달리 이번 피날레는 소위 '쿠키 영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있긴 한데 사람은 등장하지 않고 짧게 로키가 시즌 2로 돌아온다는 글씨를 볼 수 있다. 완다비전과 팰컨과 윈터 솔져가 짧은 시리즈로 끝난 반면 로키는 시즌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주인공 외에 여러 유명 배우가 등장하여 마블의 이전 드라마 두 개와 차이가 나더니 역시나 그 인물들을 썩힐려는 게 아니었다. 그리하여 글의 제목은 어제까지는 Loki finale로 쓸 줄 알았으나 시즌1의 끝으로 적어야했다.
예정대로 누가, 왜 TVA를 만들었는지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설명된다. 이미 예상이 나온 것처럼 Kang the conqueror가 거의 확실시되는 인물이 여기서는 He Who Remains(HWR로 약칭하기로 한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러브크래프트 컨트리의 주인공 조내선 메이저스가 연기한다. 그가 2023년 개봉 예정작 앤트맨과 와습: 퀀터매니아에 Kang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 이미 결정되었다.
31세기라는 먼 미래에 과학자인 HWR가 멀티버스를 알아냈고 다른 우주의 같은 인물들도 마찬가지라 서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류츠신의 소설 '삼체'는 행성간 갈등을 다루지만, 그 소설의 논리를 따르자면 멀티버스에서는 우주 간의 전투가 불가피할 것이다. 다중우주에 대한 긴 스토리로는 예전 드라마 프린지가 있었는데 당시에도 두 우주의 갈등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찬가지로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보쿠라노'도 유사한 주제였던 것 같다.
다중우주 간의 전쟁의 피해가 막심하기에 얼라이오쓰를 통제할 수 있게 된 HWR가 TVA를 만들어 신성한 타임라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31세기의 우주간 전쟁을 경험한 그가 TVA를 만들어 전쟁 방지를 꾀하는 건 납득이 된다. 톰 히들스톤의 로키는 그런 설명을 납득했지만, 실비는 평생을 TVA로부터 쫓겨 살아온 복수를 멈추지 못 하고 HWR를 죽인다.
이 과정은 혼란스러운 점이 있다. HWR은 로키와 실비가 찾아오는 전 과정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 둘을 초대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그 둘이 마침내 자신을 찾아온 그 시점에 갑자기 문턱을 넘어버리며 그가 더 이상 모든 일을 미리 알지 못 하게 되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로키와 실비가 자신을 대신해 TVA를 운영하여 신성한 타임라인을 유지하거나, 혹은 자신을 죽이고 광란의 멀티버스를 초래해 자신의 또 다른 버전들, 훨씬 악당인 버전들을 마주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게 된다.
HWR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TVA를 만들어 관리했던 모양이고 지쳐보였다. 그 스스로의 말처럼 살과 피로 만들어진 인간의 신체로서 그가 얼마나 오래 살아왔는지 궁금하고, 만약 100년이 넘는 시간을 관리했다면 어떻게 그렇게 했을지 의문이다. 그런 점은 TVA의 직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어떤 타임라인에서 납치하고 기억을 삭제한 이 인간들이 신체적으로 어떻게 노화를 방지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TVA에서도 시간은 가고 있을 터인데, 우리가 아는 시간의 흐름에 비해 아주 느리게 가고 있을까?
그래서 로키로 인해 광란의 멀티버스가 초래된다는 문구는 예전에 어딘가에서 읽어봤는데 결국 우리가 알던 그 로키가 아니라 실비 버전의 로키로 인한 거였다는 게 밝혀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멀티버스는 존재하고, 그게 정상인데 HWR 덕분에 우주 간 전쟁이 없다가 그가 실비에게 죽으면서 다시 시작된다가 될 것이다. 그는 죽으면서 다시 보자고 했으므로 그의 얼굴을 한 다른 변종(들)을 보게 될 터이다.
기어이 실비와 키스를 하게 된 로키는 실비가 열고 그를 밀어넣은 시간문을 통해 TVA로 돌아오는데 모비우스가 로키를 알아보지 못 했고, 타임키퍼스의 큰 구조물 대신 HWR의 얼굴을 한 구조물이 서 있는 걸 발견한다. 리뷰글들을 보면 또 다른 TVA로 온 거라는데, TVA마저 여러 개일 수가 있나 싶다. HWR, 아니 Kang은 마블 코믹스에서 빌런이라고 하던데 TVA를 만들려는 Kang이 하나는 아니었던 것일까? 멀티버스로 가면 온갖 이야기들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재미있는 점도 있겠지만 가능성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또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자체가 언제나 다음 작품들이 있음을 예고하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주인공 히어로들이 극중 위험에 처해도 관객/시청자가 위기감을 느끼지 않게 되는 부작용이 진작에 있었다.
'Tempo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유기 설정의 어려움 (0) | 2021.07.25 |
---|---|
The White Lotus ep2 (0) | 2021.07.21 |
The White Lotus ep1 (0) | 2021.07.13 |
Loki ep5, Black Widow (2021) (0) | 2021.07.10 |
No sudden move (2021) (0) | 2021.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