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신인이었을 시절의 영화가 메멘토다. 당시 국내에서도 꽤 호평을 받았고, 나도 그 독특한 형식 때문에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스토리인지는 영화를 띄엄띄엄 몇 년에 한 번씩 봐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놀란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으로 배트맨 트릴로지,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점점 스케일을 키운 영화를 찍었고, 종종 중복되는 테마를 영화에 사용했다.
놀란 감독의 최근작인 테넷의 몇 가지 부분은 그의 출세작인 20년 전 영화 메멘토를 떠올리게 했고, 어젯밤에 메멘토를 다시 보았고, 이제는 영화의 스토리가 꽤 이해가 되었다고 느껴진다.
놀랍게도 몇 번 봤던 영화인데 완전히 잊혀진 장면이 많았다. 마약상인 도드는 처음 보는 캐릭터 같았고, 나탈리의 남자 친구인 지미도 생소했다.
영화를 예전에 처음 봤을 때부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마도 레너드 역할의 가이 피어스, 나탈리 역의 캐리 앤 모스, 테디 역할의 조 판토리아노 등이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던 시기에 LA 컨피덴셜, 매트릭스 등에서 각인된 배우들이라는 점이었다. 시간을 독특하게 접목시킨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새미에 대한 부분이 레너드의 조작된 기억이라는 점 정도는 계속 기억에 남았다.
테디가 정말 경찰인지 아닌지 헛갈렸는데, 스토리상 맞았고, 레너드와 아내를 공격한 진범 지미 G를 같이 잡아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레너드는 단기간의 기억만 가능하고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이미 복수를 끝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는 계속 다른 지미 G를 찾아다녔고, 테디는 그 과정을 이용하여 자신의 다른 욕심을 채우고 있었다.
가장 문제적으로 보인 부분은 나탈리가 자신의 애인의 옷을 입고 그의 차를 타고 온 한 낯선 이를 어떻게 그렇게 놔뒀느냐다. 레너드가 사진에 적어놓았듯 나탈리는 자신처럼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매우 공교롭게도 레너드 자신이 나탈리의 소중한 사람을 죽였다. 아마도 나탈리는 그런 사정을 짐작할 터이나 레너드가 정말 단기적인 기억만 가능한 걸 확인하고는 그를 조금은 이해하는 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드를 죽이는 일에 레너드를 이용한다. 아마 도드와 레너드가 얽혀서 누가 다치거나 죽더라도 아쉽지 않을 것이다. 나탈리 자신이 마약 거래 네트워크의 일원이고 공급책인 애인이 죽은 이상 그 일을 더 하기도 어려워졌다. 레너드가 도드를 처리했다고 믿자 나탈리는 테디마저 해치우기 위해 레너드를 이용한다. 레너드가 테디의 사진 밑에 그의 거짓말을 믿지 말라고 적어둔 덕에 일련의 사건은 레너드가 테디를 죽이도록 흘러가고 만다. 공교롭게도 테디라고 불린 형사도 지미 G라는 흔한 이름을 쓰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도드건 테디건 나탈리는 레너드를 통해 비교적 안전하게 자신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게 되었다.
메멘토에는 남편을 시험하기 위해 부인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장면이 몇 번씩 등장한다. 테넷에서도 기찻길 사이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장면이 등장했다. 메멘토의 첫 장면이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장면인데, 테넷의 인버전이 바로 그런 식으로 현재 시점의 인간들에게 보인다.
메멘토는 이번에 본 이후로 비교적 가까운 시일에 한 번 더 본다면 더 명확히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나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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