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시리즈를 미약하나마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꽤 만족스러웠다. 전자기기의 발전 수준이 요즘과 비교할 수 없는 80년대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 스타워즈는 시골 소년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비디오가 없어 복습할 수도 없고, 지상파 몇 개 채널만 나오니 재방송을 몇 번씩 볼 여지도 없고, 딱히 스타워즈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없는 마당에 이제는 스타워즈 4, 5, 6으로 알려진 영화들의 스펙타클외에 스토리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었다. 사실 지금도 이 시리즈의 타임라인을 잘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20대가 되어서야 이 시리즈를 잘 아는 사람의 설명을 듣고, 다시 보며 조금 더 알게는 되었지만 더 이상 어린 소년 시절의 흥분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많이들 공감하듯 로그 원이 그나마 4, 5, 6 이후 작품들 중 가장 좋았고, 만달로리안 시즌 1, 2는 다른 층위의 즐거움이겠지만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재미의 핵심은 이제는 이름이 그로구로 밝혀진 아기 요다에 있었다. 시즌 2에서 그로구의 능력을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능력보다는 개구리 알을 자꾸 훔쳐먹는 개그 캐릭터로서 더 인상이 깊게 남는다. 그로구는 이번 시즌에 납치를 당하고 구출되지만 결국 만도의 곁을 떠난다. 유사 부모자식(부자라고 쓰려고 했지만 요다 종족에 성별이 있는지 알 수 없음을 깨닫는다) 관계로 발전한 이 둘을 갈라놓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스타워즈의 핵심 루크 스카이워커의 등장 때문이었다. 시즌 피날레에 등장한 루크의 얼굴이 실물같아서, 누군지 비슷한 사람을 잘 찾았다 싶었지만 다른 배우에게 CG로 얼굴만 입혔다고 한다.
시즌이 끝난 후 쿠키 영상 같은 장면을 보며 처음에는 보바 펫 이야기가 다음 시즌의 스토리거나 혹은 만달로리안이 끝나고 별도의 보바 펫 시리즈가 시작되는구나라고 이해를 했지만 아닌 모양이다. 읽어본 몇 개의 뉴스, 게시판 글들을 보면 그냥 만달로리안 시리즈가 이어질 것 같다.
루크가 그로구를 데려가 교육시키기로 하면서 사람들은 스타워즈 7, 8, 9의 메인 캐릭터인 한 솔로의 아들 벤/카일로 렌이 그로구를 죽인 것 아니냐는 추측을 많이 내놓고 있다. 벤이 제다이 수련생들을 죽이는 사건이 불과 25년 후라고 하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로구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25년 후라도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이번 시리즈에서 우주를 구할 운명인 듯한 그로구에 대한 묘사를 생각하면 그렇게 허무하게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구가 우주를 구하려면 그만한 위기가 도래해야하는데 스타워즈 7, 8, 9의 스토리라인에 갑자기 그로구가 들어갈 여지는 없어보이고 9 이후의 시간 속에서 역할을 찾아야할까 모르겠다.
시즌 2는 마지막 편의 마지막 장면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낀 모양새인데 사실 1, 2편까지는 너무 단순한 스토리 때문에 불만을 가졌다. 거대 괴수를 죽이는 걸로 에피소드 수를 보충할 것인가라는 의심을 했다. 하지만 주연이면서 시즌에 한두 번 얼굴을 공개하는 페드로 파스칼이 그로구를 위해 가면을 벗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시리즈 자체가 만도와 그로구의 동행기인데 이 둘을 갈라서 어떻게 다음 시즌이 구성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만돌라리안이 끝나는 건가 생각을 한 것인데, 디즈니가 이렇게 인기를 얻는 시리즈를 곧장 폐기할 것 같지도 않다. 그건 존 파브로의 생각이 있을 테니 믿고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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