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드디어 30년만에 잉글랜드 축구 1부 리그 우승을 이뤘다. 누구나 당연히 프리미어 리그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 1부 리그가 출범하기도 전에 리버풀으 마지막 우승을 맛 봤다. 1990년까지만 따지면 리버풀은 잉글랜드 축구에서 리그를 18번이나 우승한 최강자였다. 그런 팀이 다시 우승하는데 30년이 걸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 했을 것이다.
30년간 리버풀이 리그 우승을 하지 못 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리버풀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다른 클럽들의 면면을 보면 퍼거슨 시절의 맨유, 벵거의 아스날,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지배한 첼시, 오일 머니와 과르디올라가 이룬 맨체스터 시티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뛰어난 감독들, 리그의 글로벌화 및 상업화의 가속, 이에 따른 새로운 국제 자본의 잉글랜드 클럽 인수가 이어지며 흐름에 뒤쳐진 리버풀은 30년 동안 리그 준우승 3번에 만족하며 지냈다.
리버풀을 인수한 FSG는 로만이나 만수르와는 다른 투자 전략을 보였다. 지출과 수입의 균형을 맞추는 식으로 클럽을 운영했고, 로저스 감독 시절까지는 안정적인 성적을 내는 클럽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클롭 감독이 부임한 이후 그의 축구 철학이 리버풀에 정착해가고, 클럽 차원에서 반 다이크의 경우처럼 수비수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우는 투자를 하는 의외의 모습도 보이면서 작년의 1점차 아쉬운 리그 준우승에 이어 이번에 우승을 차지했다. 현 리버풀 스쿼드의 안정성에 가장 기여한 반 다이크와 알리송의 영입 자금으로 쿠티뉴의 판매 금액이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이번 우승은 30년만의 업적이기에 특집 기사들도 많이 나왔다. 잘 몰랐던 클롭의 팀 운영 방식을 알려주는 뉴스도 있었고, 에드워즈나 고든 같은 인물들의 기여도 재차 부각되었다. 30년의 고통의 시간에 대한 요약 뉴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네스에 대한 평가였다. 전에 더 타임스에서 축구 에디터였던 토니 에반스가 십수 년전에 리버풀의 위대한 선수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수네스의 감독 시절을 혹평해서, 리버풀 감독 수네스는 별로라고만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오히려 수네스는 과학적 접근 방식 등 시대를 앞서간 팀 운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리버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목격하지는 못 했다. 리버풀이 팰리스를 대파한 다음 날 첼시와 맨시티 경기에서 맨시티가 이기지 못 하면 리버풀이 우승을 확정한다는 것도 몰랐다. 그래서 첼시 대 맨시티 경기가 벌어질 때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리버풀 우승 소식을 보았다. 아침에 지하철에서 그런 뉴스들을 보면서 You'll never walk alone을 부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코로나19의 시대에는 불가한 일이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지하철 안에서 같이 노래를 부를 사람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리버풀 팬들에게 30년 리그 무관은 아픔으로 남아있다.
영상 속에서 리버풀 선수들은 모처에 모여서 첼시와 맨시티 경기를 보고 있었고, 첼시의 두번째 골이 들어갈 때 환호했다. 나중에 BT 스포츠에서 클롭 감독을 비롯해 반 다이크, 헨더슨 등을 인터뷰하는 방송 영상을 보는데, 코로나19 시대의 히트 프로그램인 줌으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 알림이 떠서 인터뷰 시청에 방해가 되었지만 BT 스포츠는 조치를 취하는 것 같지 않았다. 역시나 내가 desperate times에 살고 있음을 실감했다.
리버풀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된 이후 며칠 축하의 시간을 가진 것 같았고, 그 다음 경기를 맨시티 원정에서 치렀다. 가드 오브 아너를 맨시티 선수들이 해줄 것이냐가 관심사였다가, 그렇게 진행되었고 경기는 리버풀의 대패로 끝났다. 맨시티는 새로운 챔피언 팀을 격파하며 자신들이 왜 리그 승점이 20점이 넘게 차이가 나는지 의아했을 것이다. 리버풀 선수들이 축하 파티로 몸이 축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 또 다음 라운드 리그 경기가 치러졌는데 리버풀은 아스톤 빌라를 어렵사리 이겼고, 맨시티는 사우샘프턴에 패했는데 과르디올라는 시티가 어떻게 이번 시즌에 9패나 당했는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홈 경기 전승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티와 달리 FA컵, 챔피언스 리그 일정이 남아있지 않아서 성적에만 집중한다면 이전에 맨시티가 가진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커티스 존스를 비롯해 니코 윌리암스 같은 신예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간도 적절히 안배해주길 바란다. 커티스 존스나 니코 윌리암스 혹은 하비 엘리엇은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나비 케이타가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일, 그리고 여전히 적응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미나미노가 살아날 것 등이 리버풀이 다음 시즌에도 잘 하기 위해 필요하다. 케이타는 새벽 경기에서 어시스트는 하나 기록했지만 미덥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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