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다. 리버풀이 한없이 작아지던 곳인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이겼다.
최근 첼시의 폼을 보면 리버풀도 이 기회에 한 번 첼시의 홈에서 승을 챙겨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전반전 리버풀을 보면 비기기만 하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한하게 쿠티뉴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전반전 로스타임에 골을 넣으며 전반에 무승부 국면은 만들었다. 전반 통계를 보면 첼시의 슛은 고작 하나였고 리버풀이 슛을 많이 날렸다. 첼시가 위협적인 장면도 많았기에 실감은 나지 않는 수치들이었다.
리그 컵에서 리버풀이 주전 대부분을 안 쓴 반면 첼시는 길었던 리그 컵 경기의 멤버를 그대로 내보냈으니 후반전 체력은 리버풀이 분명 유리할 터였다. 전반 초반에 강력했던 첼시의 압박은 이미 전반전에 느슨해졌다.
이상하리만치 긴장감이 없던 후반전에 쿠티뉴는 오른발로 전반과 비슷한 거리에서 골을 넣었다. 전반전 골은 별로 못 본 쿠니뉴의 왼발 슛에 이은 골이었다. 이후 벤테케가 들어오며 머리로 어시스트에 이어 이상하리만치 운이 좋은 골을 넣었다.
골대도 많이 때리고 운도 지지리 없던 리버풀의 근래 경기를 볼 때 이번 경기의 슛들은 너무 쉽게 골로 연결되었다. 마치 리버풀을 옥죄던 올가미가 벗겨진 듯, 혹은 마법으로부터 풀려난 듯 쉽게 쉽게 승리했다. 그런데 여기는 스탬포드 브리지다.
낯설다.
경기 전 순위로 첼시는 리그 하위권이고 리버풀은 중위권이므로 순위표에 의한 전력은 리버풀이 우위여야 했으나 첼시는 챔피언팀이다. 마치 두 시즌 전 리버풀이 우승을 거의 거머쥔 이후 다음 시즌 추락한 것보다 현재 첼시의 하락세는 더욱 가파르다.
감정을 절제했지만 침묵으로 속을 끓였을 것 같은 첼지현의 말처럼 무리뉴의 이번 시즌 성적은 경질될만한 상태지만 대안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리버풀이 로저스를 경질하고 클롭을 데려오며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반등되고 있는 걸 보면 첼시도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루카스가 애매하지만 퇴장되 될 수 있었던 상황이 리버풀에 유리하게 결론이 나고, 디에고 코스타는 아마도 경기 후 비디오 판독으로 징계를 당할 수도 있으니 첼시의 어려움은 커질 것이다. 무리뉴의 경질이 결정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는 징계로 덕아웃에 앉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로만이 입성한 이후 지지 않을 것 같던 첼시의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것일까?
전반 하미레스의 실점 장면에서 모레노가 수비를 제대로 못 했다고 봐야할 텐데 그렇지 않아도 경기 전에 긴 인터뷰를 통해 로저스에 대한 섭섭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클롭 하에서 향상된 자신의 수비의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더 그다. 아직 부족하구나 느꼈는데 이후 좋은 수비 장면을 보이기도 했고, 공격 쪽에서 조금 더 활약이 좋았다. 반대편의 클라인은 전반 이후 공격적 전진을 자제한 것 같다.
모레노도 모레노지만 사코의 존재감 향상이 클롭 체제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경기 전 인디펜던트의 사이먼 휴즈는 로저스가 잘 쓰지 않아서 사코가 부상도 잦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는데, 계속 쓰다보니 사코가 원래 좋은 선수였다는 점이 증명이 되고 있다. 로브렌은 오늘 잠깐 투입되었는데 지금 상황이면 선발 출장이 어려울 수 있겠다.
올라오는 경기 리뷰 기사들의 제목을 보니 불연듯 생각났는데 기대를 모은 현재 주장 밀너만큼이나 실망스러웠던 것이 쿠티뉴였다. 그랬던 쿠티뉴가 너무 쉽게 한 경기에서 두 골을 넣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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