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팬들에게 희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실망스러운 로저스가 해고되었고 도르트문트를 리그 우승으로 이끈 위르겐 클롭이 공식적으로 새 감독이 되어 계약에 서명하고 인상적인 첫 언론 인터뷰를 마쳤다.
브렌던 로저스가 해고된지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예감했던 실직이지만 충격을 받은 로저스는 애인과 함께 휴가를 떠났다. 팀에서 떠난 선수를 대체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감독을 해고한 후 새로운 감독을 이렇게 빨리 앉히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다. 이제 로저스 따위는 기억 저편으로 치워버리고 클롭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 최근 몇 년의 리버풀 상황에 근거하여 낙관적 전망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파 베니테스는 2005년의 스쿼드로 챔피언스 리그를 극적으로 우승했다. 그 대가로 리그 성적은 5위에 그쳤으나 나중에 리그 우승 문턱에도 가보기도 했다. 로저스도 수아레스를 전술의 핵으로 삼으며 두 시즌만에 리그 우승을 이룰 뻔했다.
리버풀이 과거에 이런 기적을 이루거나 기적적인 성적에 근접한데는 팀 전체가 잘 돌아가기도 했지만 핵심 전력의 공이 컸다. 하지만 현재 리버풀은 전성기의 제라드나 토레스도 수아레스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유 영입의 잉스, 잉스에게마저 밀릴 위기에 빠진 벤테케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스터리지 그리고 거의 경기에 나오지 못한 유망주 오리기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현재 최고의 재능이라고 평가되는 쿠티뉴는 스페인 빅클럽과 염문을 뿌리는 중이고, 주장이자 미드필드의 핵인 헨더슨은 부상 중이다.
클롭은 현재 리버풀 선수단 수준이 괜찮다며 조금만 더 보강하면 될 것 같다고 평했다. 로저스가 '툴'을 요구한 것에 비하면 이상한 평가다. 리버풀 선수들의 수준이 리그 수위권의 클럽에 비해 좋지는 않다. 클롭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클롭이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기 전 그리고 계약을 맺은 어제 이후로도 리버풀의 이적 위원회와 마찰이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전망이 많았다. 왜냐하면 리버풀 이적 위원회의 마이클 에드워즈가 이상한 영입들을 하기 때문이다. 예전 보도도 있지만 최근 며칠간 마이클 에드워즈에 대한 심층 보도를 보면 그야말로 책에서 본 빌리 빈의 머니볼과 비슷하게 숫자로서 선수의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FSG의 신뢰를 크게 얻고 있기 때문에 그와 생각이 다른 로저스와 마찰을 빚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에드워즈의 실패 사례로 아사이디, 아스파스가 거론되었는데 아마 알베르토도 해당될 것이다. 최근에는 피르미누가 이적위원회의 영입으로 확실히 언급되었다.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다. 그의 영입에 거의 30m 파운드가 들었는데 이 거대한 액수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클롭은 이적 위원회에 아무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상식 수준의 발언이다. 감독이 스카우팅을 겸할 수는 없으니 그런 면에서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사이디를 사준다면 어떻게 쓸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얻을 수 있도록 최종 결정권을 갖겠다고는 했지만 로저스 때처럼 원치 않는 선수들을 죽 늘어놓고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 분석으로 클롭은 클럽이 선수를, 특히 24살도 안 된 어린 선수들을 사다주면 기꺼이 쓰겠다는 태도다. 로저스는 이 점에 대해 반발했고 그래서 이적위원회는 피르미누를 사고 로저스는 벤테케를 비싸게 사는 촌극도 벌어졌다. 로저스는 처음부터 자기 위의 단장을 거부했고, 스카우터도 없이 첫 이적 시장에서 원하는 선수들을 사려다가 헨더슨을 내주고 뎀프시를 데려오려다 실패하는 재앙아닌 재앙이 발생했다. 이후 FSG는 이적위원회를 작동시키며 로저스에게 재갈을 물렸다는 것인데 이는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했다.
클롭은 확실히 도르트문트에서 어린 선수들을 잘 육성해냈고, 가가와 신지 같은 선수를 싸게 사서 대히트를 치기도 했다. 이점이 FSG에 어필했을 터이고 클롭은 지금 리버풀 선수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로저스도 기존 선수에 더해 어린 유망주를 키워 리버풀을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클럽으로 이끌 임무가 있었고 그에 동의해서 리버풀 감독이 되었지만 2년만의 대성공 이후 FSG와 어긋나며 시즌 초반 경질 레이스의 희생양이 되었다.
클롭은 로저스가 리버풀이 감독이 될 때 후보 중 하나였다. 그와 더불어 데 부어, 데샹, 판 할 등 유수의 유럽 감독들이 거절했던 2012년 리버풀 감독 자리를 이제 실직자 혹은 휴직자가 된 클롭이 차지하겠다고 나섰다. 당시보다 지금의 리버풀의 형편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클롭은 금전적으로 역대 리버풀 감독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되었고, 리그 내에서도 3위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대우가 걸맞는 성적이 나올 것인가. 리그 5위 수준의 연봉을 지출하는 리버풀이 그 이상의 성적을 감독 교체를 통해 이룰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유의미한 실험일 것이다. 감독이라는 변수의 힘이 어떠한지를 지켜보는.
더불어 로저스가 호지슨에 이어 리버풀에서 해고되고 잉글랜드 감독이 될지도 지켜볼 일이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그가 다른 클럽에 안착한 후 이동할지도 모르겠다. 호지슨도 웨스트 브롬을 거친 후 대표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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