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버풀 & 축구

스터리지 영입으로 인한 리버풀 공격의 재편. 로저스 감독의 진의는?

by wannabe풍류객 2013. 1. 4.
반응형


첼시의 후보 공격수였던 스터리지가 리버풀에 오기까지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스터리지는 1월 2일이 아니라 작년 8월에 리버풀에 올 수도 있었다. 앤디 캐롤을 웨스트 햄으로 보냈던 리버풀은 수아레스, 보리니 이외 다른 공격수 한 명을 더 원했고, 뎀프시와 더불어 스터리지가 주요 타겟이었다. 스터리지의 경우 리버풀 운영진은 15m 파운드의 이적료를 지불할 의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로저스는 스터리지를 임대로 데려와 관찰한 이후 완전 이적을 도모하려고 했다. 스터리지는 임대를 거부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로저스는 8월이 지난 후 곧바로 스터리지의 주변 인물들로부터 선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실력에 대한 부분도 더 알아봤겠지만 성격이나 인성에 대한 부분이 더 컸다고 하겠다. 애초에 로저스가 임대를 생각했던 것도 스터리지의 자세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고 로저스는 임대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시즌 초반부터 1월에 스터리지를 데려올 수 있도록 작업을 추진했다.


여름보다 조금 낮아진 12m 파운드 정도에 이적료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스터리지와의 개인 협상도 그럭저럭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난 달 말까지도 이적이 무산될 위기라는 뉴스가 몇 차례 나올 정도로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주요 이슈는 스터리지의 중앙 포지션 보장 여부, 주급, 스터리지 대리인인 옥타곤이 향후 이적시 이적료의 1% 요구 등이었다. 


주급의 경우 스터리지가 주급 8만 파운드를 요구한다는 뉴스가 불거지며 스터리지 측에서 해명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첼시가 1.5m 파운드 정도를 보조하고 나서야 그나마 쉽게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스터리지는 리버풀에서 주급 6만 혹은 6만 5천 파운드를 받게될 예정이라고 한다. 첼시의 보조금이 합쳐지면 주급 8만 파운드 정도가 되는 모양새다. 옥타곤의 무리한 요구는 뎀바 바의 경우를 보면 요즘 추세인 듯 싶기도 한데 리버풀엔 다행히도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포지션 문제는 의외로 큰 걸림돌이었던 것 같다. 스터리지가 중앙 공격수 자리를 원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그 자리를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스터리지 측에서 나온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보리니의 부상으로 불가피하게 수아레스가 중앙 공격을 전담하면서 맹활약하는 가운데 스터리지를 갑자기 리버풀이 새 중앙 공격수로 쓰기는 어렵다. 스터리지가 아무리 그 자리를 원하고 설사 아무리 잘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로저스는 스터리지의 중앙 위치 요구에 대한 뉴스들이 나오자 선수의 위치는 자신이 정한다며, 어떤 선수도 감독에게 자리를 요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스터리지는 리버풀 입단 인터뷰에서 중앙 공격수가 자신에게 맞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거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았지만 측면 공격수에서 뛰는 것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어젯밤 나온 로저스의 인터뷰 기사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스터리지를 중앙 공격수로 쓰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리버풀에서 스터리지의 포지션에 대해 나왔던 말들의 맥락을 보면 지금 중앙 공격수로 잘하고 있는 수아레스를 계속 그 자리에 두고 스터리지를 다우닝이나 스털링 자리에 투입하는 그림이 제일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로저스는 과거에 스터리지의 원하는 바를 들어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으면서 처음부터 스터리지에게 중앙 공격수 자리를 주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이렇게 되자 스터리지의 중앙 공격수 자리 보장에 대한 조항이 계약서에서 정말 빠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계약서에 없더라도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물론 로저스는 스터리지가 중앙 공격수로 제일 잘 하니까 그 자리에 쓰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예전에 했던 말들이 무색해진다. 만약 스터리지가 중앙 공격수로 시원찮으면 12m 파운드에 영입한 선수를 버려둘 셈인가?


로저스는 4-3-3이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며 수아레스와 스터리지를 공존하게 만드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중앙 공격수를 두고 양쪽에 윙어를 두는 방식이 첫째이자 표준적인 예, 수아레스 같은 선수를 유동적인 9번 선수로 두는 두번째 예, 스터리지 같은 선수를 중앙에 두고 두 명의 측면 공격수를 윙어보다는 더 좁게 두고 윙백들이 공격에 적극 가담하는 세번째 방식. 


최근의 선더랜드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리버풀 윙백들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지난 경기에서 글렌 존슨은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지만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골을 넣기도 했다. 만약 로저스 감독이 세번째 방식의 공격을 생각한다면 윙어에 가까운 다우닝이 주전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어렵사리 주전으로 복귀하는가 싶었던 다우닝에겐 좋지 않은 소식일 것이다. 단기적으론 다우닝보다 체력에 문제를 보인 스털링 쪽이 스터리지에게 자리를 내줄 지도 모르겠다. 


스터리지와 수아레스를 어떻게든 공존시킬 방안이 적어도 로저스에겐 몇 달 전부터 있었다. 이미 수아레스에게도 중앙 공격수 자리를 내주는 것에 대해 몇 번씩이나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수아레스도 상황을 받아들였고, 로저스는 아약스에서 원래 측면에서 뛰었던 수아레스가 중앙이 아니라도 잘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로저스가 스터리지를 중앙 공격수로 쓰겠다는 것은 로저스의 설명대로 어릴 적 단지 잉글랜드만이 아니라 '유럽 레벌의 기대주'였지만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에서 연이어 좌절을 맛본 선수의 기를 살려보려는 조치일 수도 있다. 만약 스터리지가 골맛을 충분히 본다면 수아레스와 위치를 자유롭게 바꾸가며 상대편 수비를 더욱 교란시킬 수도 있다. 


주말에 FA컵에서 맨스필드라는 약체를 상대할 때 스터리지가 데뷔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약체를 상대하는 만큼 주전들만 나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부상으로 첼시에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경기 시간이 더욱 줄어든 스터리지에겐 좋은 실전 경험이 될 것이다. 


로저스의 리버풀 공격진 구상이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그 다음에 있을 리그 경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13일에 있을 그 경기는 공교롭게도 (이제는 리그 순위와 무관하지만) 라이벌 관계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상대방이다. 리버풀에서 리그 경기에 데뷔하는 스터리지와 스터리지를 수아레스 대신 중앙에 쓰겠다는 로저스 모두에게 굉장히 긴장되는 시험이자 실험 무대가 될 예정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