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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는 만화가 원작인데, 대만, 일본에서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은 이후 올해 한국에서마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꽃보다 남자'라는 말을 처음 듣고 이게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해졌다. 완전한 문장은 아니고 구라고 보기도 힘들고. F4라는 미소년들이 주인공이라는 내용을 알고서야 대강 이해를 했지만 어색함은 여전했다.
어제는 그 유명한 여의도 벚꽃 축제에 다녀왔다. 일단 꽃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 상상과 뉴스 속이 아닌 내가 실제로 찾아 가는 상황이 되자 꽃보다 다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우선 찾아가는 길. 여의도니까 여의도나 여의나루역을 통해 가기가 쉽다. 하지만 축제 알림글을 보면 도보 거리는 당산역이 가장 짧다고 한다. 서울 지리에 어두운 터라 당산역과 여의도가 얼마나 가까운지 감이 오질 않았는데, 다음에서 지도를 보니 정말 가깝다.
새삼스럽게 깨닫는 거지만 벚꽃은 대한민국 국회 외곽을 따라 피어있다. 한국 정치의 부정적 이미지의 화신인 국회를 둘러싼 벚꽃. 부자연스럽다. 일본의 꽃이라해도 무방할 벚꽃에 한국인이 열광해서 더 그런 것일까. 사실 예쁘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도 없다. 벚꽃이 비교적 최근에 많이 심어져서 그렇지 외래종 식물이 어디 한둘이랴.
정치판의 중심에 걸맞게 축제 현장의 중심에는 두 가지 구호가 난무하고 있었다.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풍선들. 주인의 손을 벗어나 땅위를 뒹구는 빨간 풍선이 하나 있었다. 그 위엔 검은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있었지만 잘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대번 정치적 구호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눠주는 풍선이었다. 윤중로의 한 끝에서 지지자들이 열심히 확성기로 100만 서명을 재촉하거나 풍선을 연신 불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300조가 넘는 아찔한 숫자의 국부가 날아갔다는 말을 얼핏 들으며 서울대나 한국 정부가 진정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런 막대한 돈을 날려버렸는지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황우석은 어떤 면에서 교주 혹은 신이 되었다. 또 정신이 아찔해지는 건 줄지어 서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구호에 상관없이 풍선을 기꺼이 들고 다니는 풍경. 풍선은 아이들이 졸라서 갖고 다니는 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보니 다른 종류의 풍선이 또 있었는데 어느 단체에서 살포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침 어제가 부활절이라 지하철 역에서 계란을 거저 얻을 수 있었지만, 여의도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것 중엔 반갑지 않은 것도 있다. 당산역에서 한강변으로 나가다보면 축제를 돕는 분들이 작은 안내서를 배포했는데 그거야 고마운 거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가운데 윤중로 도처에서 자기들 교회에 오라며 노란 종이를 나눠주시는 모 교회의 신도들도 계셨다. 사람이 넘쳐나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누군가는 5천원에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더라만.
또 하나 그리고 가장 현실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건 축제가 벌어지는 길의 바로 바깥에서 벌어지는 공사판이었다. 나중에 보니 요트 선착장을 만든다는데 그 때문에 벚꽃 축제의 여흥이 반쯤 줄어들고 말았다.
절정기를 지나 점점 꽃잎이 떨어지고 흩날리는 양이 많아졌다. 하나의 꽃잎은 내 손바닥에 안착해 사랑이 이루어질까라는 낭만적 생각에 젖기도 했지만 국회 의사당의 검은 기운이 뿜어져나와서인지 꽃을 보고도, 축제 현장에 있으면서도, 꽃보다 걱정이 생기는 시츄에이션이었다.
어제는 그 유명한 여의도 벚꽃 축제에 다녀왔다. 일단 꽃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내 상상과 뉴스 속이 아닌 내가 실제로 찾아 가는 상황이 되자 꽃보다 다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우선 찾아가는 길. 여의도니까 여의도나 여의나루역을 통해 가기가 쉽다. 하지만 축제 알림글을 보면 도보 거리는 당산역이 가장 짧다고 한다. 서울 지리에 어두운 터라 당산역과 여의도가 얼마나 가까운지 감이 오질 않았는데, 다음에서 지도를 보니 정말 가깝다.
새삼스럽게 깨닫는 거지만 벚꽃은 대한민국 국회 외곽을 따라 피어있다. 한국 정치의 부정적 이미지의 화신인 국회를 둘러싼 벚꽃. 부자연스럽다. 일본의 꽃이라해도 무방할 벚꽃에 한국인이 열광해서 더 그런 것일까. 사실 예쁘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도 없다. 벚꽃이 비교적 최근에 많이 심어져서 그렇지 외래종 식물이 어디 한둘이랴.
정치판의 중심에 걸맞게 축제 현장의 중심에는 두 가지 구호가 난무하고 있었다.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풍선들. 주인의 손을 벗어나 땅위를 뒹구는 빨간 풍선이 하나 있었다. 그 위엔 검은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있었지만 잘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대번 정치적 구호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나눠주는 풍선이었다. 윤중로의 한 끝에서 지지자들이 열심히 확성기로 100만 서명을 재촉하거나 풍선을 연신 불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300조가 넘는 아찔한 숫자의 국부가 날아갔다는 말을 얼핏 들으며 서울대나 한국 정부가 진정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그런 막대한 돈을 날려버렸는지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황우석은 어떤 면에서 교주 혹은 신이 되었다. 또 정신이 아찔해지는 건 줄지어 서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구호에 상관없이 풍선을 기꺼이 들고 다니는 풍경. 풍선은 아이들이 졸라서 갖고 다니는 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보니 다른 종류의 풍선이 또 있었는데 어느 단체에서 살포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마침 어제가 부활절이라 지하철 역에서 계란을 거저 얻을 수 있었지만, 여의도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것 중엔 반갑지 않은 것도 있다. 당산역에서 한강변으로 나가다보면 축제를 돕는 분들이 작은 안내서를 배포했는데 그거야 고마운 거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위풍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가운데 윤중로 도처에서 자기들 교회에 오라며 노란 종이를 나눠주시는 모 교회의 신도들도 계셨다. 사람이 넘쳐나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누군가는 5천원에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더라만.
또 하나 그리고 가장 현실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건 축제가 벌어지는 길의 바로 바깥에서 벌어지는 공사판이었다. 나중에 보니 요트 선착장을 만든다는데 그 때문에 벚꽃 축제의 여흥이 반쯤 줄어들고 말았다.
절정기를 지나 점점 꽃잎이 떨어지고 흩날리는 양이 많아졌다. 하나의 꽃잎은 내 손바닥에 안착해 사랑이 이루어질까라는 낭만적 생각에 젖기도 했지만 국회 의사당의 검은 기운이 뿜어져나와서인지 꽃을 보고도, 축제 현장에 있으면서도, 꽃보다 걱정이 생기는 시츄에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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