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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롤러코스터 같은 리버풀의 경기력이 레알 마드리드 경기 이후 살아나(토레스의 중요성이 새삼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러난 시기였다) 어젯밤 맨유의 홈에서 4:1의 대승을 거두기에 이르렀다.
맨유는 이번에도 1골을 쉽게 넣었으나 그들의 수비는 이전의 수많은 경기처럼 무실점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들이 (정당하게) 자랑스러워하는 반 데르 사르가 4실점을 했다. 비디치가 어처구니 없는 몇 번의 실수를 퇴장으로 마무리했고, 에브라는 페널티킥을 헌납하고, 오셰이는 도세나의 골을 막지 못했다. 이전 경기에선 퍼디난드가 토레스를 제법 막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뭘 했던 것인가.
문득 그리고 아주 당연히, 맨유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무실점으로 연승을 달렸는지 리버풀은 왜 그렇게 수많은 무승부를 기록했는지 의문이 생겼다. 맨유는 이번 시즌에 OT에서 헐에게 3점을 실점하기도 했단다. 리버풀의 이번 승리는 1936년 이후 OT에서 최대 승리란다. 무슨 일이건 흐름과 기세가 중요한 법이니 이번 경기가 어떤 흐름을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맨유, 리버풀 모두 되살아나고 있는 아스날과의 경기가 결정적일 것 같다.
어제 낮엔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케이스를 봤다. 아직 큰 극장에서 상영할 줄 몰랐는데 신촌 메가박스에서 볼 수 있었다. 늦게 예매해서 맨앞에서 봤는데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볼 때보단 견딜만 했다. 다크 나이트, 벤자민 버튼 모두 긴 영화인데 선택이 좋지 않았지만 너무 충동적으로 보기로 결정한 영화들이라 달리 불만을 가질 수도 없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 어른들에겐 욕인데, 20대까지 젊어지는 브래드 피트를 보면 좀 부럽기도 하다. 벤자민 버튼은 하나의 메타포라 그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육체적 변화에 토를 달면 우스운 꼴이지만 영화 보는 동안엔 불만이 많았다.
영화엔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다.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든 사람이 눈이 멀었다. 눈먼 시계공.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책 이름이기도 하다. 포레스트 검프와 비견된다는 소리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미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이 여러번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벤자민은 검프처럼 미국사의 주요 장면의 주인공 역할은 맡지 않는다.
어제 내리막길을 걷는 도중 바람이 세게 불어 길가에 있던 플라스틱 쓰레기를 담은 자루가 쓰러졌다. 위에 있던 동그란 돼지 저금통이 자루에서 빠져나와 골목길로 나왔다. 가파른 길에서 저금통은 몇 번 구르더니 점점 속력이 붙어 내 발걸음보다 훨씬 빠르게 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어떤 빌라 건물에 크게 부딪히고 멈췄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놀랐을 것 같다. 저금통의 운명이 궁금했는데 수 시간 후 되돌아오니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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