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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웹사이트에 도착한 순간 메인 화면에 South Korea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큰 사진과 함께 비중있는 기사로 다뤄졌는데 내용은 주한 미군 기지 주변에서 성매매 장소로 형성된 소위 '기지촌'의 진실에 대한 것이다.
보통 해외 유력 언론에 한국 관련 기사가 나오면 국내 언론에서 소식을 전달하던 터라 기사를 보고 얼마 동안 기다려 봤지만 국내 언론에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지는 않는다. 내용을 읽어보니 상당 부분은 이미 2008년 11월에 새움터라는 곳에서 발간한 '기지촌의 숨겨진 진실' 보고서 내용이다. 이미 한참 지난 내용이니 국내 언론에서 새삼스럽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이 보고서가 나온 11월도 지독한 침묵이 국내 언론의 분위기였다. 네이버 뉴스에서 검색하면 고작 두 곳에서 보도가 되었고, 그나마 하나는 연합뉴스였으니 주요 국내 언론은 이 내용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거다.
연합뉴스 기사마저도 상당히 짧은 분량이고 여성주의 저널 일다라는 곳에서 비교적 상세한 기사를 내놓았을 뿐이다. 이런 무관심의 기류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오히려 이해가 너무 잘 된다.
- 소위 종군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비난하는 한국에게 기지촌은 너무나 숨기고 싶은 치부다. 한국 정부가 미국 군대와 짜고 자국 여성들을 미군에게 몸을 팔라고 종용했다니 다 아는 얘기라도 굳이 상세히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 미국 더 좁게 말해 주한미군이 걸린 문제라 건드리면 안 된다. 주한미군을 너무나 잡고 싶어서, 그네들이 떠날까봐, 일본에서 돈을 쓸까봐 어쩔 수 없었다는 거다.
- 기지촌의 상황이 비참해도 주요 언론들은 자신들의 이득을 볼 구석이 없다면 약자의 사건을 잘 다뤄주지 않는다. 더구나 그동안 그냥 넘어가도 조용하던 문제인 바에야.
인권 그런거 다 무시하고 아주 냉정하게 국가의 이해 관계를 위한 큰 일이었다고 치자. 실제로 기지촌 여성들에게 애국하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고. 국익은 무엇인가.
1. 몸을 많이 팔아서 달러를 왕창 번다. 그 중요한 달러 말이다! 하지만 그 달러는 어디로 갔나? 정작 애국적으로 미군을 상대한 분들은 다 가난하게 산다는데.
2. 주한 미군이 기지촌 여성이 좋아서 미국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는 분단 국가인 한국 국방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전혀 알 길이 없으니 좀 고민이지만 객관적 현상으로 부대 주변에 성매매 장소가 있는 법이니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그러나 미군을 달래기 위한 기지촌으로 모자랐는지 미군은 한국에서 성범죄를 포함한 온갖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질렀다. 오죽 한국이 우습게 보였으면.
3. 한미관계의 공고화. 몸을 섞은 관계이니 어찌 아름답고 단단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미군의 아이를 낳은 한 여성은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보내야 했고 어머니 역할을 못했다며 자책하신단다.
이웃 나라 좋은 나라 일본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출처는 서울경제신문이다. 일본이 2차 대전 패배를 선언한 바로 3일 후 일본 내무성이 전국에 무전을 때려 미군에게 성을 팔 여성을 구했다는 거다. 기사 중간 부분이 충격적인데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에서 패전국으로 위상이 급락한 일본은 '일반 여성들의 보호'를 위해 국책 사업으로 매춘을 시급하게 시행했단다. 자신들이 자행했던 일을 똑같이 당할까봐. 그리고 그들도 달러를 아주 많이 벌었다고 한다. 기사는 일본을 비난하며 끝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아름답지 않은 과거는 어쩔 건가.
불과 얼마 전 동두천엔 '양키시장'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동두천시가 2천만 원을 들여 '양키시장'이라는 조형물을 떡하니 시장 입구에 세웠다는 거다. 동두천이 기왕의 기지촌 이미지를 없애고 재개발 등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고 하는데 시의회가 어두운 과거도 과거고, 양키는 미국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추진했다고 한다. 기사에도 있지만 양키는 원래는 가치중립적인 말이지만 미국 밖에서는 미국인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특히 라틴 아메리카 동아시아에서 양키는 악의를 품은 말인데 시의원님은 비하하는 말이 아니라고 하시니 장하다고 해야할지 무식을 칭찬해야 할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따르면 여성부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성부지만 이 부서야말로 애국의 이름으로 평생을 고생한 기지촌 여성들을 보듬어줘야 하지 않을까. 더이상 재활용 쓰레기 수거로 생계를 연명하시지 않도록 연금이라도 드리길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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