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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지난 일요일의 케니 달글리쉬 감독 협상 소식이 섣불렀다고 쓴 게 무색하게 현지 시각으로 어젯밤 텔레그라프, 가디언, 데일리 메일 등 영국의 주요 일간지들이 일제히 협상이 시작되었음을 전하고 있다. 바로 전 쓴 글에서 예측한 것처럼 오래간만에 영국에 온 리버풀 구단주 존 헨리는 유로파 리그 경기만 보고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뉴스들에서 나오는 협상 내용은 지난 일요일의 기사와 거의 동일하다. 케니는 4년 계약을 원하지만 구단주들은 2년까지만 허락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케니는 자신이 원한만큼의 기간은 아니지만 거절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차원에서 그간의 상황을 요약하면 지난 10월 FSG(펜웨이 스포츠 그룹)가 리버풀을 인수한 이후 원래 계획은 호지슨을 시즌 말까지 두고 유럽의 단장-감독 시스템에 익숙한 젊은 감독으로 새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적 부진으로 호지슨이 해임되고, 팀의 안정을 위해 케니가 투입되었다. 케니는 말 그대로 이번 시즌 끝날 때까지의 임시 감독이었다. 새로 영입한 스티브 클락 코치도 6개월 계약이었고 모든 것이 단기적인 임시 처방이었다.
그러나 텔레그라프의 로리 스미스는 이제 더 이상 달글리쉬를 시즌 말에 버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파악한다. 클럽에서 그의 영웅적 위치뿐 아니라 리그 10위 아래에서 허덕이던 팀이 첼시, 맨유를 꺾었고 비록 유럽 대회에 못 나갈 수는 있지만 6위 정도의 성적은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케니와 영원히! 함께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에게 2년의 계약만 허락하려고 하는 점이 그 증거다. 여전히 보아스, 클롭, 데샹과 같은 감독들을 찾는 작업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FSG는 분명 케니와의 협상을 가능한 늦게 시작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대규모 선수 영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구단주의 경영 철학을 실천할 축구 전략 디렉터 데미앙 코몰리는 나름의 스카우팅을 하고 있었고, 6명 정도의 새 선수를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케니는 계약 기간뿐 아니라 선수 영입에서도 구단주의 제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버풀에 대한 그의 평생의 사랑이 진실하다면 그런 제약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라파가 리버풀을 떠난 이후 그동안 일련의 흐름은 클럽의 감독이 구단주의 마음대로 결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여름 회장 마틴 브로튼과 매니징 디렉터 크리스찬 퍼슬로우는 케니를 선호하는 팬들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로이 호지슨을 영입했다. 그 후유증은 호지슨을 내내 괴롭혔고, 구단주가 바뀐 이후 그를 일찍 감독 자리에서 내몰았다. 임시직으로나마 리버풀 감독으로 돌아온 케니는 선수들과 팬들 모두의 분위기를 바꿔놓았고 이제는 구단주들마저 마음대로 내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유로파 리그 경기에서 드러나듯 케니 달글리쉬가 전술의 천재라고 볼 수는 없다. 핵심 선수들이 빠졌을 경우 리버풀의 한계는 지나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의 효과는 전술보다 경험, 지혜, 혹은 인품이라고 불러야 할 덕목들에서 나올 것이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세세한 움직임을 다 통제해서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지는 못하더라도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해서 장점을 살려주고, 코치들을 잘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협상이 있다고 언제나 좋은 결과가 뒤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다음 시즌에도 달글리쉬가 리버풀 감독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직 두 달의 시간이 있지만 유럽 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리버풀의 2011-12 시즌 리그 순위 향상에 득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유럽 대회에 진출하지 못하면 클럽의 수입이 크게 준다는 점이다. 트로피를 갈망하는 스타 선수의 영입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코몰리가 숨은 진주를 발굴하거나, 혹은 오일 머니 맨시티의 초기 행태처럼 돈자루를 풀지 않는 한 얼마나 전력 보강이 될지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케니 달글리쉬가 정식 감독이 된다고 20년 전의 영광의 세월이 곧바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케니는 전성기를 구가한 리버풀 감독이었던 20년 전의 케니가 아니라 리버풀을 최초로 꿈의 클럽으로 만들어낸 50년 전의 빌 샹클리가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엔 늙은 케니지만 그 단초라도 마련하는데 그가 노력을 다 할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샹클리, 페이즐리, 페이건, 달글리쉬로 이어졌던 리버풀 감독 계보의 특징은 리버풀을 위해 자신이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았다는 점이다. 아주 이른 시기에 리버풀 감독이 되었던 케니지만 이제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가 부트룸의 전통을 기억하는 감독인 이상 리버풀의 발전에 자신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그가 물러날 시점이다. 아직 그가 물러날 생각이 없으니 리버풀 발전에 대한 그의 자신감을 믿어보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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