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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구단주 존 헨리와 회장 탐 워너가 드디어 중대한 발표를 했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단장 임명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러나 새 인물을 영입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인물들을 새 자리로 옮기는 형식을 취했다.
우선 전 매니징 디렉터(MD) 크리스찬 퍼슬로우의 후임으로 리버풀 상업 디렉터였던 이안 에어를 앉혔고, 축구 디렉터(Director of football)에 축구 전략 디렉터인 데미앙 코몰리를 임명했다. 에어는 원래 리버풀의 이사였으므로 임무를 바꾼 것이고, 코몰리는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으며 승진한 경우다.
최초의 예상은 퍼슬로우 이전의 릭 패리가 수행했던 chief executive(잉글랜드 축구의 단장) 자리에 적당한 사람이 새로 영입되는 것이었다. 원래 퍼슬로우가 했던 매니징 디렉터의 주 임무는 리버풀 클럽을 파는 것이었다. 퍼슬로우가 임명될 당시 단장 체제는 유지될 계획이었지만 결국 패리의 후임을 임명하지 않아 퍼슬로우가 온갖 권한을 다 행사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회사 경영에는 유능할지 몰라도 축구는 잘 몰랐던 퍼슬로우는 라파 베니테스와 갈등을 빚은 이후 결국 라파를 해임했고, 이후 팬들이 납득하기 힘든 살생부를 작성해 선수들을 처리했다. 그래서 나중에 힉스와 질렛 전 구단주와의 법정 다툼에서 승리하는데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악당으로 기억된다.
이번 구단주들의 결정은 단장 임무를 둘로 쪼개 매니징 디렉터와 축구 디렉터로 나누는 것이다. 이제 매니징 디렉터는 퍼슬로우 때와 달리 리버풀의 재정 측면에 초점을 맞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고, 코몰리는 축구 디렉터로서 기존의 선수 발굴 작업에 더해 "경기력 분석, 의료적 대비, 팀 행정" 임무까지 맡는다. 이 둘이 관장할 영역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보이고, 오히려 초점은 디렉터와 감독의 역할 분담 부분이다.
팬들이 무엇보다 기다린 건 케니 달글리쉬를 정식 감독으로 임명한다는 뉴스겠지만, 클럽을 새로 인수한 구단주의 입장에서는 클럽의 장기적 비전을 위해 감독보다는 팀 경영진의 진영을 짜는 것이 급선무였다. 단장의 임명없이 어떤 감독과 장기 계약을 맺는다는 건 문제의 소지를 일찍부터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스포츠 팀 운영에 분명한 자기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 현재의 구단주들이 기존의 잉글랜드 축구 경영 시스템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예측된 일이었다.
디렉터와 감독의 역할 분담 이야기로 돌아가면 케니 달글리쉬는 존 헨리가 짠 새로운 시스템에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축구 디렉터가 된 데미앙 코몰리가 팀의 경기력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것이기 때문이다. 케니의 불편함은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것에 더해 리버풀 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자신의 지위로 인해 더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리버풀의 디렉터 임명 발표 이후 나온 뉴스들은 한결같이 다음에는 케니가 리버풀의 정식 감독이 되는 뉴스가 있을 것처럼 말한다. 최근 분위기는 그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믿게 만들지만 실제 그렇게 되더라도 케니 달글리쉬의 감독 계약은 길지 않을 것이다. 단기 계약 이후 케니가 단장 밑에서도 잘 일할 수 있는 것이 증명된다면 추가적인 재계약의 가능성은 있다.
한편 축구 디렉터의 '의료적 대비' 임무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리버풀은 작년 여름 호주에서 온 브루크너 사단을 통해 팀의 의료 부문을 혁신한 바 있다. 이들의 역할과 권한은 상당해서 로이 호지슨은 경기에 나올 선수 선발에 있어 이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한 번은 특정 선수를 경기에 내보낸다고 했다가 의료진의 반대로 결국 못 내보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새로운 의료팀이 부상 선수를 줄이고 선수들의 체력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한 이번 여름 코몰리에 의해 의료팀 물갈이가 또 있을 수도 있겠다. 더구나 그들은 이전 구단주들의 악의 체제의 유산이므로 더더욱 청산될 가능성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존 헨리의 이번 영국 방문은 이안 에어와 데미앙 코몰리에 대한 발표를 위한 것이었다. 경기장 신축 혹은 안필드 재개발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일부 팬사이트의 추측이 있었는데 그것까지 발표할지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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