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같은 강원도에 살아봤자 옆에 있는 시군으로도 거의 가 본 적이 없다. 제천이야말로 옆에 있는데 한 번도 간 적이 없고. 지인 중에 삼척 출신이 몇 되지만 삼척이 산골 마을인지 바닷가 도시인지도 헛갈리고 무관심했던 와중에 룸메이트 형님이 고향에서 결혼을 하시게 되어 생애 최초로 삼척에 가게 되었다.
일요일 오전은 길이 많이 막히지 않는다. 그래도 4시간 정도 걸려서 삼척에 도착했다. 이곳은 잠깐 휴식을 취한 동해의 한 휴게소. 언제나 가슴을 트이게 하는 바다. 오래간만이다.
죽서루. 운전 기사의 말에 따르면 관동 팔경 중 첫번째란다. 영화 외출도 이 근방에서 찍었단다.
이 누각에 있다보면, 저 아래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에 흔들려 강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조금 더 보고 있으면 나도 물에 뛰어들고 싶어질 것 같았다.
정철이 남긴 글. 다른 글들 몇 개가 누각에 있다.
죽서루 근처에 대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들도 오래간만이다.
삼척의 결혼식장 근처의 강. 오십천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원주의 봉천내가 심히 부끄러울 지경이다. 삼척도 석탄 산업 때문에 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며 물이 맑아졌을 것 같다. 비대해지는 원주의 더러운 봉천내. 모든 일에는 댓가가 있다.
결혼식까지 시간이 남아 강 주변을 잠시 걸어보았다. 봉천내도 예전에는 배가 드나들었다는데 지금은 어찌나 낮고 좁은지. 이렇게 폭이 넓은 강을 보니 도리어 낯설다.
삼척 결혼식장의 그림들. 며칠 전 다녀온 정선 예식장 내부의 그림과 스타일이 너무나 비슷하다. 저 조잡한 샹들리에와 꽃밭의 미녀, 아이, 짐승들은 이상하기만 하다. 하긴 예전엔 만국기로 결혼식장을 장식하기도 했다지.
두 시 예식이 끝나고 거의 곧바로 서울행 버스를 탔건만 한밤이 되어야 양재역에 도착했다. 옆자리에 앉은 초면의 여성분과 그럭저럭 얘기를 한 덕이 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신부의 친구. 형수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생경함. 낯선 것이 많은 것은 경험이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아는 것이 많다고 자만하며 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삼척의 한가로운 풍경은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교육 기회의 적음을 한탄할 분들을 생각하면 가벼운 한순간의 공상인가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