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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삼척 왕래기

by wannabe풍류객 2008.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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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원도에 살아봤자 옆에 있는 시군으로도 거의 가 본 적이 없다. 제천이야말로 옆에 있는데 한 번도 간 적이 없고. 지인 중에 삼척 출신이 몇 되지만 삼척이 산골 마을인지 바닷가 도시인지도 헛갈리고 무관심했던 와중에 룸메이트 형님이 고향에서 결혼을 하시게 되어 생애 최초로 삼척에 가게 되었다.

일요일 오전 7시 전의 아침. 학교는 그야말로 조용했고, 난 살짝 한기를 느꼈다.

일요일 오전은 길이 많이 막히지 않는다. 그래도 4시간 정도 걸려서 삼척에 도착했다. 이곳은 잠깐 휴식을 취한 동해의 한 휴게소. 언제나 가슴을 트이게 하는 바다. 오래간만이다.

죽서루. 운전 기사의 말에 따르면 관동 팔경 중 첫번째란다. 영화 외출도 이 근방에서 찍었단다. 

이 누각에 있다보면, 저 아래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에 흔들려 강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조금 더 보고 있으면 나도 물에 뛰어들고 싶어질 것 같았다.

정철이 남긴 글. 다른 글들 몇 개가 누각에 있다. 

죽서루 근처에 대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대나무들도 오래간만이다.


삼척의 결혼식장 근처의 강. 오십천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물이 어찌나 맑은지 원주의 봉천내가 심히 부끄러울 지경이다. 삼척도 석탄 산업 때문에 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을 터인데 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며 물이 맑아졌을 것 같다. 비대해지는 원주의 더러운 봉천내. 모든 일에는 댓가가 있다.

결혼식까지 시간이 남아 강 주변을 잠시 걸어보았다. 봉천내도 예전에는 배가 드나들었다는데 지금은 어찌나 낮고 좁은지. 이렇게 폭이 넓은 강을 보니 도리어 낯설다.

삼척 결혼식장의 그림들. 며칠 전 다녀온 정선 예식장 내부의 그림과 스타일이 너무나 비슷하다. 저 조잡한 샹들리에와 꽃밭의 미녀, 아이, 짐승들은 이상하기만 하다. 하긴 예전엔 만국기로 결혼식장을 장식하기도 했다지.

두 시 예식이 끝나고 거의 곧바로 서울행 버스를 탔건만 한밤이 되어야 양재역에 도착했다. 옆자리에 앉은 초면의 여성분과 그럭저럭 얘기를 한 덕이 시간이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신부의 친구. 형수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생경함. 낯선 것이 많은 것은 경험이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 아는 것이 많다고 자만하며 살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삼척의 한가로운 풍경은 번잡한 서울을 벗어나 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살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교육 기회의 적음을 한탄할 분들을 생각하면 가벼운 한순간의 공상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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