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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행인, 마음

by wannabe풍류객 2022.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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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소세키의 '에고 3부작'은 춘분 지나고까지, 행인, 마음의 세 장편 소설을 이르는 말이라 한다. 산시로, 그 후, 문의 3부작을 읽은 후 어떤 책이 먼저 나온지도 모른채 마음, 행인을 읽었다. 거꾸로 간 셈인데 행인의 해설글을 읽고 나서야 그럼 이번엔 춘분 지나고까지를 읽어 다른 3부작을 다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장편 두 개를 묶어 짧디 짧은 감상을 쓰는 게 큰 의미가 없겠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정리되지 않고 지나가는 와중이라 부스러기 조금이나마 남겨야겠다.

행인과 마음 두 책은 연애를 다룬 3부작에 비해서 읽는데 많은 날짜가 필요했다. 여행기 같은 느낌이 많고, 책의 구성이 유기적이라기보단 여러 짧은 이야기를 붙인 느낌도 있다. 무엇보다 신문 연재 형식이라 매우 호흡이 짧은 글들이 이어붙어 있어서 각 글들의 끝과 처음엔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 연애 3부작도 신문 연재였을 터인데 이 3부작의 호흡이 더 짧아진 느낌이다. 또 두 책의 특징적인 공통점은 소설의 마지막 장이 편지 형식이며 그에 대한 해석이나 반응이 없이 소설이 끝난다는 거다.

마음을 먼저 읽었는데 시일이 지나 캐릭터들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책의 화자는 있으나 주인공은 선생님이라 하겠다. 화자가 우연히 만나 따르게 된 선생님의 정체(?)가 밝혀지는 게 스토리다. 화자가 선생님을 따르게 되는 과정이 선뜻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아마도 이야기의 핵심이 선생님이 왜 그렇게 은둔해서 사는지 왜 어떤 무덤에 혼자 자주 들르는지를 설명하는데 있기에 다른 부분은 소위 빌드업 과정으로 보인다.

마음의 핵심 스토리는 선생님이 하숙집 처녀를 좋아하면서도 결혼하자는 말을 안 꺼내고 있다가 친구를 같은 하숙으로 끌이들인 후 그 친구가 같은 여성에게 마음이 끌린 걸 알게 되어서야 미래의 장모에게 딸을 달라고 하며 일어나는 사달이다. 친구의 죽음이 꼭 연애의 실패 때문은 아닌 것 같았으나 선생님은 돌이킬 수 없는 그 사건의 과정을 통해 무너지고 화자를 만난 이후에 자살을 시도한다. 이제 생각하니 선생님은 이미 친척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전사가 있었다. 친척으로부터의 배신 스토리는 다른 소세키 소설에서도 본 듯 한데 작가 자신의 체험이 반영된 것인가 궁금하다.

행인의 초반부는 여행 이야기다. 지로라는 주인공이 있고 그의 친구가 여행 중 병에 걸려 입원하는데 병원에 인연이 있는 게이샤도 있어서 이런 쪽으로 이야기가 발전하나 싶다가, 한참 동안은 지로와 형수인 나오의 불륜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형인 이치로의 정신병이 의심되는 상황과 그 이유에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마음과 마찬가지로 편지글에서  형과 요양 여행을 동행한 H라는 인물의 관찰과 평가를 통해 이루어진다. 형이 아픈 건 그가 미래 세대에 걸맞는 너무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라는 점에 있다는 듯한 설명이었다. 그것 자체라면 보편성을 획득하기 어렵지만 서구의 몇 세기를 몇 십 년에 체험한 당시 일본 (지식)인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런 일본의 체험을 더 짧은 기간에 겪었던 조선/한국인의 입장에서 공감할 부분이 많다.

이미 연애 3부작에서 매우 현대적으로 변한 일본의 사회상을 접했기에 마음과 행인의 사회는 더욱 현대화되었다. 여전히 식민 시대의 초반을 보낸 조선을 생각하면 일본의 현대화 진전 정도는 상당하다. 메이지 천황이 사망하는 사건이 사회에 던진 파장의 일단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매우 독특한 경로로 발전한 일본의 근현대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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