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소세키의 이 소설은 수 년 전에 독서모임에서 읽어야했으나 거의 읽지 않았다. 소세키의 다른 소설들도 읽을 거리였으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외에는 제대로 읽은 게 없다.
얼마 전 이벤트를 통해 예스24 북클럽을 처음 이용하게 되었고, 북클럽 도서 중에 현암사의 소세키 전집이 있었다. 어떤 걸 읽을까 하다 산시로, 소레까라, 문 순서로 읽고 싶어져 산시로를 골랐다.
이야기의 대강이나 구도, 의의 등은 김연수의 해설에 잘 요약된 편이다. 매우 짤막한 옮긴이의 말도 소설의 일면을 대변한다 하겠다. 아무래도 소설을 읽으며 다른 측면보다는 주인공인 산시로와 그가 연모하는 미네코 둘의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김연수는 연애 소설은 원래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나는 별 생각없이 둘이 잘 될 수도 있지 않나 싶었다.
내 희망적 예측은 빗나갔으나 이미 100년도 더 전의 일본 사회라는 시공간적 격차를 감안하면 당연하다. 산시로는 동경대학에 들어온 수재이긴 하나 말하자면 대학 신입생일 뿐이고 미네코는 당시로서는 당연하게 결혼을 할 나이의 여성이었다. 요지로의 말처럼 5, 6년은 지나야 산시로가 결혼을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말하자면 나는 산시로와 미네코가 연애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봤지만 그런 사회가 아니었던 거다. 미네코는 줄곧 연애 상대인 것처럼 암시된 노노미야도 아닌 소설에서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소설 초반부터 생면부지의 젊은 여성으로부터 배짱이 없는 남자로 낙인찍힌 산시로는 미네코에 대해서도 배짱이 없었다. 사정을 따지고 보면 배짱을 부리기도 힘들었다. 산시로는 일본 제 일의 문명 도시에 막 발을 내딛으며 적응하기에도 벅찼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였고, 원래 알 수 없는 여자 마음은 더 헤아리기 어렵다. 또 마다하는 상대지만 고향에 있는, 집안 간에 혼담이 된 아가씨의 존재가 드리우고 있기도 하다.
소세키 자신이 그런 시대를 살았지만 당시 19세기에서 20세기를 넘어가던 시절의 이야기는 대조로 넘쳐난다. 서양과 일본, 일본 내에서도 도쿄와 시골, 옛 것과 새 것. 또 소세키의 소설은 영어 표현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다. 그렇지만 그조차도 시대 배경으로서 이해할 수 있고, 산시로의 여러 내용은 급변하는 일본의 사회, 문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 속에서 첨단을 달릴 지식인조차 미아, stray sheep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이라고 다르지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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