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낮(한국 시각)의 사건으로 크리스 락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었다.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중 내가 자주 가는 곳에서는 크리스 락이 맞아도 싸다, 내가 윌 스미스라도 그렇게 했겠다는 의견이 대세라 나를 놀라게 한다. 이유가 무엇이건, 아무리 폭력의 정도가 낮았다고 하더라도 그게 용인될 수 있다는 다수 의견을 보며, 이것이 사회 분위기인가 싶고 이런 다수의 정서가 어떻게 폭발할지 걱정된다.
여하간 나는 크리스 락이 맞아도 되는 근거로 언급되는 동양인 인종차별, 멸시 사건을 알지 못 해 찾아보게 되었다. 때는 2016년으로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후보가 모두 백인이 되며 오스카의 다양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2016년 오스카 진행자였던 크리스 락은 긴 오프닝 모놀로그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뉴스들을 보건대 크리스 락이 제기한 다양성은 흑인만을 염두에 뒀고, 히스패닉이나 아시아계는 빠져있었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가운데(어느 시점인지는 특정하기 어렵다) 크리스 락은 세 명의 동양계 어린이들을 소개하며 실제 아카데미 득표를 집계하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회계사들이라고 지칭했다. 검은 턱시도를 입고, 서류 가방을 든 아이들은 회계사들처럼 꾸며졌다. 소개가 끝난 후 분명히 논란을 의식하며 "이 농담에 화가 난다면, 휴대폰으로 트윗을 날려. 그 폰도 얘들이 만들었어"라고 했다.
당시의 여러 영어 뉴스를 보면 아시안을 씀으로써 공부만 열심히 시키는 혹은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로 아시아인들을 정형화했고, 아이들이 휴대폰을 만들었다고 함으로써 아시아의 아동들이 노동을 하는 걸 지칭한 걸로 해석되었다. 한편으론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들이 공부를 많이 시키는 건 사실이고, 또 그래서 유명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걸 모욕으로 받아들여야하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 실제 휴대폰의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니 크리스 락의 농담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오스카가 너무 백인중심이다고 비판하기 위해 흑인 진행자가 흑인의 권리를 주장했지만 그러면서 다른 비주류 미국인들을 배제하거나 정형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이미 지적되었다.
사건 이후 할리우드의 아시아계 감독, 배우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아카데미는 사과했다. 무대에 섰던 세 아이 중 한 명의 어머니는 인터뷰를 통해, 그런 농담이 있을 거라는 건 리허설 때나 알았다고 한다. 아마 같은 날 리허설이 있었는지 이미 턱시도를 다 차려입은 후라 거절하기도 곤란했고, 시상식에 아예 아시아인이 안 나오는 것보다는 부적절한 농담의 대상이 되더라도 나서는 게 낫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크리스 락이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할 때 세 명의 큰 흑인 남성들을 회계법인에서 온 사람들로 소개한 전적이 있었기에, 2016년에도 그와 유사한 취지에서 아시아계 아동 세 명을 회계사로 소개했다고 한다. 아이들을 본명으로 소개하지도 않았고, 한 명은 심지어 유대계 이름을 붙인 가운데, 단지 엄정하게 투표를 집계하면 되는 회계사들을 크리스 락이 흑인이나 아시아계로 설정한 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https://www.nytimes.com/2016/03/01/movies/chris-rocks-asian-joke-at-oscars-provokes-backlash.html
https://www.bbc.com/news/entertainment-arts-35693784
https://www.vox.com/2016/3/1/11142390/chris-rock-asian-joke-oscars
https://money.cnn.com/2016/03/15/media/oscars-chris-rock-asian-jokes/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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