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년 봄의 아카데미 시상식은 또 일 년이 지났음을 느끼는 주요 기점이다. 팬데믹으로 일정이 더 늦어지긴 했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또 시상식의 하루가 지나갔다.
아카데미보다 조금 전에 열리면서 큰 주목을 받는 골든 글로브가 망가지고 나며 이런 미국 할리우드의 시상식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더 크게 실감된다. 최근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시상식의 위기가 아니라 극장에 걸리는 영화 자체가 위기라는 글이 있었다. 주요 부문 상에 오른 후보 대부분이 ott 작품인 걸 보고, 이제 더 이상 넷플릭스 작품을 주요 수상 후보로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걸 보면 타당한 말이다.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 틱 틱 붐, 아마존의 비잉 더 리카르도스, 애플의 코다, 맥베스의 비극, HBO 맥스의 킹 리차드 등이 대세를 이뤘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타미 페이의 눈, 듄 정도가 극장 개봉 영화로 이름을 넣었다.
물론 이번 시상식은 다른 무엇보다 윌 스미스로 기억될 것이다. 수 년 전 주최측의 실수로 시상자가 작품상을 잘못 부른 이후 최악의 사건이라 하겠다. 윌 스미스는 자신의 부인의 머리에 대한 크리스 락의 농담을 참지 못 하고 무대로 걸어가 주먹? 손바닥?을 휘둘렀다. 폭력의 정도는 분명치 않으나 폭력은 실재했다. 그리고 윌은 분을 참지 못 하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큰 소리로 크리스 락에게 고함을 쳤다.
이 놀라운 광경을 생중계 화면으로 볼 수는 없었다. 라이브 코멘터리로 보다가 40분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윌 스미스는 이 사건 이후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발표가 되는데, 시상대에서 무게를 잡으며 눈물을 흘려댔다. 처음에 이전 사건을 모르던 나는 유명한 테니스 스타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를 연기한 그의 진심만을 생각하며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길어지고 중언부언하는 그의 말을 듣다가 크리스 락과의 사건을 알게 되자, 내년에 시상자로 오게 해달라, 사랑하면 미친 짓이 나오기도 한다는 그의 애원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드디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제치고 수상한)을 얻었지만 조만간 경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시카 채스테인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도 좋았다. 이런 연기를 하는 그녀가 355같은 영화에서 액션을 왜 했는지는 의문이다. 코다 출연 배우의 남우조연상 시상 때 윤여정씨가 새로운 미담을 남긴 것도 의미있었고, 코다가 깜짝 작품상까지 시상한 것도 새로운 지평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지평은 장애에 대한 것보다는 ott작품이 처음 작품상을 받았다는 쪽으로 더 기울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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