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쿳시의 동명 원작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책을 갖고 있는데도. 쿳시의 소설들을 보겠다 생각만하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영화로 먼저 작품을 만나고 말았다.
원작 소설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어렴풋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영화에서 정말 ‘야만인’들이 등장하자 놀랐다. 영화는 정말 야만인들을 대하는 제국 관료들의 비정함을 다루고 있었다.
원작도 그런 듯한데 여기에 나오는 제국은 가상의 존재다. 사자 문장이 보여서 영국을 상당히 연상시켰지만 국기는 전혀 달랐다. 관료나 군인들의 제복은 프랑스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꼭 어디 것이라 말할 수 없었다. 원래 모호하게 설정된 듯 하니 여러 역사적인 서구 제국을 연상시키게 한다면 성공적인 시각화라 할 수도 있겠다. 야만인 측은 유목민이었는데 몽골인들을 연상시켰다. 영제국이 국경에서 몽골 유목민을 마주쳤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크 라일런스가 주인공이다. Magistrate인데 우리말로는 치안판사, 행정장관 등으로 번역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그 국경 마을의 수장으로서 행정과 사법을 책임지고 있다. 그가 판결하는 장면도 하나 추가되어 그의 사법적 권한을 보여준다. 그는 이제는 아무도 모르는 그 지역의 고대 문자에 전문가적 관심을 갖고 있었고, 배우 자신의 얼굴의 한계처럼 선량한 역할로 나온다. 악역은 대령 연기를 한 조니 뎁과 소령이라 할 로버트 패틴슨이 맡았다. 앰버 허드와의 불명예스러운 송사로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뎁은 여기에서 천하에 몹쓸 캐릭터를 연기하여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서구 제국이 근대와 문명의 이름으로 세계 각지를 점령하고, 그 행위를 정당화하는 과정은 각 지역 원주민들을 고통에 몰아넣는 과정이기도 했다. 또한 서구가 스스로를 선으로 규정하며 그들의 타자는 야만이며 인간 이하로 간단히 취급되었다. 이는 그동안 워낙 많이 논의가 된 부분이라 꽤 식상한 내용이지만 반복적인 환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문명의 정점이라 주장하는 제국이 또 다른 인간집단을 얼마나 ‘야만적으로’ 학대, 살상하는가를 끔찍한 비주얼로 선명하게 선보였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충분히 그 야만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연출이 있었다.
그저 유목민일 뿐인 인간집단은 뎁이 연기하는 대령을 필두로 한 부대(?)의 만행으로 정말 야만인 전사들이 되었고, 결국 뎁과 패틴슨의 무리를 공포에 떨며 도망치게 만들었다. 영화는 성벽 저 멀리 평원에서 엄청난 규모의 야만인 부대가 말을 몰아 쳐들어오는 듯한 이미지로 끝났다.
라일런스가 연기한 캐릭터는 야만인과의 내통 혐의로 투옥되고 고문을 당하고 아무 직함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야만인을 인간적으로 대했고, 특히 고문으로 몸이 망가진 한 젊은 유목민 여성을 지극정성으로 치료하고 그녀의 소원대로 그녀를 원래 살던 집단으로 돌려보내주었다. 둘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정확히 규정되기 어려웠다. 섹슈얼리티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명확히 성적 관계를 가졌는가는 불분명하다. 서구와 야만이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 혹은 하나의 방법을 보여주는 사례 정도일까? 유목민 젊은 여성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인 점에서 페미니즘적으로는 비판을 받을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imdb에서 영화의 평균 평점은 5점대를 기록하고 있다. 리뷰글을을 몇 개 읽어볼 예정이다.
세 개의 언론 리뷰를 읽어보았다. 영화의 감독은 콜롬비아 출신의 시로 게레라다. 각본은 쿳시 자신이 참여했다고 한다. 영화 속 야만인들의 언어는 몽골어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 촬영지는 북아프리카, 더 정확히는 모로코였다.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는데 당시부터 평이 어중간했다. 문화적 맥락이 의도적으로 모호했던 원작을 영상에서도 그렇게 재현하자 감정 이입이 어렵고,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라는 평가인데 결국 그게 대체적인 평가로 인정된 모양새다.
북아프리카 배경에 몽골인이 등장한 건 매우 이상한데, 야만인 전사라고 할 때 제작진이 수백 년 전의 몽골 제국을 떠올렸기 때문일까? 유목 부족 중 전사집단이 된 사례가 적지는 않을 터이나 가공할 위력의 실제 사례로서, 서구를 떨게 만들었던 몽골인들은 유효한 사례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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