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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Nomadland (2020)

by wannabe풍류객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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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명성은 오래전에 들어보았지만 너무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고, 실제로 보고 나서도 생각할 점들이 떠오르지만 너무 좋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이 영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달리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일단 들었던 생각은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 간 클로이 자오라는 짧은 경력의 감독이 어떻게 미국의 내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그것은 원작인 논픽션 책의 판권을 다름아닌 주연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사서 제작자로서 클로이 자오를 영입했다는 설명으로 크게 해소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감독이 그런 식의 영화를 잘 연출해냈다는 건 의외라 할 수 있다. 자오는 전작에서도 매우 미국적인 소재를 다뤘기에 이 영화의 감독이 되었다고 한다.

원작이 있다는 걸 모른 상태에서는 영화 제목도 흥미로웠다. 유목민을 말하는 노마드와 땅의 결합. 원래 유목민이라 하면 국경을 초월하는 혹은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미국의 현대 노마드들은 분명 국토 안에서만 돌아다닌다. 아무리 하찮은 일을 할망정 미국 기업, 점포들에서 일을 한다. 거대 기업 아마존의 물류 센터에서 일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아마존이야말로 미국의 국경을 진작에 넘은 국제 자본의 상징 같은 기업이라 전혀 다른 의미의 노마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 초반에 아마존이 나올 때, 영화가 아마존을 비난하는 것인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맥도먼드가 연기한 펀이라는 캐릭터는 다니던 회사가 없어지며 순식간에 마을 전체가 사라지고 남편도 죽으며 노마드를 선택하게 되었고, 기존 유통업을 무너뜨린 공룡기업 아마존에 임시고용되어 일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을 묘사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시각이 아니었다는 건 펀이 이후 여러 장소를 전전하는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마존과 펀(을 비롯한 노마드들)은 서로가 편의에 따라 이용하는 관계 같았다.

몇 차례 정착의 기회를 일부러 포기하는 펀의 자세의 근원에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자리하고 있는 걸로 그려지고, 홈리스가 아니라 하우스리스라는 주장이 대변하듯 어떤 노마드는 단지 경제적 이유로 떠돌이 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들을 제외하면 다수의 노마드는 2000년대 금융위기의 희생자로서 노마드가 된 걸로 보인다. 감독은 그럼에도 경제적 곤경이 아닌 다른 식의 커다란 상실로 인해, 말 그대로 마음을 어디에도 붙일 수가 없어서 떠돌게 되는 외로운 영혼들의 삶을 미국 현실의 노마드들과 접목시켜보려 한 것 같다. 자오 감독의 개인사는 잘 모르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중국에서 그녀를 무시하기 위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뉴스를 차단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그녀도 출생국가와 유리된 일종의 망명자, 유랑자 같은 건 아닐까? 혹은 소위 플랫폼 노동에 길들여지는 지구의엄청나게 많은 노동자들도 일종의 노마드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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