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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Cromwell (1970)

by wannabe풍류객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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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를 보았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소화하기도 버거워 예전 영화, 특히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영화를 보려면 큰 각오가 필요하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여러 번 접하게 되지만 여전히 미궁의 인물인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영화는 크롬웰이 당시 영국왕인 찰스 1세에게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고 그를 미워하는 계기들을 보여준다. 두 인물의 종교적 차이가 중요한 이유이고, 찰스 1세의 인클로저 명령으로 공유지가 귀족의 손에 들어가며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심한 형벌을 받은 것도 큰 계기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따르면 찰스 1세가 국교회에 가톨릭적 형식을 도입하긴 했지만 프랑스 출신의 왕비의 가톨릭적 형식을 용인하는 것이지 종교적 신념이 강하지는 않았다는 듯 하고, 인클로저는 이미 헨리 7, 8세 때의 일로 찰스 1세 때는 일부 있긴 했지만 왕 자신이 인클로저에 반대하는 입장에 가까웠다고 한다. 과장 혹은 영화를 위한 픽션이지만 크롬웰 시기에 개방된 땅에 나무 울타리가 쳐지고 그걸 농민들이 부수는 걸 보는 건 책에서 보던 장면을 더 생생히 보는 경험이었다. 

 

이후 다시 영국 의회, 팔러먼트의 광경이 여러 번 펼쳐진다. 요즘 영국 의회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반원 형태로 의원들이 다닥다닥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회의가 진행된다. 왕(당파)과 의회 사이에 서로 주요 인물들을 반역죄인으로 지목해 참수형이 내려지거나 하며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 내전이 시작된다. 

 

여러 전투를 거치며 의회파는 new model army의 힘으로 왕당파에 승리한다. 이후의 과정은 쉽게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워낙 17세기 초중반의 역사가 복잡해서 설명을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된다. 의회파가 승리하는데 이걸 관리하는 건 군대이고, 초반에 크롬웰은 권력에서 떠나 있다가 나중에 들어와서 몇 년간 통치를 하는데 이로인해 영국이 더 강하게 되었다는 게 감독의 취지로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크롬웰의 묘를 보여주는 것 같은데, 묘에 적힌 문구 중 마지막 문장은 인간 세상의 왕은 예수가 유일하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찰스 왕을 참한 이후 의회파 혹은 군대에서 크롬웰을 왕으로 추대할 때 그 자신이 왕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크롬웰은 왕이 될까 말까를 몇 주간 고민했고, 군대에서 거부 의견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안 되었다고 한다.

 

역시나 크롬웰은 흥미로운 인물이고, 시간이 되면 관련 도서를 더 읽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주연 배우들이 어떤 인물이가 찾아보니 매우 놀라웠다. 우선 크롬웰 역할의 리처드 해리스는 다름 아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초대 더블도어를 연기했다. 그는 처음에 연기하길 거절했는데 어린 손녀가 꼭 하라고 협박하는 통에 하게 되었고, 영화를 찍은 이후엔 이 영화만으로 자기가 기억될까 걱정했다. 꽤 합리적인 우려라고 생각된다. 1959년에 시작된 그의 필모그라피는 거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004년까지 이어지고 있기에 덤블도어로만 그를 기억하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1990년 이전 작품을 내가 잘 알 수가 없고, 90년 이후 작품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언포기븐,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가 큰 영화 출연작이었다. 

 

찰스 1세를 연기한 알렉 기네스는 다름 아닌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의 오비완 케노비를 연기한 배우였다. 다른 유명한 작품으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가 있다. 많은 다른 영국 배우들처럼 알렉 기네스도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다작을 했다. 

 

퓨리탄들의 엄숙한 태도를 보여주는 검은 색 상하의가 눈에 띄는 가운데, 역사적 사실과 다른 여러 장면들 때문에 영화는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 했다. 영화는 주로 의상과 음악 부문에서 영화 시상식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혀 사용되지 않는 방식의 당시 영화 음악은 낯설어서 새삼 신선했다. 

 

Cromwell (film) - Wikipedia

Richard Harris - Wikipedia

Alec Guinness - Wikipedia


퍼스트 카우에 대한 글은 모아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배우와 감독 인터뷰가 많아서 추려 읽어야 할 정도다. 어제는 유튜브에서 존 마가로의 단독 인터뷰 한 개와 2019년에 감독과 두 주연 배우가 질의응답을 하는 걸 보았는데, 쿠키를 연기한 존 마가로는 의외로 잘 나가는 배우였다. 엄브렐라 아카데미에서도 큰 역할을 연기했는데 쉽게 각인될만한 얼굴이 아니어서인지 다른 출연작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여성인 영화의 감독은 매우 차분하고 따뜻한 분으로 느껴졌다. 영화가 원작과 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자본주의 비판보다는 두 인간의 우정에 훨씬 더 가치를 두고 만들었다는 인상도 받았다. 큰 돈을 들고 혼자 살 길을 찾을 수도 있었던 킹루가 우정 때문에 죽고만 것은 예나 지금이나 좀처럼 보기 힘든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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