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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Coming to America

by wannabe풍류객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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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디 머피 주연의 영화 Coming 2 America가 공개되었다. 과거 코믹 연기의 대가였던 에디 머피는 어느 순간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2019년 Dolmite is my name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린 머피는 그 영향인지 과거 자신의 영화인 Coming to America의 후속작을 만들어 발표하기에 이른다. 

 

에디 머피가 유명해도 생각해보면 그의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더구나 1988년작인 Coming to America는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그리하여 1988년의 원작과 2021년의 후속작을 연달아 보게 되었다. 

 

형식만 놓고 보자면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다. 에디 머피와 아세니오 홀 두 배우가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1편은 아프리카의 가상 왕국 자문다의 왕자인 아킴(에디 머피)이 부모가 정한 정략 결혼을 앞두고 있다가(아내가 될 사람은 신체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이지만 개성이 없었다) 도저히 이런 결혼은 못 하겠다며 미국 뉴욕의 퀸즈라는 지역으로 가서 신붓감을 찾는 이야기다. 결국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부모의 허락을 받는 과정, 자신의 신분을 숨겼다가 밝히는 과정에서 여자친구의 마음이 바뀌었다 돌아오는 과정 등이 전개된다. 맥도날드를 대놓고 베낀 맥도웰 패스트푸드점이 또 하나의 포인트였다. 

 

2편은 이제 왕이 되어 자문다를 다스리게 되고, 리사와 여러 명의 딸을 두고 있는 아킴이 웨슬리 스나입스가 이끄는 군벌과 자식을 정략 결혼시켜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벌어지는 소동이다. 1편에 비하면 자문다 왕국 장면이 훨씬 많고, 자식 세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어 에디 머피의 분량은 줄어들었다. 1편에 비해 선정적인 장면이 훨씬 줄었고, 에디 머피처럼 주류 영화에서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웨슬리 스나입스의 코믹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최근의 경향을 그대로 반영하여 여성주의적 색채가 짙다. 

 

영화에 대해 여러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흑인을 다루는 방식만 간략하게 남기고 싶다. 1편의 첫 장면은 화려한 그리고 거의 의도적으로 동화 속 장면처럼 연출한 자문다 왕궁이 등장한다. 이곳은 가상의 왕국이다, 아프리카의 왕국이지만 내전으로 찌든 곳이 아니라 매우 평화롭고, 부유하고, 아프리카적 고유성을 간직하면서도 서구적 가치를 배척하지도 않은 이상적이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마블의 블랙 팬서가 와칸다 왕국이라는 가상 왕국을 통해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하나로 기능한 것이 즉각적으로 떠올랐다. 이미 1988년에 그런 정서의 영화가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흑인이다(이발소 할아버지 중 한 명 정도가 눈에 띄는 백인이 아니었던가 싶다). 주조연 10명 안 쪽의 영화도 아니고 백 명이 넘을 듯한 등장 인물 전부가 흑인인 다른 영화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할리우드의 백인 배우 중심 주류 영화에 너무 익숙해져서 흑인만 나오는 영화가 재미있었던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매우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의식적인 흑인 영화이기에 2편에서는 대표적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이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아프리카에 흑인 왕국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고, 흑인 왕국에 흑인 왕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뉴욕에서 흑인만 사는 곳을 찾는다면 불행하게도 빈민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그 점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생각해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흑인들이 왕이 되어 미국 대부분의 백인보다 많은 부를 소유할 수도 있는데, 어메리칸 드림의 땅에서는 빈민으로서 모여살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대조를. 하지만 자문다가 잘 운영되는 왕국으로 보이긴 해도 개인간 심각한 불평등이 있고, 퀸즈 지역의 흑인 간에도 리사의 아버지로 대표되는 자본가 계급과 훨씬 가난한 다수의 흑인들이 존재한다. 리사의 아버지는 원래 지역 흑인 사회의 또 다른 부유한 집안의 아들과 딸을 결혼시킬 계획이었는데, 종업원으로 부려먹던 아킴이 왕자임을 알자 곧바로 태세 전환을 한다. 미국의 흑인 부자보다는 아프리카의 왕자가 훨신 낫다는 계산은 경제적으로는 납득이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왕정 국가를 선호한다는 계산은 딸이 왕비가 될 예정이 아니었다면 쉽게 나올 수 있었을까? 단순하게 사태를 보아도 미국보다 아프리카 왕국이 더 낫다는 계산은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아프리카에서 플랜테이션 경작을 위한 노예로 대규모로 신대륙으로 이주당한 흑인들이 고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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