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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비밀의 정원(책과 영화들)

by wannabe풍류객 2020.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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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비밀이라고 하면 더더욱 궁금해지는 것이 인간의 심리지만, 이상하게도 세계명작으로 자주 거론되는 소설 '비밀의 정원'은 읽을 마음이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여전히 읽지 않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들려줄 때 요약된 버전의 '비밀의 정원'을 여러번 듣게 되었다. 그다지 귀기울여 듣지는 않았지만 자꾸 듣다보니 귀에 남는 부분들이 생긴다. 

 

가장 관심이 간 부분은 주인공 메리가 인도에서 왔다는 설정이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 중에 '세라 공주(?)'도 인도에서 온 아이에 대한 것이라 두 작품의 작가가 같은 게 아닌가 싶었던 적이 있다. 찾아보니 아니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 둘 다 프랜시스 버넷의 작품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을 인도에서 보내다가 갑자기 부모를 잃고 영국에 온 여자아이들이 고독을 극복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웅진의 어린이들 대상 세계명작 버전으로 알게 되고, 이후 1990년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제작 영화(매기 스미스가 메들록 부인을 연기했다)와 올해 버전의 영화들을 보게 되었다. 세 버전이 모두 차이가 있어서 후대의 작품들이 원작을 일부러 조금씩 바꿨음을 알 수 있다. 

 

원작의 줄거리는 나무위키(https://namu.wiki/w/%EB%B9%84%EB%B0%80%EC%9D%98%20%ED%99%94%EC%9B%90)를 참조했다. 웅진 세계명작이 원작의 충실한 요약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주요 캐릭터 중 하나는 통째로 제외되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1993년 영화에는 매기 스미스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캐스팅은 없다. 하지만 코폴라가 제작해서인지 평가는 꽤 좋은 편이다. 원작과 크게 다른 점은 메리의 부모들이 콜레라가 아니라 지진으로 죽는다는 설정, 메리와 콜린의 어머니들이 자매라는 설정이다. 원래는 크레이븐씨가 메리의 고모부라고 한다. 단순히 자매가 아니라 쌍둥이라는 것인데 이는 2020년 버전에서도 활용되는 설정이다. 메들록 부인은 메리가 엄마를 전혀 안 닮았다고 하지만 크레이븐씨는 메리가 자신의 아내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하며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2020년 버전에서 콜린 퍼스가 크레이븐씨를 연기한다. 출연 장면이 많지는 않다. 이 버전은 메리의 부모가 콜레라로 죽는다는 설정은 같지만, 시대를 원작보다 훨씬 후대로 옮겨서 1940년대 후반으로 잡는다. 원작은 1909년에 발표되었고, 그 즈음이 이야기로 보인다. 1993년 버전의 메리는 인도에서 공주처럼 자라서, 말하자면 인도인 하녀들이 옷을 다 입혀줬다. 영국에 와서 적응을 못 하는데, 2020년 버전의 메리는 옷은 혼자 잘 입는 편이고 처음부터 꽤 활동적이다. 

 

어떤 버전이건 Robin이라는 종의 새, 붉은가슴울새가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그런데 1993년 버전에서 메리는 열쇠를 콜린의 어머니 방에서 발견하는데 반해, 2020년 버전의 메리는 일단 담을 넘어 비밀의 정원에 들어간 이후 나중에 열쇠를 발견하다. 2020년 버전에서 메리와 딕콘만 생각하면  열쇠가 필요없는 수준이지만 몸이 불편한 콜린을 정원 안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열쇠가 필요할 뿐이었다. 

 

1993년의 메리는 정원을 발견한 이후 정원을 가꾸는 일의 재미를 느끼는데, 2020년의 비밀의 정원은 '마법의 정원'이라서 갑자기 정원의 식물이 확 자라다가 갑자기 시들기도 한다. 2020년 버전은 콜린 어머니의 희생이 정원에 마법을 걸었다는 식의 무리수를 던진다. 

 

1993 버전은 가장 유명한 캐스팅인 매기 스미스를 활용하기 위함인지 메들록 부인이 두드러진다. 특히 콜린을 방에 감금하고, 마스크를 쓴 채로 치료 행위를 하는 부분들이 인상적이다. 매일 어디서나 마스크를 써야하는 요즘 시대에 100년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 속 마스크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원작에도 그런 설정이 있는지는 확인을 못 해봤다. 2020년 버전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 이야기다. 

 

웅진 버전에서 멀리 떠난 크레이븐씨는 꿈 속에서 아내가 정원으로 오라는 말을 하자 집으로 돌아오는 설정이 있는데 1993 버전에서는 이 과정에 아이들이 마법을 부린 듯한 설정을 끼워넣었다. 하지만 2020 버전에서 크레이븐씨는 밖에 많이 나가긴 하지만 집에도 오래 있는 편이었고, 그 자신이 비밀의 정원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에도 집에 있었다.

 

2020 버전은 저택에 화재가 일어나는데(크레이븐 자신에 의해) 다른 버전들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캐스팅의 무게로 보아 중량감이 큰 콜린 퍼스의 회복에 더 중점을 두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그의 회복, 재기를 위해서는 과거가 더 소멸될 필요가 있었다는 듯이 집이 불탔고, 정원에는 아내가 남긴 마법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영화는 생기를 찾은 크레이븐씨가 집을 재건축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메리 캐릭터의 매력으로 보자면 1993 버전이 더 뛰어났다. 2020의 메리는 조금 더 어른스럽게 보인다. 1993 메리의 심술궂은 혹은 모두에게 화난 얼굴 연기가 훌륭했다. 그녀는 1993 영화의 캐스팅 중 매기 스미스를 제외하면 나중에 가장 성공한 편이지만 그녀의 다른 작품은 본 적이 없기도 하다. 콜린으로 쳐도 1993의 콜린이 더 매력적이었다. 2020의 콜린은 그다지 부각된 캐릭터는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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