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브렐라 아카데미 시즌 1, 2

엄브렐라 아카데미는 전혀 기대가 없어서 패스했던 드라마였는데(잘 알아보지도 않았다), 워킹 데드로 피폐해진 마음을 전환하는 차원에서 보게 되었다. 최근 시즌 2가 공개되어 게시판들에서 관련한 이야기들이 좀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엘런 페이지의 출연이 시청의 가장 큰 계기였다. 넘버 1으로 출연한 톰 호퍼는 왕좌의 게임에 출연했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여러 배우들이 낯이 익었으나 내가 알던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옛날 가수인 메리 J. 블라이즈가 잔혹한 에이전트로 출연해서 놀라웠고, 그녀의 파트너인 캐머런 브리턴이 마인드헌터의 그 무시무시한 범죄자를 연기했다는 점이 더 놀라운 발견이었다.

 

내용 자체를 정리할 필요는 없겠고(나무위키에 잘 정리가 되어있는 듯 하다 namu.wiki/w/%EC%97%84%EB%B8%8C%EB%A0%90%EB%9F%AC%20%EC%95%84%EC%B9%B4%EB%8D%B0%EB%AF%B8(%EB%93%9C%EB%9D%BC%EB%A7%88). 몇 가지 드는 생각만 적어보겠다.

 

우선 커미션이다. 언제 누가 세웠는지 모르는 조직인데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사건이 일어나도록 만든다. 그 전제는 미래의 누군가가 자꾸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큰 사건들의 결과를 바꾸려고 시도한다일 것이다. 그러면 그건 또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불거진다. 일단 넘버 파이브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능력이 있었다. 그런 존재가 또 없으란 법이 없기에 그렇게 시작된 과거의 수정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려는 또 다른 조직이 만들어진 것일까? 그런 능력을 가지려면 엄청난 과학 기술 혹은 마법 능력 등이 필요할 터인데, 원래 커미션의 수장이었던 물고기가 그런 능력이 있단 말인가? 드라마가 이 설정에 어떤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을지 모르겠다.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는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조직한 인물인데, 시즌 1에서는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자살까지 한다고 설명이 되지만, 시즌 2를 보면 케네디 저격 사건의 배후 인물 중 하나로 드러난다. 거기다 외계인? 시즌 1 후반부에 아픈 아내를 떠나는데 무언가 세상이 핵전쟁으로 멸망하는 풍경이 있었다. 그런데 옛날 미국으로 입국한다? 핵전쟁은 외계 행성의 일이었을까? 크립톤 같은? 최근 아이리쉬맨에서도 케네디 암살의 배후로 다른 조직이 거론되었던 것처럼 이 사건은 여전히 미궁이며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고, 케네디를 죽이려는 사람이 도처에 널렸다는 인상을 준다. 여하튼 레지널드가 왜 케네디를 죽이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 드라마는 최근 트렌드에 맞게 여러 인종, 여러 성적 취향의 전시장이었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예전의 백인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고,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 이런데 익숙해지는 것의 장기적 이점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멤버, 남매들은 모두 같은 날 태어났다. 시즌 1의 첫 장면에서 드러나듯 수영장에서 남자와 눈짓을 주고받던 어린 여자가 갑자기 배가 불러오더니 순식간에 아이를 낳는 것처럼. 동시에 태어난 아이는 아카데미의 7명뿐이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 그 설정은 시즌 2의 마지막에 다른 아이들로 만든 스패로우 아카데미를 조직하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나무위키의 설명을 보건대 그 날에 태어났어도 갑자기 잉태되어 태어난 아이가 아니면 초능력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숫자를 다 더해도 여전히 남는 아이들이 있고, 이 시리즈가 더 진행되면 그 아이들까지 등장할 수도 있겠다. 더 근본적으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누가 아이들을 잉태시켰는가, 왜 세계 도처에서 아이를 낳게 만들었는가 등이 문제가 된다. 외계인의 소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