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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Devs (2020)

by wannabe풍류객 2020.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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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갈랜드 감독의 신작은 8부작 드라마였다. 전작인 엑스 마키나를 연상시키는 IT 갑부 사업가의 기이한 실험의 파멸적 결과가 새로운 형태로 펼쳐진다. 

 

제목인 devs가 무슨 뜻일까 몇 번 생각해보았다.  developers가 가장 그럴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화에서 드러나기로 v는 사실 u이기 때문에 deus 즉 신이었다. 전작 영화와 짝이 되어 완성되는 deus ex machina. 

 

작품은 양자물리학을 본격 도입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장치에 불과하다. devs 안에서 이룩된 기술적 업적으로 인간의 역사는 물론 지구의 역사, 시간의 역사까지도 완벽하게 복원되는 듯 하고, 심지어 미래까지도 정확히 예측이 되는 시스템이 있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그래서 결정주의라는 작품의 테마는 유지된다. 

 

여러 다른 작품들이 떠오르게 되는 8편의 중후반부는 릴리의 선택으로 무언가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어차피 죽게 되는 릴리의 선택은 다른 이를 직접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인데, 그녀는 그 덕분에(?) 시뮬레이션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시뮬레이션이 현실 같다면 그 둘의 차이는 없을지 모른다는 포리스트. 릴리는 포리스트를 가짜 메시아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devs라는 신은 현실과 완전히 같은 느낌의 시뮬레이션 천국을 통해 릴리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모든 현실의 부조리, 아픔을 겪고 진정한 사랑이 누구였는지 깨달은 릴리로서는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겠으나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시뮬레이션, 게임, 영화 그 무엇으로도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그 가상 세계는 devs 화면을 통해서만 목격이 되는 듯 했다. 시스템이 멈춘다면 사라질 세상. 인간 현실도 천재지변, 판데믹으로 일상이 사라진다면 마찬가지일까?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은 전체를 보고 나면 매우 납득이 가며,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여기게 된다. 릴리는 너무 늦게 깨달은 진정한 사랑을 가짜 현실을 통해 회복하고자 했다. 평범한 인간에게 그런 두 번째 기회란 없기 때문에 결국은 애초에 그러한 치명적 실수를 하지 말아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른 이들의 리뷰도 보고 쓸 말이 있으면 다른 글로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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