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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21대 총선 사전투표하고 옴

by wannabe풍류객 2020.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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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렴한 일회용 마스크의 왼쪽 끈이 거의 떨어지기 직전의 덜렁대는 상태여서 투표를 못 하는 게 아닌가라는 위기감을 느끼며 투표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 날이다.

 

늦게 잤지만 아침 6시부터 투표장으로 향하겠다는 다른 사람의 글에 묘한 경쟁의식을 느껴서였을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물론 6시보다는 늦은 시각이다. 아침에 투표장으로 가기 전에 며칠 전 집에 도착한 선거공보물의 투표 안내문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니 사전투표소와 15일에 투표하는 장소가 달랐다. 사전투표소는 15일에도 운영하겠으나 집에서 가까운 투표장은 15일에만 운영하는 모양이었다. 더 먼 곳으로 가야하게 되면서 미리 구상한 아침 동선이 꼬였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투표장은 우리 동의 주민센터의 3층. 1층에 가자 두 명의 운영진이 발열 체크를 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두 옵션이 있었고 나는 계단으로 가려했는데, 비좁은 통로의 구조상 운영진들이 계단을 막아선 형국이었고,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세 명이 같이 탔고 바이러스 상황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었다. 투표일 같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상황에서 운영진이 굳이 다리 튼튼한 사람들에게 계단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3층에 도착하자 1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서있게 선이 그어져있었다. 하지만 두 개의 선 이후로는 사람들이 바싹 붙어 줄을 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큰 소용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손소독제로 손을 비벼주고, 비닐장갑은 오른손에만 착용해도 된다는 설명을 듣고 그렇게 했다. 

 

차례가 되어 투표장으로 들어가자 신분확인 절차를 거쳤다. 신분증을 스캔하는 듯 했고, 마스크를 벗어서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물론 신분확인의 기초가 사진을 통한 본인 여부 확인인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절차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공교롭게도 어제는 군인이 수능 대리 시험을 친 사건이 보도되었는데, 당시 감독관이었던 사람은 군복입고 머리 짧은 남자들은 다 비슷해보이더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던 바 있다. 책임 회피성이면서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술이었다. 여하간 짧은 시간에 조그만 사진을 보고 본인을 확인한다는 것은 100%의 진실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는 아니라는 걸 새삼 생각해본다.

 

두 장의 투표지는 작은 프린터를 통해 인쇄되어 내 손에 건네졌다. 단지 세 명의 후보만 있는 짧은 지역구 투표지와 도대체 몇 명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48센티미터에 이른다는 길쭉한 비례대표 투표지는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투표할 수 있는 공간도 지역구 의원 투표지에 비해 비례의원 투표지의 경우가 좁았다. 두 번 붉은 도장을 찍고 투표지를 살짝 접어서 투표함에 넣고, 비닐 장갑을 벗고 투표장을 벗어났다. 내가 들어왔을 때보다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는데,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3일의 투표 기간 동안 투표장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개표할 때도 걱정이다. 세계 곳곳에서 상당 영역의 활동이 정지되고 유예되는 마당에 치르는 선거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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