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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Tales from the Loop (2020)

by wannabe풍류객 202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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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레베카 홀이 대표적인 배우로 출연하고 조내선 프라이스도 짧은 분량 등장한다. 나머지 배우들은 알아볼 수가 없는 편인데 그럼에도 매우 볼만했다. 

 

전혀 배경 지식없이 봤기에 나중에 알게 된 배경들을 조금 적어둔다. 루프 이야기라는 작품은 원래 스웨덴 출신 작가의 그림책에서 출발한다. 이후 책을 배경으로 게임이 만들어졌고, 이번에 드라마 시리즈로 공개된 것이다. 

 

시리즈의 큰 전제는 미국 어딘가의 지하에 실험 물리학 연구소가 있고, 이 마을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1편에서 바로 드러나듯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금속(?)의 원형 덩어리가 지하에서 어떤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다. 형태로만 보면 최근에 방영되는 hbo의 웨스트월드 시즌3의 로호봄이 연상된다. 두 가지 장치 모두 각 드라마안에서 신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별 특별한 것이 없는 넓은 평원이 있는 미국 시골 마을이지만 MCEP?라는 회사가 지역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나중에 드러나지만 원형 덩어리가 있는 본사는 시골에 있고, 인근의 도시가 별개로 존재했다. 조내선 프라이스가 연기하는 캐릭터 러스가 거의 혼자서 놀라운 과학적 업적을 이뤘고, 그 덕분에 지역 사회의 고용을 떠받치는 하나의 회사가 수립되었다. 

 

레베카 홀이 연기하는 로레타라는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고, 그 아들 제이콥과 콜이 주요 캐릭터다. 이 외에도 제이콥의 친구 대니, 제이콥이 짝사랑하는 소녀, 회사의 경비원, 회사의 수리 업무를 맡은 직원 등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 격으로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이야기의 전개는 매우 느리다. 전에 트윈 픽스 더 리턴을 볼 때 느꼈던 느림을 재경험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두세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페이스도 아니었다. 제이콥의 짝사랑 소녀가 주인공인 한 에피소드는 느림이라는 주제를 극대화시켜 아예 나를 제외한 세상 모두를 정지시키기도 한다. 주로 만화, 게임에서 유래한 아주 빠른 영화 속 캐릭터들도 자신만 움직이고 나머지는 정지한 듯한 장면을 만들어내지만 이 경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런 느린 전개이지만 수십 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도 특이하다. 1편부터 수십 년 전의 소녀와 현재의 로레타가 만나기도 하고, 로레타의 남편 조지가 어린 시절 이야기가 현재와 오버랩되고, 최종적인 주인공이 된 콜의 수십 년 후가 플래시포워드?로 스쳐지나간다. 이러한 모든 시간의 느리고 빠름을 축약하는 말은 여러 번 반복된다. 바로 "눈깜짝할 사이"다. 신과 같은 기계? 물질?을 만들어낸 러스도 노년과 그로 인한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많은 업적을 이뤄냈지만 자식들에게 충실하지는 못했던 듯 하다. 그는 사업 후계자이자 며느리인 로레타에게 휴일을 가능한 가져보라고 충고했다. 이 시리즈의 많은 과학적인 척하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는 매우 고전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부모 자식의 유대에 대한 재강조. 

 

그림책에서 유래한 이 시리즈의 이야기는 크리에이터인 너대니얼 핼펀의 머리 속에서 엮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는 그림책의 이미지에 꽂혔고, 초원 위에 괴상하게 솟은 세 개의 탑과 지하의 연구소, 아무렇게나 눈에 띄고 사고파는 제품인 로봇이라는 장치들을 가져와 실험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어머니가 도망가 고아가 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듬어볼 기회를 가지기도 하고, 괴물인줄 알았던 것이 실제로는 아버지의 또 하나의 자식(로봇)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현실에서 가지지 못한 사랑의 기회를 평행 우주에서 실현하기도 하고,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정말 좋을까를 실험해보기도 한다.

 

서로에게 부러운 점이 있는 두 친구가 몸을 바꿔 생활해보기도 하는데 이 설정은 몇 개의 에피소드에서 이어진다. 가장 문제적인지도 모를 설정이다. 어느 날 자식의 몸 속에 다른 녀석이 들어와 살고 있는데 부모는 다른 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 한다. 매일 같이 잠을 자는 동생도 잘 모른다. 범인이 자백하기 전까지는 가족이 전혀 모른다는 설정은 너무 이상해서, 작가가 미국 가정의 붕괴적 상황, 극한에 이른 서로에 대한 무관심을 비판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8편에서 콜이 로봇이 된 형과 조우하여 부모를 찾아 도시로 가는 장면도 문제적이다. 숲에서 콜은 전혀 추운 날씨가 아닌데 조그마한 개울이 언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한다. 되돌아가는 길에서 개울은 완전히 녹아서 졸졸 흐르고 있었고, 콜이 축구공을 개울에 던지자 공이 하류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상류에서 콜이 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콜이 개울을 건너자 다시 얼어붙었다. 그러고 나서 연구소로 가자 할머니가 다 된 엄마 로레타가 등장한다. 과학자인 로레타가 설명하는 바, 콜이 개울이 녹았을 때 건너서 많은 시간, 십수 혹은 수십 년이 지났다는 시적이고 비유적인 해명이 나온다. 콜은 형의 몸으로 사는 대니의 딸과 만나고, 이 둘이 결혼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은 누가 왜 올라가는지 모르는 높은 탑의 꼭대기에 콜이 올라가서 망원경으로 무엇인가 살펴보는 장면이다. 그 탑의 용도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에 할머니와 콜이 멀리서 탑에 누군가 있는 장면이 등장했기에 콜의 망원경 안에는 또 다른 콜이 보일 것만 같았다. 

 

8편에서는 또 하나 큰 비밀이 밝혀지는데, 콜이 다니는 학교의 미모의 여선생님이 사실은 로봇이었다. 인근 섬에 유배된 첫번째의 실패의 경험 때문에 러스는 완전히 사람처럼 생긴 두번째 로봇을 만들어낸 것이다. 로봇이 가면을 벗는 장면은 마치 트윈 픽스 더 리턴에서 로라와 그 어머니가 얼굴 가면을 벗을 때가 연상되도록 연출되었다. 하지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공포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최근의 여러 SF 장르에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공포를 포인트로 삼은 작품이 많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점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아무도 이 연구소를 없애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구소가 무언가 일을 해서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소는 철저하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 

 

제작자인 핼펀의 인터뷰를 보면 이 마을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하니 후속 시즌에 대한 욕심은 있는 듯 하다. 8편은 유명한 조디 포스터가 감독으로 참여했고, 2편의 경우는 한국인 혹은 한국계인 김소영 감독이 연출했다. 음악에는 필립 글래스가 참여하여 만족스러운 청각 경험을 제공한다. 독특해서 흥미로웠지만 과연 다음 시즌이 제작되면 또 흥미로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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