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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Vera Drake (2004)

by wannabe풍류객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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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영화를 만났다. 주연 배우는 이멜다 스톤튼으로 낯이 익으나 그녀가 주연한 작품을 본 적은 없는 듯 하다. 영화의 배경은 1950년 영국이다. 불과 몇 년 전 끝난 2차 대전의 기억이 생생한 시기로 출연한 남성 캐릭터 대부분이 참전의 경험이 있었다. 누군가는 멀고 먼 나라 한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후는 베이비 붐의 시기이기도 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일상에서 많은 아이들은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미 아이가 일곱있는데 또 임신을 했다. 여성 인권이 지금같지 않던 당시에 많은 여성은 강제적인 성관계로 임신을 하기도 했다(샐리 호킨스가 그 피해 여성 역할로 비교적 짧게 출연한다). 이런 여성들은 '도움'이 필요했다. 많은 여성이 도움이 필요했다. 도움을 받을 길은 두 가지였다. 첫째로 정식 절차를 받아 산부인과에서 수술을 받는 길이 있다. 많은 돈이 필요하고, 합법적 시술을 위해 다시 말하기 아픈 과정을 정신과 의사에게도 진술해야했다.

 

또 하나의 길이 있으니 말 그대로 불법 시술이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영화의 설명으로는 1860년대에 만들어진 personal act라는 법에 의해 낙태가 금지되었던 모양이다. 주인공 베라 드레이크는 바로 그 시술을 해주는 여성이다. 중년과 노년의 가운데 있는 듯한 베라는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형편의 여성들의 낙태를 도와준다. 그녀는 시술 과정에서 항상 웃고 있었다. 처음에 오해를 한 나는 그녀가 본업인 남의 집 청소가 아닌 시술로 가외 수입을 얻어서 기분이 좋은가 생각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년 남성 산부인과 의사의 고압적 자세나 비싼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고도 원치않는 출산의 고통을 면해주는 그녀는 많은 여성들에게 구원의 손길이었다. 그녀는 돈을 받지도 않았다. 돈은 도움이 필요한 여성과 베라를 연결시켜 준 연결책이 받아서 챙겼다.

 

영화는 전체 상영 시간을 통해 베라에게 악한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강조한다. 하지만 그 행위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비싼 보석금을 두 번이나 냈고, 많은 참작 사항이 있었음에도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수감된 그녀가 같을 일을 행했던 다른 여성들과 대화를 한다. 어떤 여성은 3년형, 또 다른 누구는 4년형을 받았고 그녀들은 '재범'이라고 했다. 그녀들이 돈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받았더라도 적게 받았을 것은 확실하다. 베라의 경력은 무려 20여년으로 추정되는데 그동안 사고가 없었던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베라가 검거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그녀의 도움을 받은 한 젊은 여성이 사경을 헤맸기 때문이다. 보통 그 원인은 주사기 하나를 계속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베라도 그렇게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무려 20년의 시간동안 사고가 한 번 일어났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2차 대전을 전후한 혼란스러운 상황 때문에 언젠가 있었을지 모를 사망자들을 베라는 몰랐을 수도 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베라가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암시된다. 베라가 강제적인 성관계의 피해자였거나 아니면 불법 낙태 시술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을 겪은 것과 그런 기술을 배우는 적극적인 과정은 별개의 일이긴 하다. 어찌되었건 현실적으로 당시 영국에는 그런 '도움'이 필요한 여성 수요가 상당했다는 짐작 정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영국에서는 '산파를 불러'라고 번역될만한 제목의 드라마가 여러 시즌을 거듭하며 꽤 인기를 끌고 있다. 베이비 붐의 시대에 산파도 많이 필요하지만 완전히 반대의 측면에서 이런 시술들도 행해졌으리라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시 이 영화는 매우 호평을 받아서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https://en.wikipedia.org/wiki/Vera_Drake영국의 시상식인 BAFTA는 휩쓸었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주요 부분에 후보로 올랐으나 수상하지는 못했다. 누구 때문인가 찾아보니 당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인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주요 부문의 상을 휩쓴 해였다. 제이미 폭스가 레이 찰스를 연기하고,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블란쳇이 디 애비에이터에 출연하기도 했다. 규모에서는 밀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사이드웨이스나 이터널 선샤인 오브 더 스팟리스 마인드도 있었다. 베라 드레이크는 그런 영화들 사이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진 영화였다. https://en.wikipedia.org/wiki/77th_Academy_Awa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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