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시 사이에 끝나는 경기를 월요일 새벽에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리버풀 경기는 종종 정규 시간이 아니라 특별 경기처럼 다른 시간 대에, 한국에서 시청하기 곤란한 시간에 열리고 있는 느낌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맨유와의 경기라서 보기로 했다.
요즘 맨유의 순위, 분위기를 보면 연승 가도의 리버풀이 이길 거라 생각할 수는 있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도 언제나 찾아온다. 실제로 경기에서 리버풀의 결정적 찬스가 더 많았지만 경기 내내 오프사이드, 파울, 골대 맞히기 등을 통해 1:0 스코오는 유지되었다. 반면 맨유도 거의 골 같은 기회가 두 번은 있었다. 그러나 맨유도 득점운이 없어 경기는 리버풀의 승이나 무승부냐의 긴장감이 유지된 채 90분을 채웠다.
그런데 알리송이 길게 찬 공이 중앙선 근처의 살라에게 전달되고 살라는 거짓말처럼 그 기회를 골로 연결지었다. 살라는 후반 초반에 거의 빈 골대에 차 넣기할 기회를 놓친 터였다. 살라는 옐로우 카드를 개의치 않고 웃통 벗기를 시전하며 기쁨을 표출했고, 어시스트를 기록한 알리송이 멀리서 뛰어와 살라와 포옹했다. 마치 리그 우승이 결정된 것 같았다. 팬들은 그동안 리버풀의 믿을 수 없는 리그 기록에도 불구하고 자제했던, 우리가 챔피언이 될 거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제라드의 미끄러짐으로 상징되는 리그 우승 도전의 실패, 바로 작년 승점 1점 차이의 리그 2위 등을 감안하면 리버풀 팬들은 '설레발'을 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16경기가 남고 리버풀이 한 경기를 덜 치른 시점에서는 일말의 의혹도 남지 않은 모양새다.
이번 라운드에서 2위 맨시티가 팰리스와 비기고, 3위 레스터가 번리에 패하며 리버풀의 자력 우승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리버풀이 잘했지만 압도적 우위를 보이지는 않은 최근 경기들을 볼 때 21승 1무라는 현재 기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아마도 리그에서 패배는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리그 우승만은 30년만에 리버풀에 돌아올 것이 확실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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