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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하여 똑같은 책이 두 권씩 생기게 되어, 예전에 산 책은 팔게 되었다. 어떤 경로로 팔까하다 알라딘의 중고샵이 눈에 띄어 상품을 등록하고 팔아보기로 했다. 열린책들에서 예전에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으로 낸 빨간색 하드커버로 된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은 더 이상 알라딘에 ISBN 정보가 없어 내가 책을 디카로 찍어 상품 이미지를 업로드해야 했다. 그다지 팔릴 것 같지 않은 책들도 많았지만 거의 열린책들 상품이라 한꺼번에 마련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모아서 사지 않을까하는 희망에 등록을 해두었다. 등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제일 먼저 두 권 짜리 카잔차키스의 '최후의 유혹'이 팔렸다. 구매하진 얼마 되지 않은 하드커버판이라 그런지 등록한 날에 바로 팔렸다. 편의점의 무인택배기를 처음으로 이용해봤는데 알라딘에서 부여한 거래번호를 입력하니 쉽게 운송장이 출력되었다. 굳이 주소를 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다만 책을 반드시 박스에 포장해야 대한통운에서 수거한다는 편의점 알바의 말 때문에 종이봉투에서 박스로 포장을 바꾸며 편의점에 두 번 가야 했다.
다음으로 '그리스인 조르바'가 팔렸다. 알라딘에서 2004년에 구입한 책으로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다. 그 다음에는 책 표지를 수리제본한 흔적이 있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과 '우리들'을 한꺼번에 구매하겠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가장 팔리지 않을 것 같았던 책이라 가격을 낮게 책정한 때문인지 다행히 책이 팔렸다. 이 두 번의 주문들은 공통적으로 구매하신 분들이 수취확인을 하지 않아 정산이 늦어졌다. 알라딘에서는 12일까지 확인이 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산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배송이 끝났음에도 며칠이 지나도 돈이 나에게 들어오지 않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책을 받으신 분들이 하셨는지 알라딘에서 했는지 모르겠는데 일주일 가량 지나서 정산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이렇게 세 번 책을 팔고 나자 등록한 책 중 두 권만이 남았다. 그런데 두 권은 모두 새 책이 알라딘에서 50% 할인된 가격인 3,900원에 팔리는 책이라 3,000원에 등록한 내 중고 서적이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팔 책이 생길 때까지 주문이 없겠거니 하고 있던 차에 오늘 '소립자'에 대한 주문이 들어왔다. 의외다 싶어 알라딘에 들어가니 새 책이 품절로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9,000원대의 하드커버 새 책을 사거나 배송비를 포함하여 5,500원에 새 책이나 다름없는 내 책을 사거나의 선택에서 내가 등록한 책을 사는 경우가 합리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다. 옳타쿠나 싶어 얼른 포장해서 편의점 택배로 부쳤다. 실제 편의점에서 내가 맡긴 책이 주문자에게 도착하는 건 내일 모레가 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무인택배기를 이용하면 배송비가 언제나 '신용 2,500원'으로 찍히는데 패밀리 마트에서 따로 주는 작은 영수증에는 '착불 2,500원'으로 나온다. 하지만 주문자는 배송비를 주문할 때 입금하므로 책을 받을 때 돈을 내지는 않는다. 왜 그 영수증에 착불로 찍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주문까지 해서 중고책을 팔아서 거의 2만 원의 돈을 벌게 되었다. 요즘 새 책들이 워낙 비싸니 책 한 권 살 값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안 보는 책을 다른 사람이 보게 되고 나는 새 책을 살 돈이 생기니 좋은 일이다. 어떤 박스로 할지, 포장 테이프를 너무 저렴하게 쓰는 건 아닌지, 책 상태가 받는 분에게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쩌지 온갖 고민이 생기기도 하지만 불만을 듣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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