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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by wannabe풍류객 2010.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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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위더스푼이 주연했던 '리걸리 블론드'. 아무리 금발이라도 전통적인 미녀라고 보기 힘든 리즈 위더스푼에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인지 영화는 본 적이 없다. 

뮤지컬은 재미있었지만 진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졌다. 철없던 주인공이 성숙해지고, 새로운 사랑을 찾고, 직업에서 성공하고, 결혼하는 해피 스토리. 엘 우즈에 대한 교수의 강제 키스 신은 진부함의 절정이었다. 뮤지컬이 그것보다는 똑똑할 줄 알았는데.

예술의 여러 영역이 있겠으나 뮤지컬은 상업성의 영역에 훨씬 가까워보인다. 저속하고 야한 대사들. 짧은 치마의 젊은 여인들. 과장된 동작들. 5~9만원에 달하는 티켓값은 2시간이 넘는 자극과 코믹 코드를 위한 것이었다. 내 뒤의 어떤 여성은 돈 낸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뮤지컬을 보는 내내 깔깔대고 큰 소리로 웃었다. 

나도 재미있게 본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미스코리아 출신 이하늬도 아니고 무려 소녀시대의 제시카도 아닌 김지우가 엘 우즈로 나와 실망하며 봤지만 그녀는 아주 훌륭하게 연기했다. 다른 출연자들에게서도 아마추어적 실수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 프로페셔널하고 자본주의적인 재미에 박장대소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흑발이 거의 대부분인 한국 사회에서 굳이 '금발'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든 건 왜일까. 원작은 영화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미국 사회의 이야기다. 이 뮤지컬은 지명과 인명을 원작에 기반하고 있지만 말투는 매우 한국적이다. 미국 얘기를 하면서 한국인의 언어와 어투로 말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효과는 무얼까. '금발'이 머리가 나쁘다는 속설은 한국에서 실제로 접할 일이 없는 상황이고, 한국 사회에서 '노랑 머리'는 영화로 나왔듯이 불량스러움의 상징이다. 이도저도 아닌 이 스토리는 현실감이 없는 판타지 영역이나 다름없는 건 아닐까. 아바타를 보듯 재밌는 쇼를 봤다고 만족하고 나오도록 만드는. 

리걸리 블론드는 하버드 로스쿨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특징을 제대로 잡아낸 제목인데 한국어 번역인 '금발이 너무해'는 무슨 말인지 새삼 의아해진다. 번역이 너무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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