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영어로 발음되는대로 옮긴 영화 제목을 보는 것이 일상적인데 오늘 발견한 '하트 오브 더 씨'는 읽을 때 왠지 모를 생경함이 느껴진다.
제목만 보고 무슨 영활까 싶어 네이버 영화에서 찾아보니 이건 모비딕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멜빌의 모비딕을 영화화한 것은 아니고 얼마 전 BBC에서 방영한 드라마처럼 배가 고래의 공격으로 난파된 이후 선원들이 겨우 몇 명만 생환하는 과정을 그린 것 같다.
영화 줄거리나 트레일러, 이동진의 추천 영상까지 모두 스포일러를 자제하고 있지만 작은 배에 탄 선원들이 무슨 일을 벌여 생존했는지는 이미 알려진 바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사극 영화에서 스포일러의 타격이 덜 하듯이(그러나 史實에 어두운 사람에게는 카이저 소제급의 스포일러가 되기도 한단다) 선원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는 큰 상상력을 요하지는 않는다.
여하튼 론 하워드가 다시 한 번 토르의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와 손 잡았고, 개성 넘치는 킬리언 머피도 함께 하니 만든 사람들의 구성은 알차다. 할리우드 영화이니 거의 비슷한 BBC 드라마보다 고래를 잡는 과정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냈을 것이라는 기대도 품게 한다. 그리고 거대 고래가 배를 부수는 장면도 더 스펙터클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실이나 모비 딕의 원작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액션 영화도 아니고 영웅을 그리는 영화도 아닐 것이다. 단지 고래 기름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고래를 살육했던 과거 서양인, 미국인들의 이야기이며, 살기 위해 생각할 수 없는 수단도 썼던 인간들의 사투의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 제목이 특이한데 어떤 의미였을까. BBC판은 그냥 The whale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고래, 원한을 품고 복수하는 거대 고래의 신화 같은 이야기는 멜빌의 소설 속에서 신의 형상으로까지 승격된 바 있다. 콘라드의 하트 오브 다크니스를 연상시키는 이 제목은 생계 수단에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악마 같은 존재로 변한 고래로 인한 대양 속의 지옥도를 상징하기에 적합한 것 같기도 하다.
사정상 극장에서 보지는 못 하겠으나 나중에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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