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평단의 호평을 받은 유명한 외국어, 즉 비영어 영화 중 하나가 스웨덴의 포스 마쥬어다. 불가항력이라는 뜻이라는데 영화 속에서 일단 눈사태라는 자연재해를 말하는 것 같다.
영화가 호평을 받았기에 보긴 했는데 재미는 있었는데 이게 그렇게 대단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남들의 평가를 보니 많은 경우 극찬을 했고, 소수는 전혀 추천할 영화가 아니라며 10점 만점에 1점을 주고 있었다.
요는 남자의 찌질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것인데 그 점이 남성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남자의 비겁함을 드러내는 것만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남자의 영웅성을 강조하는 미국 할리우드 문화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힐러리의 대선 행보와 맞물려 여성의 힘을 강조하는 드라마, 만화 등이 많아지고 있다니 약간의 변화는 생긴 셈이다.
영화를 보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눈 덮인 산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누군가 폭탄을 이용해 눈사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오해했다. 밤만 되면 어떤 차들이 바쁜 일이 있는 것처럼 이동하는데 그 의미도 잘 모르겠다. 스키장을 정비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슨 급박한 일이 생겨서 이동하는 것인지. 더구나 어떤 밤에는 어두운 밤에 밝은 비행물체가 움직여서 이것이 외계인에 대한 영화인가 착각하기도 했다. 알고보니 소형 드론인데 이게 주인공 가족의 아들래미가 갖고 노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집 애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밤에 실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지젝은 이 영화를 보면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렸다. 작은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선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선은 평소에 연습하는 대로 실천되는 것이라고. 평소에 스마트폰을 끔찍히 사랑하는 남편은 결국 눈사태가 오자 그 휴대폰을 꼭 쥐고 나머지 가족을 남겨둔채 도망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휴대폰을 가족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억지일 것이다. 본질은 남편이 위기 상황에서 아이나 아내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휴대폰과 같은 인간의 애장품, 장난감과는 별개의 문제 같다. 선보다는 오히려 본성의 문제.
감독은 남미로 여행간 지인 부부가 식당에서 괴한이 총격을 벌일 때 남편이 줄행랑을 쳤던 일을 그 아내가 자신에게 길게 이야기했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을 함께 겪은 부부가 많은 경우 이혼하는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많은 경우 남자의 비겁함이 드러났겠지. 하지만 감독은 그 비겁함이 평소에 과대하게 기대된 남성의 역할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 남편은 아내의 집요한 추궁 끝에 자신의 비겁함을 인정했고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완전히 놓아보렸다. 이후 스키장에서의 작은 위기, 눈사태에 비해 아주 사소한 위기 상황에서 아내를 책임감있게 구해냈다. 이로써 그가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온전히 가족을 지킬 남성의 역할을 해냈음을 증명했다.
당당히 귀가를 하던 이 가족은 버스를 타는데 구불구불하고 커브를 하기에 매우 좁은 산길을 운전사는 매우 위태롭게 운전한다. 아내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며 내려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두 딸을 두었으면서 자유롭게 남자와 연애를 하던 한 아줌마만이 버스에 남는다. 이 장면을 두고 어떤 이는 엄마가 자식과 남편을 두고 먼저 내려버린 것이 남편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평가를 하는데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버스는 정차 상태였고 다들 내렸으니까.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버스도 못 타고 사람들이 터벅터벅 걸어서 산을 내려가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이 부분의 의미가 무엇일까가 궁금하다. 하나 나타나는 것은 남편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아들의 말로 보건대 남편의 흡연은 가족에게 비밀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사람들의 행렬 맨 앞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웠다. 더 이상 감출 것이 없다는 자신감 혹은 해방감의 표현일까.
남편의 친구와 20살의 애인이 떨어져서 걸어가는 장면도 나름의 의미를 두었을 텐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 친구는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아이와 여자 먼저 내리게 하라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런 장면은 애인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있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이 연인들은 함께 걷지 않았다. 이미 그 전날 밤의 다툼으로 벌어진 틈을 메울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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