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열흘 전에 리버풀에 대한 글을 포스팅했다. 블로그에 쓰기로도 오래간만이고 TP에 단순 뉴스가 아닌 글을 올려보기도 오래간만이었다. 새롭다고 할 중요한 대목은 마이크 고든이라는 FSG의 일원에 대한 소개라고 하겠다. 그가 FSG에 합류한지는 10년도 넘었고, 리버풀을 인수할 시점에도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한동안 리버풀 뉴스를 샅샅이 훑지는 않은터라 이제서야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마이크 고든이라는 인물에 대한 글들을 찾아봤고, 그와 리버풀의 관계에 대한 뉴스들은 어렵잖게 검색해낼 수 있었다. 두어 시간 열심히 써서 두 개의 글을 TP에 올릴 수 있었다. 내 생각에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라 글이 다른 커뮤니티로도 금방 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글을 쓰고 몇 시간 후에 다음, 네이버의 리버풀 카페들에 가봤지만 내가 쓴 글은 전혀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TP에 하나의 질문 글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TP가 최대의 리버풀 커뮤니티가 맞느냐고 묻고 있었다. 그에 대한 답글도 거의 없었지만 요즘 TP의 게시판 상황을 보면 활성화된 커뮤니티라고 보기엔 힘들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다음 카페를 가보면 전에 언젠가부터 한국의 리버풀 대표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었다. 이름도 안필드 코리아로 바뀌었다. 네이버에는 두 개의 커다란 카페들이 있다. 세 커뮤니티는 모두 가입되어 있고, 특히 다음 카페는 처음에 리버풀 팬으로서 활동했던 곳이다.
현재 시점으로 회원수를 보면 네이버의 lfckorea 카페가 3만 5천 명 이상의 회원, 네이버의 ynwa 카페는 2만에 조금 못 미치는 회원, 다음의 liverpoolfc 카페는 1만 3천 명 남짓의 회원 수를 자랑하고 있다. 언젠가 TP의 회원수를 확인하는 방법을 본 것 같기도 한데 못 찾았고, 그나마 2013년 회원수를 확인하니 2,449명이었다. 지금이라고 많이 늘었다고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거대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에 비하면 왜소한 규모이긴 하다.
하지만 언젠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다음 카페에서 TP로 넘어간 이후 TP라는 공간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진 적은 없었다. 나 자신이 많은 글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고, 내가 올린 글들에 대해 자부심까지는 아니라도 나름 정성을 들였다고 자신했다. 생각해보면 다른 커뮤니티에서까지 활약할 여력은 없었다. 하나면 족했고, 그나마도 정보를 얻기 위한 통로로 이용한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회원수로 보나 게시판의 새 글 수로 보나 TP는 최대의 리버풀 커뮤니티를 주장할 수 없다. 그나마도 글 수가 예전에 비하면 어느 게시판을 보아도 확 줄어들었다. 현재도 글을 자주 올리는 사람들은 몇 명으로 정해진 편이다. 나야 오래전부터 봐서 익숙한 아이디들이고 그들을 실제로 본 적도 있고 못 만났어도 대강의 나이는 아는 편인데 결코 어리지는 않다. 커뮤니티의 지속성을 위한 후속 세대가 어떤 이유로건 진입을 쉽게 하지 못 하는 구조가 형성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썼던 글도 기본적으로 TP에 올려서 회원들이 봐주길 바랐던 것이고, 곧바로 이 블로그에 올려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TP나 한동안 축구 글을 안 쓴 이 블로그의 내용이 퍼지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네이버의 한 리버풀 카페에 들어가보니 내가 소개했던 토니 에반스의 타임스 기사와 토크 스포트 인터뷰, 그리고 이적위원회의 구성과 마이크 고든이라는 사람에 대한 소개, 로저스가 점찍은 영입 선수들에 대한 내용들이 올라와있는 것이 보였다. 추적해보니 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이 그대로 또 다른 네이버 카페 그리고 다음 카페 그리고 소위 알싸 등에 복사되어 게시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글의 작성자는 내가 TP에 글을 올리고 두 시간 정도 후에 리버풀의 이적위원회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 중에 마이크 고든에 대한 내용이나 토니 에반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말 우연히 그 분이 이적위원회를 분석한 하나의 글을 번역해서 올렸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 글을 참조하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그럴듯한 글을 번역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며칠 후 게시된 글은 토니 에반스의 기사와 인터뷰 내용을 전체 번역해서 올렸는데 이 글은 의심의 여지없이 내가 올린 글의 영향을 받았다. 출처도 없이 적어둔 마지막의 몇 문장들은 내가 썼던 내용들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내가 쓴 내용과 똑같은 내용들을 스스로 검색해서 글에 포함시킬 확률은 너무 낮다.
그 분의 글은 나름대로 노력해서 번역한 것들이므로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유감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전에 알싸에 로이 킨에 대한 내 글을 한참 후에 마음대로 자기가 쓴 것처럼 새 글로 써놓고는 누군가 잘 썼다고 칭찬하니 사실 자기가 쓴 것은 아니고 그렇게 잘 썼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대담하게 규정한 사람이 떠오른다. 이번 글은 사실 나도 누군가의 뉴스, 칼럼들을 잘 모아서 적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나의 독창성을 주장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리버풀 팬들에게 새로운 점을 조사해서 소개했다는 자부심 정도는 갖게 되는데 다른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TP에서 봤다는 언급도 없이 같은 이야기를 새로운 것처럼 하는 것을 보면 섭섭해지기도 한다.
리버풀 성적이 안 좋으니 그렇지 않아도 스산한 TP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되고 보기에 거슬리면서 아무 소용도 없는 사실상의 욕설들이 너무 많아졌다. 어쨌거나 나는 올리던 곳에 글을 올렸을 뿐인데 그 곳이 예전같지 않아 아쉽고 안타깝다. 다른 커뮤니티의 사람이 글을 통채로 퍼가는 게 아니라도 참고를 했다면 인용을 해주는 예의 정도도 갖춰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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