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수아레스의 바르셀로나 이적이 오늘로 확정되었다. 따지고 보면 메디컬이나 서류 작업 등이 이어진 후에 정식으로 이적이 완료되겠으나 그동안 두 클럽 사이의 협의가 필요했던 이적료가 합의가 되면서 사실상 수아레스는 리버풀을 떠난 선수가 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월드컵이라는 축구 최고의 쇼에서 제대로 알려진 것만 세번째로 상대방 선수를 물어버린, 일종의 정신병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래서 명예를 따지는 클럽이라면 꺼리는 게 당연할 선수를 이렇게 기꺼이 데려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넉달 동안 팀 훈련조차 할 수 없는 선수를? 이 부분은 워낙 뛰어난 선수니까라는 한 마디로 해명이 되긴 할 것이다. 리버풀도 아약스에서 상대방 선수를 무는 사고를 친 수아레스를 좋아라하며 영입했고, 인종차별 발언과 이바노비치 깨물기 사건에도 불구하고 수아레스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그런 수아레스는 지난 여름 아스날의 진지한 타겟이기도 했다. 결국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공격수라면 어떤 논란이 있더라도 갖고 싶은 것이 축구팀들의 자연스로운 욕망이다.
그렇다면 리버풀은 왜 이 좋은 선수를 지난 여름과 달리 순순히 내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스와 리버풀의 계약서에 있는, 75m 파운드라는 거액을 지불하겠다고 했고 그러므로 리버풀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리버풀은 그동안 오늘 수아레스 이적료가 합의될 때까지 너무 조용했다. 수아레스가 넉 달 동안 축구를 할 수 없게 되며 다음 시즌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지만 마치 수아레스가 이미 다른 팀 선수가 된 것처럼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물론 항의할 수 있는 권한이 우루과이 협회에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지 몰라도 리버풀 관계자가 이 사건에 대해 어떤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언론에서 명시적으로 논의된 적은 별로 없지만 혹은 말은 있었지만 오보라고 평가되었던 것처럼 수아레스의 이적이 이미 오래 전에 정해진 것이 아닐까라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는 이제와서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궁금한 대목이긴 하다. 수아레스와 리버풀이 작년 여름 아스날의 40m+1 파운드 제안으로 홍역을 겪은 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계약을 맺었을 때 이적 가능 금액을 확실히 정했는데 그 금액은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깰 정도는 아니지만 실제로 지불할 수 있는 클럽은 사실상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두 클럽에 리버풀이 문의를 하고 숫자를 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 바 있다.
수아레스는 자신에게 지난 시즌 최고 선수의 영예를 안겨 준 잉글랜드 언론에 맹공을 퍼부었고,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패배로 몰아넣은 이후 또 다시 잉글랜드를 저주했다. 그 때까지도 나는 이것이 이별을 위한 수순이라고 믿지 않았지만 잉글랜드 언론들은 이미 그 전부터 수아레스의 이적을 감지하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입질이 있었고, 수아레스 장인은 스페인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수아레스 가족들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이미 스페인으로 떠나 있었고,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스가 키엘리니를 문 이후 수아레스가 마치 벌써 자신들 선수인양 감쌌다.
리버풀이 이례적으로 많은 돈을 오늘 수아레스 이적료가 합의되기 전에 쏟아붓고, 또한 현재 여러 거액의 이적료가 필요한 선수 영입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수아레스 이적과 그로 인한 75m 파운드의 수입을 전제로 했다는 추측도 텔레그라프에서 나왔다. 생각하면 돈이 많이 생긴 것이 알려지기 전에 많이 영입해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여하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수아레스는 지금의 부인이 어렸을 적 우루과이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사한 이후부터 인생의 목표를 바르셀로나 입단으로 설정했던 것 같다. 그는 리버풀에 온 이후에도 바르셀로나 이적에 대한 염원을 몇 번 밝힌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아레스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싶을 때 다른 팀 선수를 경기 중에 깨문다면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메시와 네이마르를 가진 팀이 수아레스를 어떻게 쓸지 궁금한 일이긴 하지만 이젠 다른 팀의 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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