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반전이 있을까. 리버풀이 어느덧 거의 10년 전 일이 되어버린 이스탄불의 기적 때 3-0의 경기를 순식간에 3-3으로 바꿨는데 오늘 새벽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 결정을 위한 중요한 경기에서 3-0으로 이기던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다. 이제 리버풀은 맨체스터 시티가 남은 두번의 홈 경기 중 한 번을 지거나 모두 비기는 등의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어야 우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리버풀은 뉴캐슬을 무조건 이겨야한다.
이상하게 TP에는 글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경기 전 인터뷰에서 로저스는 맨시티에게 뒤지고 있는 골득실을 뒤집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 가능성이 희박함을 인정하면서도 대승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것이었다. 또한 맨체스터 시티가 한 번은 미끄러질 수 있다는 통계적 가능성도 제시했다. 맨시티가 연승을 이어갈 수만은 없다는 기대였다. 리버풀이 12연승을 할 수 없었듯이.
아쉽게도 오늘 경기 생중계는 보지 못하고 경기가 끝난 30분 후에 일어나서 결과를 보며 망연자실했다. 일단 스코어에 놀라고, 3-0으로 앞선 경기를 따라잡혔음에 놀라고, 하이라이트를 보며 제라드가 또 울고 수아레스가 통곡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 팰리스 선수들이 리버풀 선수들을 걱정해주고 격려해주는 모습은 재미있었다. 그럴 거면 추격해서 골을 넣지 말지라는 기분이랄까.
몇 주 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퓰리스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는 팰리스가 가장 경계할 팀이라는 분석을 했는데 이 팀은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만 가겠다던 리버풀이 우승 경쟁 모드로 들어간 이후엔 모든 경기가 놓칠 수 없는 경기였다.
무승부를 하겠다는 첼시에게 진 것이 비극의 절정이었다. 이후 두 경기를 다 이겨도 승점이 같은 맨시티에 골득실에 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기에 로저스는 오늘 다득점 경기를 계획했다. 세번째 골이 들어간 이후 수아레스가 팰리스 수비수로부터 공을 빼앗아 하프라인으로 달려가던 모습은 그 10여분 후 스코어라인을 생각하면 오히려 아쉬운 장면이 되어버렸다. 왜 서둘러서 상대팀의 역습에 당해야했던가라고.
리버풀이 첼시 경기에서 무리뉴의 뜻에 부응하여 그냥 비기는 경기를 했다면 오히려 이번 경기가 편했을 거라며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로저스는 홈경기에서, 더구나 주전을 거의 뺀 첼시, 멘토의 팀, 예전에 자신이 몸담았던 클럽을 상대로 너무나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또 선수들도 이렇게 수비만 하겠다는 팀을 상대로 이기고 싶지 않았을리 없다. 그렇기에 무리뉴의 해악이, 그가 뿌린 독이 리버풀의 우승의 꿈을 망쳐버렸는지 모른다.
아직 맨시티는 두 경기를 해야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 아스톤 빌라와 웨스트 햄은 강등은 면한 편안한 상태라 어느 정도까지 최선을 다할지 모르는 상황이긴 하다. 그래도 리버풀로서는 이 팀들이 한 건 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공은 둥글고 지금 리버풀은 리그 1위팀이다. 진짜 반전은 마지막에 일어나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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