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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버풀과 웨스트 브롬, 로저스와 클락, 케니와 호지슨이 얽힌 관계들

by wannabe풍류객 201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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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과 맨시티를 상대로 거의 이겼다가 무승부에 만족했던 리버풀이 홈에서 웨스트 브롬에게 0-2로 패했다. 경기 전 분위기를 보면 리버풀은 앞서 말한 것처럼 최고 수준의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면서, 로저스를 비롯해 몇몇 인물들이 4위 내, 즉 챔피언스 리그 진출 순위가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반면 웨스트 브롬은 2013년에 승리가 없었던 것은 물론 1월 이적시장에서 제법 큰 논란거리였던 오뎀윈기의 QPR 이적 실패 사가를 겪어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경기의 결과 리버풀이 아니라 웨스트 브롬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두 클럽은 근래 감독들 때문에 묘한 인연을 맺게 되었다. 리버풀 감독이었던 현 잉글랜드 감독 로이 호지슨이 경질된 후 웨스트 브롬으로 옮겼고, 리버풀 감독 공석은 케니 달글리쉬가 메웠다. 이후 케니가 경질된 후 브렌던 로저스 현 감독이 부임했고, 케니의 18개월의 감독 기간 동안 넘버 2였던 스티브 클락은 호지슨이 떠난 웨스트 브롬의 감독이 되었다. 


리버풀의 이번 시즌 개막 경기가 WBA를 상대로 한 것이었고, 리버풀은 대패한 바 있다. 클락과 로저스는 케니가 떠난 리버풀 후임 감독 자리를 두고 일시적으로는 경쟁하기도 했고, 축구계에서는 선배인 클락이 리버풀에서 로저스의 넘버 2가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각기 리버풀과 웨스트 브롬의 감독이 되었다. 


웨스트 브롬 원정을 앞두고 스티브 클락과 브렌던 로저스 사이의 신경전이 있었는데, 안필드 경기인 이번에도 여지없이 클락은 우회적으로 로저스 혹은 미국인 구단주들을 비판하거나 평가절하했다. 언론들은 스티브 클락이 리버풀의 다우닝, 헨더슨, 엔리케가 살아난 것을 언급하며 그 선수들이 자신과 케니의 영입이었음을 상기한 것을 부각시켰다. 결국 클락이 지금 살아나는 것 같은 로저스 체제의 팀이란 게 케니 시절의 선수들로 굴러가는 게 아니냐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많은 비판을 받으며 코몰리-케니 체제의 붕괴를 가져온 큰 원인으로 지목된 과다지출 영입 선수들이 시간이 지나니 살아나는 것 아니냐 자신과 케니는 별로 잘못 한 게 없다는 항변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미러의 앤더슨이 정확히 지적하듯이 만약 클락이 이런 의도로 다우닝, 헨더슨, 엔리케를 거론했다면 그 자신이 마찬가지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앤더슨은 시즌 초반 고공비행을 했던 WBA의 핵심 멤버들이 호지슨이 데려온 것임을 상기시키며 로저스가 케니(와 클락)의 영입 선수들 덕에 살아났다면, 클락의 웨스트 브롬도 호지슨의 유산으로 먹고 산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클락은 캐롤이나 아덤과 같이 상대적인 실패작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이 선수들은 임대나 이적으로 다른 팀에 있으니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긴 했다. 그러나 클락이 로저스나 미국인 구단주에 대한 비판의 의도를 가졌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개막전에서 WBA가 승리한 원인이 물룸부나 야콥 같은 선수에게 있었고, 또 이번 경기에서 오래간만에 이 콤비가 미드필더에서 짝을 맞춘 것이 승리의 한 원인이었다면 단지 이전 감독 시절의 영입 선수의 존재와 활약 여부만으로 누가 잘했다고 평가하는 건 치졸하게 보일 수도 있다. 아마도 부임하자마자 케니 감독 시절의 영입 선수들을 비판하고 팔아치우겠다고 위협하고 실제로 팔기도 했던 로저스의 그간의 언행들 때문에 클락의 방어기제가 작동했을 것 같다. 로저스가 이런 클락의 말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클락이 리버풀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수비를 튼튼하게 했다는 부분이다. 최근 리버풀은 수비가 그다지 좋지 못했고 실수의 원흉처럼 찍힌 스크르텔은 벤치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를 대신해 아거와 짝을 이룬 캐라는 분전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발표하여 리버풀이 다음 시즌을 대비해 수비라인을 대폭 물갈이하거나 재편하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윌슨은 계약 종료로 떠날 것으로 보이고, 코아테스는 여전히 주전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아거와 스크르텔이 지난 여름 리버풀이 애써 지키고 재계약한 것이 무색하게 흔들리고 있다. 현재까지 루머로 보자면 라치오의 디아키테가 거의 리버풀로 오기로 결심한 것 같고, 다른 중앙 수비수들 영입 루머도 계속되고 있다. 로저스는 1월 이적 시장의 관심사는 오직 공격력 강화였고 수비 보강은 여름의 몫이라고 말한 바 있어 변화는 분명히 있을 예정이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맨유가 레알 마드리드와 일전을 앞두고 있고, 스코틀랜드의 셀틱마저 유벤투스와 상대할 이 시점에 리버풀은 유로파 리그에서 유일하게 이번 시즌 얻을 수 있는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다우닝은 캐라를 위해 이 컵이라도 가져오자고 외쳤지만 그렇게 수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유로파 리그 우승 트로피보다 정말 다음 시즌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얻어내는 것이 캐라 자신에게도 더 훌륭한 업적으로 남을지 모른다.


클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케니 달글리쉬가 자신에게 문자로 행운을 빌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비록 클락이 그것이 케니의 진심인지는 모르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케니 달글리쉬가 리버풀과 경기를 앞둔 상대편 감독에게 행운을 비는 것이, 아무리 클락이 자신의 넘버 2였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생김은 물론 리버풀을 상대로 더블을 쟁취한 클락이 로저스에게 다시 한 번 정신적 타격을 가하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리버풀로서는 온갖 긴말이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패배다. 리버풀은 웨스트 브롬에게 순위를 역전당하며 4위로부터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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