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신났다. 2위와의 승점 차이는 계속 유지되는 상황에서 오늘밤 오랜 적인 리버풀을 만나며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잉글랜드 언론의 흐름은 일요일에 있을 맨유와 리버풀의 경기로 완전히 집중되어 갔다. 맨유 대 리버풀 경기 직후에 있을 아스날과 맨시티 경기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단적으로 말해 이 경기가 이야깃거리가 훨씬 풍부했다.
흐름의 시작은 지난 일요일 맨스필드와 리버풀의 FA컵 경기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리버풀은 후반전에 맨스필드에 상당히 고전했고 수아레스의 핸드볼 골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안필드에서 재경기를 치러야 한다. 맨스필드 골키퍼와 구단주가 수아레스가 핸드볼 반칙을 범하고도 골을 넣으며 웃었다느니 손목에 키스를 하는 셀러브레이션을 했다느니 하며 비난했고, 일주일 내내 수아레스의 행동에 대한 갑론을박이 넘쳐났다.
왜 벌써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지만 잉글랜드 언론은 수아레스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시즌 초에 다이빙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맨스필드 경기의 핸드볼이 아니었다면(그마저도 예전 월드컵 준결승 경기 때처럼 고의로 한 것도 아니었지만) 수아레스는 이번 시즌을 평온한 상태로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혼자서 리버풀 공격을 도맡으며 득점 순위에서도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어찌보면 자연스럽게 올해의 선수 후보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이번 시즌이 아닌 지난 시즌의 일을 떠올리고, 이번 시즌의 작은 일들을 단지 수아레스가 했다는 이유로 과장하며 그가 그런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결론짓고 있었다.
논란의 대상이지만 수아레스가 언론의 초점이 되며 자연스럽게 맨유에 있는 반 페르시와의 비교 글이 많았다. 양 팀 공격의 핵이자, 올해의 선수 상 후보인 두 선수의 대결은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다. 평범한 기사들은 논란의 수아레스 대신 비록 자신이 성장한 클럽을 떠나 같은 리그의 라이벌 팀으로 옮긴 선수지만 악한으로까지 그려지지는 않는 반 페르시가 낫다고 은연 중에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누가 승자일지는 이번 경기가 지나고 또 시즌이 끝나봐야 알 일이지만 두 선수의 비교는 오늘 경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첼시에서 1월 2일 리버풀로 이적한 대니얼 스터리지가 자신이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팀에 왔다고 선언하며, 리버풀 팬들조차 기분이 좋지만 그렇다고 선뜻 그 말에 동의할 수 없게 만든 것도 하나의 계기였다. 세 시즌 째 부진을 거듭하는 리버풀은 더 이상 '빅 포'의 일원도 아니므로 성적만 놓고 보면 '최상위 팀 중 하나'라는 범주에도 끼지 못한다. 그러나 퍼거슨이나 스콜스, 퍼디난드 등도 두 팀의 대결이 단지 지금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것임을 알고 있기에 언론들은 역사를 뒤적이며 통계를 돌려 누가 정말 잉글랜드 최고의 팀인지 조사하기도 한다. 리버풀이 20년 이상 리그 우승을 못했지만 그 전에 이룬 일이 많기에 리그의 팀들 중에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보유했고, 어떤 방식으로 산정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포인트도 최고인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 물론 다른 기준을 들이대면 순위가 떨어지기도 했다.
수십 년의 장기적 틀로 보자면 잉글랜드 축구의 패권은 리버풀에서 맨유로 넘어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퍼거슨은 어제 인터뷰에서 양 클럽의 라이벌 관계가 맨체스터에 운하가 생겨 리버풀의 산업이 맨체스터로 넘어가며 시작되었다는 120년도 더 된 역사의 기원을 더듬었다. 빌 샹클리가 세운 리버풀 제국을 스코틀랜드 클럽을 맡던 젊은 퍼거슨이 무너뜨린 것처럼,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는 퍼기를 젊은 로저스가 무너뜨릴까라는 역사적 전환 혹은 돌고도는 운명이라는 비장함마저 풍기는 분위기도 뉴스들에 나타난다. 퍼거슨이 처음 맨유를 맡았을 때 많은 이가 그가 리버풀의 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리그 우승 자체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졌던 것처럼 비록 리버풀이 지금 아무리 옛 영광에서 멀어졌다고 해도 로저스가 몇 년 내로 형세를 뒤집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퍼기가 말하듯이 지금은 언론도 팬들도 예전만큼 참을성이 없다는 것이 로저스에게 큰 걸림돌이긴 하다.
양 팀의 감독들은 오늘 경기를 앞두고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신임 감독인 로저스에 비해 퍼거슨이 할 말이 많았다. 특히 그의 말들은 경기를 앞두고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심리전의 성격이 짙었다. 그는 리버풀 선수들을 하나하나 건드렸다.
우선 가장 쉬운 먹잇감인 수아레스의 경우를 보면 두 번이나 언급했다. 며칠 전에 예전 경기에서 수아레스와 관련된 불행한 일이 있었다고 말한데 이어 그저께는 수아레스가 논란으로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말들은 상대방 선수의 기량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정확한 의도야 모르겠지만 정치판의 네거티브 수준은 아니라도 수아레스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더 깊이 각인시키는 효과는 있다.
사실 퍼거슨은 수아레스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제 인터뷰에서 로저스가 스터리지를 중앙 공격수로 쓰며 수아레스를 측면으로 옮기겠다는 말을 언급하며 '나는 수아레스가 라이트백에서 뛰어야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또 수아레스에게 심판이 속아서 리버풀에 유리한 판정이 나오는 일이 없어야한다고도 말했다. 나조차도 수아레스가 언제나 결백하다고 보진 않지만 효과의 측면에서 정말 어떤 선수가 심판을 능숙하게 속여넘길 수 있다면 그조차도 상대방 감독에겐 두려운 일이긴 할 것이다.
그리고 퍼거슨은 맨유의 골망을 흔들 새로운 후보인 스터리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닌데, 스터리지가 팀을 너무 자주 옮기는 선수였기에 로저스가 약간 도박성의 영입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아레스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선수의 기량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그냥 그 선수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더욱 고착시키는 종류의 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전이다.
퍼거슨은 리버풀의 중심 제라드에 대해서도 말을 했다. 실제로 과거에 시도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제라드를 내 선수로 만들었으면이라는 상상을 한 번 하더니, 기자들이 제라드가 리버풀에서 평생 뛰며 리그 우승을 한 번도 못한 것을 동정하냐고 묻자 "불쌍한 일이 아니죠. 농담하는 거에요?"라며 잘라 말했다.
퍼거슨은 리버풀의 전반적인 성적에 대한 조롱도 잊지 않았다. 로저스가 리버풀을 다시 정상권으로 올리려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부터 리버풀이 몇 위나 하는지 신경도 안 쓴다거나, 리버풀과 현재 맨유의 승점 차가 지금 21이라는 것을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다는 등 현재 리버풀의 성적은 신경쓸거리도 아니라는 식의 말들을 이어갔다. 리버풀 측에서 할 말이 없는 대목이긴 하다. 로저스도 리버풀의 부활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인정했다.
아마 리버풀로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일은 퍼거슨이 지저분하게라도 승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퍼기는 전 시즌에 맨유가 더 좋은 경기를 하면서도 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더비 경기는 언제나 어렵고 오늘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도 이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퍼거슨 혹은 맨유가 FA를 구워삶아 맨유에 유리에 판정이 나온다는 다른 팀 팬들의 혐의와 더불어 하필 이 경기가 맨유에 우호적인 판정을 내린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하워드 웹 주심이 맡았다는 점 등이 리버풀 팬들에게 경기 시작 전부터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의혹보다 중요한 것은 전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4-1로 이겼듯 리버풀이 의문의 여지없는 승부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이유에선지 퍼거슨은 리버풀이 팀 자체로는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단지 더비 경기, 오래된 라이벌 팀 간의 경기라는 이유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루니가 부상의 여파로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혹은 객관적으로 자신들보다 뒤떨어지는 과거의 라이벌 팀에게 패할 경우의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밑밥을 깔아놓는 것인지 모른다. 아니면 압도적 1위를 달리지만 실점이 만만치 않게 많은 이번 시즌의 수비 불안이 수아레스와 스터리지에 의해 노출되어 패할까봐 정말 두려운지도 모르겠다. 시의적절하게 제라드도 마침내 로저스의 시스템에서 적응하고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어떤 저널리스트는 이번 주말에 리그 우승자가 결정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맨유가 리버풀을 이기고 맨시티가 아스날에 패할 경우를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하고, 예측하지 못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가 아닌가.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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