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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이 200m에서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자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왜 코치는 나중에 갔는가, 대회 전 사진 촬영은 무슨 경우인가, SK 전담팀은 뭐 하는 작자들인가는 물론 수영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에 대한 비화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제 라디오에서 조오련씨는 주변 환경도 문제지만 박태환의 정신 상태에 더 무게를 두고 비판을 가했다. 예전에 자신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대회에 나가 수영하고 우승했다고.
심심치않게 박태환 정신 차려라라는 질책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박태환에게 그 무거운 짐을 지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가 원치도 않았는데. 목표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19살의 어린 나이에 스포츠의 꽃, 운동 선수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인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소년은 목표를 잃었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고 당연한 게 아닐까? 물론 자기 자신의 기록을 계속 깨나가고, 주종목 이외 다른 종목에서 펠프스 같은 절대강자와 맞붙어 이기려는 욕심을 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질책을 하기 전에 그가 왜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지만) 방향을 잃었는지 이해해주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수영은 리그가 있는 프로 스포츠가 아니다. 즉 그 자체로는 아무리 해봐야 생계 보장이 되지 않는다. 잘은 모르지만 그런 속성 때문에 과거 수영 선수들이 수영 연맹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과정에 파벌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물론 연금도 좀 받을테고, 광고 수입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그걸로 먹고 살 수는 없다.
박태환은 어떻게 봐도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로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영선수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한 명의 '국보급' 선수에 대한 관리도 여지껏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와중에 선수 자신은 얼마나 헛갈렸을까. Unlikely 영웅은 하필 얼굴까지 곱상해서 상업적 가치가 아주 높았다. SK 텔레콤은 비비디바비디부를 외치며 박태환을 생각대로 써먹으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박태환의 수영은 비비디바비디부로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니다. 그 공허한 외침은 희망은 커녕 절망만 키운다.
우리에겐 언제나 영웅이 필요한지 모른다. 희망 없는 세상에서 대가도 없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영웅, 롤 모델로서의 영웅, 나는 못하지만 우리를 대표해서 명예를 떨치는 영웅. 하지만 우리는 영웅이 사람인 이상 늙고 병들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헐리웃의 수퍼히어로들마저 최근엔 고민하고 낙담하는 모습을 연발한다. 아마 우린 인간 박태환이 이번 대회의 '추락'을 계기로 각성해서 다시 일어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 그이지만 다시 수영을 하지 않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미 공언을 한 바이지만 시기를 더 앞당길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그를 마린 '보이'로 부르겠다면 그의 좋지 않은 성적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소년을 보듬어 안고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더 잘 보살펴줘야 한다. 돈벌이 수단으로 보고 가능한 대로 혹사시키고 돈을 뜯어낼 생각만 하지 말고. 윈윈으로 가기 위해선 과도한 관심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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